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초밥을 처음 만났을 때...

green green 2007. 8. 2. 18:16

대학 2학년 때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창 먹을 나이이니 점심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였습니다.
어느 점심시간, 여느 날과 같이 나온 나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k교수님은

그날따라 웬일인지 일식집을 찾았습니다.

 

'웬일이야?  이 비싼 일식집엘... 나야 좋지만...'
생선회를 워낙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그 집을 들어섰습니다.
종업원이 식탁에 앉은 우리에게 주문을 권하자 k교수님은 나에게 물었습니다.

"뭐 먹을래? 나는 초밥이 좋은데..."
"네?
아~ 저는 초밥이 말구요.

초밥은 영~ 시어서... 그냥 회덮밥으로 할래요."

 

"그래? 초밥이 시다고? 그것 이상하군...

어디서 쉰 초밥을 먹었나? 그럼 회덮밥으로 해,

여기 회덮밥 하고 초밥 2인분 주세요."

이윽고 주문한 식사가 나와 식탁에 놓여졌을 때 이런! 아차 싶었습니다.
아니 억울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구요? 그 때까지 생선회로 만든 진짜(?) 초밥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초밥 하니까 유뷰초밥을 연상하고 밥 위에 야채와 생선회가 덮여 나오는

회덮밥을 시켰던 것입니다.
k교수님 앞에 놓인 초밥은 갓 잡은 싱싱한 생선회를 큼지막하게 썰어 만든 생선회가

왜 그리 탐나던지...

k교수님은 나에게 2인분 시켰으니 초밥 좀 몇개 먹어보라 권했으나

초밥은 시어서 싫다던 내가 그 것을 어찌 먹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저 울며겨자먹기로 푸성귀 많이 섞인 회덮밥만 꾸역꾸역 먹을 수 밖에, 어찌나 눈물이 앞을 가리던지...

오히려 그 날따라 회덮밥이 시게 느껴졌습다.
초고추장에 식초가 너무 많이 섞였었나?

 

일식집은 고사하고 생선회라고는 그 당시 남대문 시장의 지하상가에서

막회밖에 못먹어봤으니 무얼 알았겠습니까?

생선초밥이란게 있는건지...
지금도 생각하면 쓴 웃음이 나옵니다.

 

green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