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임자없는 돈은 모두 내 돈?... 일백원 야화 #2

green green 2009. 8. 4. 08:52

아직 군에 입대하기 전 해인 1976년 가을의 어느날,
당시 나의 본가는 동대문구 전농 3동 로터리에 있었으므로 등교할 때는

항상 139번 좌석버스, 장안동에서 문래동 오가는 버스를 타고 다녔다.
장안동을 기점으로 전농동 로터리를 지나 청량리, 동대문운동장, 퇴계로, 신촌, 문래동이

이 버스의 노선이었다.

 

좌석버스라곤 하지만

요즘과는 달리 대부분 폐차 직전의 무척 낡은 버스였는데 139먼 이 버스는 신촌의 청기와주유소 앞까지

당시의 속도로 40~50여분 걸렸던 것 같다.

지금은 어림도 없지만 그 때만 해도 출근시 교통체증이란 단어가 없을 때였으니까...

 

버스 안내양이 요금을 받는데

노선이 좋은 버스에 근무하는 그녀들의 유니폼에 달린 주머니는 항상 돈이 그득했다.

이렇다 보니 버스 운전기사와 짜거나 혹은 단독으로 승객들에게 받은 요금을 빼 돌리는

안내양의 비리가 심각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때는 버스 안내양을 버스 차장이라고 불렀는데 안내양의 임무는 승객들의 요금을 받는 외에

운전기사에게 조수의 역할과 혹시 그토라도 하는 승객의 도우미 등  역할이 많았다.

 

일반버스는 출입구가 두 개라 안내양이 한 버스에 두 명이었으며

좌석버스는 출입구가 한개였으므로 당연히 한 명이었다.
그 때는 많은 것이 경직된 사회였던 터라 버스 안내양도 승객에게는 그렇게 친절하지 못했다.

어느날 학교에 가던 길,  청기와주유소 앞에서 내리려 좌석에서 일어서다가

좌석 사이의 통로에 반짝이는 100원 동전을 발견했다. 이게 웬 횡재냐?
당시의 물가로 100원이면 버스를 두 세번 탈 수 있고

술집에 가면 서비스로 나오는 술국에다 소주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돈이다.
안내양의 눈길을 의식하며

슬그머니 주워 주머니에 넣었는데 아차! 안내양의 서슬 퍼런 감시망에 걸리고 말았다.

안내양 : 돈 이리 주세요, 학생!
green : 왜요? 이 돈은 내가 주웠는데...

안내양 : 버스 바닥에 떨어진 돈은 다 내 돈이예요.
green : 그럼 승객이 흘린 돈도 당신 돈이란 말이요?

안내양 : 승객이 바로 찾으면 할 수 없지만 못찾으면 그건 내 돈이예요.
green : 세상에 그런 법이...? 주운 사람이 임자라면 몰라도.

안내양 : 여기는 내 구역이고 여지껏 그래 왔어요, 빨리 주세요!!!
green : 허참!!!

나 원~ 세상에!
안내양에게 반 강제로 100원을 빼앗겼지만 소주 한병 날아가 버렸네!
내 돈은 아니었지만 그 눈 먼 돈 100원이 어찌나 아까왔던지.

어쩌면 그 돈은 안내양이 흘린 돈일 수도, 승객이 흘린 돈일수도...
안내양과 100원을 놓고 옥신각신했던 추억도 이젠 아스라히 멀어져 갔다.
까마득한 옛 일이지만 바로 몇년 전 같이 느껴진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