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들어서니 입추가 휘익 지나가 버렸다.
아직 열대야다 뭐다 해서 뜨겁던 밤도 새벽에 일어나면 곧 한기를 느낄 수 있겠지.
해마다 이맘 때면 형제, 조카 등 가까운 친족들과 함께 하는 벌초,
이제 추석도 얼마 남지 않아 조상 묘에 금초, 혹은 벌초 할 때가 되었다.
벌초는 음력 7월 15일인 백중부터 추석 전까지 언제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그런데 추석을 한 달 여 남겨두고 벌초하는 이유는 비로소 가을 접어들면서
이젠 풀들이 잘 자라지도 않거니와 추석성묘 때 정도 되면 가장 보기 좋을 정도로
자라 있기 때문이란다.
예년에는 나의 두 동생과 함께 양수리 큰댁에서 사촌형님, 조카들과 합류하여
10여기의 산소를 벌초하였지만 이젠 사정이 다르다.
오래된 조상의 묘와 직계후손이 없는 묘는 몇년 사이에 화장하였기 때문에 실제
벌초할 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묘,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 큰아버지 큰어머니의 묘,
큰 사촌형의 묘 등 4기 밖에 되지 않아 많이 편리해졌다.
이번 주 부터 많이들 벌초할 시기인데
어찌된 일인지 장조카에게서아직 연락이 없다.
양수리에 작은 사촌형과 그 아들인 조카가 있고 서울 각지에 흩어져 사는
큰 사촌형의 다섯 아들들이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아직 연락이 없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작년 추석 때 양수리 큰댁에 모인 조카들이
그나마 조금 남은 땅뙈기를 놓고 형제지간에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여파로 금년 설 때는 종손이 양수리 본가에 가지 않았고 그 이후 조카 형제들의 우의는
더욱 나빠졌다고 한다.
사정이 이럴진대 아저씨된 나로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장조카는 나와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함께 자란 나이로 아저씨로써의
위엄이 없으니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큰댁의 조카들과 작은 4촌형님댁과도 그 여파로 사이가 좋지들 않다고...
일찌기 벌초도 제사나 차례와 더불어 우리의 옛조상님들이 후손에게 물려 준
형제, 친족간 만남과 대화의 장이지만 올해는 이렇게 상황이 다르다.
이 상황은 올해뿐 아니고 앞으로 계속 전개되어 불편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무래도 올해의 벌초는 우리 형제들끼리 날 잡아 살짝 다녀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조카들과 논의하여 그들과 일전에 합의했던 사안,
남은 4기의 묘도 화장하여 납골분묘로 만들거나
수목장으로 바꾸어 모시자고 해야겠다.
'세상만사(世上萬事) > 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초에서 세월무상, 인생무상을 느끼다... (0) | 2010.09.10 |
---|---|
고향 떠나 경주에서 터뜨린 대박... (0) | 2010.08.24 |
못지킨 약속... (0) | 2010.07.24 |
긴급수배, 동그란 사람이 콩을 볶어서... 혹시 이 그림 아세요? (0) | 2010.05.12 |
특종, 75년 전 green의 어머니와 그 이야기....#2(終) (0) | 2010.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