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속절없이 떠나버린 지난 여름의 아련함...

green green 2009. 8. 25. 11:05

코끝에서 감도는 구수한 냄새의 보리개떡...
이열치열, 가마솥에 익어가는 감자와 옥수수...
개울 갈때면 늘 서리해 물놀이하며 먹던 노란 참외...
막 여물어갈 때 한 잎 깨물면 나오는 단물이 좋던 목화열매...

밀가루 반죽에 쑥범벅 넣어 만든 쑥개떡...
수박 속 먹고 껍질 얇게 벗겨 무쳐먹는 수박나물...
낫으로 댕겅 잘라 한 입 물면 사탕수수보다 더 달다, 옥수숫대...
시원하면서도 시금털털한 맛, 울타리의 늙은 오이...

개울가에 횃불 켜고 주워담은 가재로 끓인 가재탕...
전기충격으로 허옇게 떠오르는 잡어로 끓인 잡어탕...
조금 멀리, 두물머리에 나가 발가벗고 잡던 말조개...
논둑 수로에서 반두로 잡아내던 미꾸라지, 추어탕...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콩국물로 말아먹던 콩국수...
설탕과 식초 넣은 양념 고추장에 비벼먹던 비빔국수...
더위먹어 입맛없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오이미역 냉국...
맑은 국물의 매콤한 나박김치...

엊그제가 처서, 올 여름도 떠나 간다.

옛날 여름이면 맛볼 수 있었던 위의 여러가지 먹을거리.

쌀이 귀하던 시절...

쌀만 양식이던가, 시골의 여름은 풍족했지만

이제 구경마저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어 아쉬운 마음 그지없다.

 

그 시절 그립다.

해마다 여름방학때

양수리 큰댁에서 늘 만났던  내 어린 시절의 그 여름...
이제 어떻게 만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