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낚시 이야기

green의 얼음낚시 初行記 (초평지 얼음 위에서 붕어를...)

green green 2008. 1. 18. 16:07

내게 있어 2001년 겨울은 인터넷낚시사랑과 만난 첫 겨울로서 뜻 깊은 겨울이었다.
21년 만에 찾아 온 그해의 추위는 모처럼 실감나는 겨울을 맞게 해 주었다.
한 주일동안 맹추위의 연속으로 전국의 결빙될 수 있는 저수지 전역이 꽁꽁 얼어
얼음낚시하기 좋은 계절, 그래서 그해 별렀던 얼음낚시를 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으음~ 얼음낚시라...'
궁리하던 차에 먼저 포획물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빙어낚시를 먼저 해 보기로
마음을 정리하였다.

 

1999년 겨울, 우리집 애들이 친구의 가족과 함께 춘천에 빙어낚시를 다녀
온 후 그 재미에 빠져 우리 가족도 한 번 가자고 조른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 기회에 가족과 함께 빙어낚시를 하는거야.'
'얼음 위에서 쐬주와 함께 빙어를 초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
그것 참 �챦겠군'

궁하면 통하는 법, 동호회 게시판과 챗방을 오가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았더니
경기지부의 용설지에서의 빙어 & 붕어 번개낚시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운 용설지로 결정하려는 바로 그 시간,
우리 집 애들에게서 일요일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빙어낚시를 못가겠노라는
고백이 컴 앞에 앉아있는 나의 귀에 들려왔다.

일이 이렇게 되니 마눌님도
"여보, 빙어낚시는 다음에 가고 내일은 그냥 당신 혼자 다녀와요."
하고 빙어낚시 출조포기를 선언한다.

 

이렇게 하여 가족과 함께 하려 했던 얼음위에서의 빙어낚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도 얼음낚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초평지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챗방에 들어가 마침 들어 와 계신 금복주선배님을 통해 초평지에서
얼음낚시번개가 있다는 사실을 입수하여 참가 예약, 그날 새벽에 금복주선배님 사시는
아파트 앞에서 6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곤 서둘러 챗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에 들어 와 씻고 자명종시계의 타임을 새벽 4시30분에 맞춰놓은 후
잠자리에 든 시간이 새벽 3시 30분,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첫 얼음낚시... 기대된다.'

 

일주일간의 고단함 속에 깊이 빠져든 잠결에도 벨 울리는 소리는 분명히 내 귀에
지렁찌렁하게 들린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자명종시계의 벨 멈추는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나 웬일인지 시계의 벨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6시 10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뿔싸. 이런...!!!"

 

잠결에도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스위치를 눌러도 울려대는 무식한(?) 벨소리가 시계가 아닌 핸드폰의 벨 소리였던 것.
정신을 차리며 핸드폰을 받고 보니
"그린님? 나 금복주요. 지금 어딥니까?"하는 선배님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저 지금 나갑니다."
"아니 아직 출발 안했어요? 빨리 오세요,
한대박님이 출발했다고 전화왔어요."
"네 알겠습니다, 곧 도착하겠습니다."

 

도착은 무슨 도착? 이제 일어났으면서...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니 가장 시급한
것이 세면과 양치를 해얄텐데, 그러나...
'세면? 에이~ 시간 없는데.'
'양치? 그것도...'
지난 12월 6호바늘님에게 물려받은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베란다 선반에 올려져 있는
낚시가방을 꺼내어 순식간에 준비가 끝났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마눌님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서둘러 아파트 현관을 나서니 그 때 시간이 06시 03분.

'옛날 군 시절 5분대기조의 실력에서 2분 초과했군, 이 정도면 양호한 것 아닌가?'
마침 택시 한대가 우리 동 옆을 지나간다.
그 택시를 재빨리 잡아타고 탄천교를 건너는 동안 서두르는 나에게 걱정스런 말투로
택시운전기사가 물었다.

 

"낚시 가십니까? 어디로 가시는데요? 이 추운 겨울 새벽에 무슨 낚시가 된다고..."
" 아~ 네, 저기 초평지로 갑니다.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

약속장소를 지나친 것 같아 유턴을 하여 다시 약속장소인듯한 골목으로 택시가 들어
서려는 순간, 저쪽에서 나오던 승용차가 우리를 지나치며 연신 클랙션을 울려댄다.
순간 반사적으로 한대박,금복주선배님 차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예감은 맞았다.
택시에서 한대박선배님의 승용차로 낚시가방을 옮겨싣고 두 선배님께 늦은 이유를
고한 후 시계를 보니 06시 13분...
자명종 시계의 벨소린줄 알았던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약속장소까지
2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휴우~ 죄송합니다, 선배님들... '

 

어둠을 헤치고 우리를 실은 승용차는 중부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
이 때부터 서로의 출발을 확인하기 의해 금복주선배님의 휴대폰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화 걸거나 받는 시간외의 금복주 선배님은 'zzz'
진천시내에 들어서니 동녁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먼저 와서 기다리시는 낚시꾼 선배님, 부르스부님과 우리 3명- 다섯명의 낚랑님들이
만났다, 그리고 해장국집으로...

 

진천 해장국집인가? 새벽에 해장국...
잠실낚시회를와 함께 출조하던 1989년을 마지막으로 새벽에 움직여 본 일이 없었다.
낚시터 근처의 해장국집은 언제나 낚시꾼으로 붐빈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해장국집을 나왔다.

해장국집 근처의 길바닥에는 웬 고장난 찌톱이 떨어져 있었는데 금복주선배님 왈
"흐흐흐 낚시꾼들 많이 다니는 곳은 꼭 이렇게 티가 나요, 티가..."

 

맞다, 낚시꾼들 있는 곳엔 언제나 티가 났다.
컵라면, 라면, 담배 등 포장지가 그랬고 낚싯줄, 봉돌, 꺽어진 찌, 떡밥봉지, 떡밥 찌꺼기,
하다 못해 먹다 남은 라면 찌꺼기, 음료수와 술병 등등...
얼마나 많은 종류의 쓰레기로 저수지를 더럽혔던가?
올해부터라도 제발 우리 낚시인들이 쾌적한 낚시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초평지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이곳에 오기까지 금복주선배님과 계속 통화했던 솔로님과 만났다.
'하하하 역시 솔로님은 올해도 혼자 다니는구나.'
드디어 초평지... 우리들이 약속했던 출조장소는 상류 쪽. 초입을 지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비포장길은 비좁은데다가 지난 번 폭설 때의 눈이 그대로 얼어 붙어 있었다.
상류에 당도하니 물초방님과 충청지부의 하회탈을 연상시키는 듯한 용모의 스마일지부장님,
챗방에서 맘 만났던 다삿다님, 현재의 낚랑고수이신 2번대님, 자칭 대전초보이신 대초님이
우리를 반겨 주신다.

 

한라낚시 사장님과 통화하신 한대박 선배님의 안내로 우리는 이삼일 전에 낚시한 흔적이 있는
얼음구멍이 여기저기 열댓개 뚫려있는 곳으로 장소를 잡았다.
이틀 전에 쏠쏠하게 뽑아냈던 곳이라나?
하여튼 먼저 낚시 한 자리는 구멍뚫는 수고를 덜 하니까 좋았는데 이미 구멍이 뚫렸 있지만
그 새 얼어붙어 얼음 다듬는 기분으로 구멍을 뚫었다.
그래도 얼음낚시 와서 한 개의 구멍이라도 뚫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단 한 개의 구멍을 뚫어 보았는데 난생 처음 뚫어보는 구멍(?)이라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옆의 한선배님은 참 쉽게 뚫으시더만...

 

얼음 끌은 금선배님의 것을 빌려 썼는데 그 끌은 한 11년 전에 대장간에 10만원을 주시고
특별 제작하신 것이란다.
예리하고도 묵직한 그 끌은 마치 삼국지의 노지심이 대장간에다 특별히 주문제작한
무거운 청룡언월도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평소에는 한 마리도 가져가지 않던 낚인 붕어를 찜해 놓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한선배님과 솔로님이 그랬고 6호바늘님의 특별부탁을 받은 낚시꾼선배님과 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늘 낚일 붕어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벼르고 있었으니...

 

'우와~ 그럼 오늘 얼마나 많이 잡아야 필요만큼 골고루 나눌 수 있는거지?'
정출 때 금복주 선배님과 출조를 여러번 해 보았지만 오늘같은 날은 첨 보았다.
금선배님이 낚싯대를 일곱 개나 펼치셨는데 아마 펼칠 수 있는 낚시대는 모두 동원을 하신 것 같았다.
붕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서 사명감에서 그러시는걸까?

"어이구~ 금선배님, 오늘은 웬일이십니까?
내가 금선배님과 출조를 몇번 했지만 오늘같이 낚싯대 많이 펼친 날은 첨인데요?"
내가 이렇게 물으니 금선배님은 태연하게 대답하신다.

 

"ㅎㅎㅎ 오늘은 내도 낚시 좀 하렵니다, 그래서 오늘은 술도 안묵었습니다." 하신다.
ㅋㅋㅋ 정양(?)은 아니지만 아까 해장국집에서 이미 몇 잔 하셨으면서...
금선배님과 마주 보이는 위치에 이미 뚫어져 있는 구멍을 찾아 각각 외바늘과 쌍바늘 2칸대 2대를 펼쳤다.
물초방님은 상류 초입에서 같이 온 친구분과 자리 했고 솔로님은 우리와 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역시 솔로로 앉았고 낚시꾼.한대박.금복주 선배님과 부르스~부님과 나는 서로 가까운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대를 편지 20여분도 안되어 얼음구멍의 물이 결빙된다.
저 쪽에 앉아계신 금선배님의 얼음뜰채를 가져다가 막 결빙 된 얼음을 건져 내었다.
그 모습을 보신 한선배님은 내 구멍에도 알콜을 뿌려 주신다.
얼음낚시가 처음인지라 장비가 없다.
내가 메고 온 낚시가방 안에는 여름내내 사용했던 물낚시용 장비 그대로여서
얼음낚시장비랄 것도 없으니 모두 빌려 쓸 수 밖에.

 

한 시간여 넘도록 요지부동인 우리의 수 많은 찌와는 달리, 저 멀리 홀로 앉은 솔로님은 한 수 걸었나 보다.
낚싯대를 높이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에이~ 빠가사린가? 아니, 구구리네요."
무엇을 걸었나 궁금해 하는 우리의 시선집중을 한 몸에 느낀 솔로님의 해설이었다.
그래도 한 시간 넘도록 입질 없는 우리도 있는데 구구리라도 걸었으니...
이어서 잡힌 어종을 확인이라도 해 달라는 듯 솔로님이 한 뼘이 미처 되지 않는 구구리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

 

그 후 입질없는 무료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아직 눈 속에 덮힌 산 하며 또 엊그제 온 흰눈이 덮인 넓은 저수지위에서
처음 해 보는 얼음낚시는 짜증이 나지 않았다.
우리 옆에 있었던 충청지부의 님들은 입질이 없자 버너위에 준비해 온 김치찌개를 올려놓고 저 편에 앉은 솔로님보다
더 상류 쪽으로 모두 자리를 옮긴다.

 

이어서 우리 자리의 낚시꾼선배님도 그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입질 없는 얼음낚시는 지렁이를 많이 쓰지 않아(?) 좋다.
아침 일찍 허둥대며 나오는 통에 지렁이를 미처 준비하지 않은 나는 금선배님께 몇 마리 얻어서 얼지 않도록 방한복
상의 주머니에 넣어 결국 낚시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세상에! 생지렁이를 주머니에 넣고 낚시해 보기도 처음이네.'

낚시터에서 좀 억울할 때가 있는데 그 것은 한 마리도 못잡았는데 눈치없는 관리인이 입어료 징수하러 다닐 때이다.

 

"한 마리도 못 낚으면 입어료 돌려줍니까?"
하고 한대박선배님이 관리인에게 물으니 관리인은
"아? 못잡으면 따블로 내셔야죠."
하며 능청을 떤다.
"그럼, 한 마리라도 잡으면 입어료를 따블로 돌려줍니까?"
하고 입어료를 내자 관리인은
"... 바가사리나 구구리 나온 자리는 빨리 자리를 옮기는것이 상책입니다."
하는 그럴듯한 말을 남기며 입어료를 챙기고는 쏜살같이 사라진다.

 

???
장소옮기라는 뜻은 알 것 같지만, 붕어를 낚지 못하면 따블로 내라고?
에이~ 그 관리인, 가뜩이나 입질도 없는데 괜히 염장지르는 소리는 왜 해? ㅋㅋㅋ
자리를 옮긴 사람이나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우리나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
입질 한번 못 받아보는 낚시가 계속되자 한대박선배님 마저 자리를 다른 쪽으로 옮기셨다.
이윽고 소식없는 입질에 지친 꾼들이 팔팔끓는 김치찌개 주위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얼음 위에서 소주며 막걸리, 금선배님의 조껍데기 술, 꾼선배님의 시바스리걸 위스키가

한 순배씩 돌아가자 그 기분도 썩 괜챦았다.

한 차례 술을 마시고 각기 제 잘리로 돌아가 낚시에 신경을 쓸 무렵 장빠님이 우리 진영을 용케도 찾아 오셨다.
아니, 이곳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 왔을까?
그뿐 아니라 진입로 쪽에서 누군가 남녀 두명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빠님 왈 마산의 붕어님과 성남의 고메짱이님란다.

 

오잉? 마산의 붕어님이 여기까지?
이윽고 우리 쪽에 온 붕어님과 고메짱님을 맞느라 한 차례 작은 술렁임이 시작되고...
아하! 그렇게 만나기 힘들었던 붕어님을 여기에서 만나는구나, 그것도 얼음 위에서.

한 마디로 얼음 위에서 3짜 붕어를 낚은 모습이 되는건가?
요즘 한창 직장이 바쁠텐데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네, 설을 쇠려고 작년여름에 찾아먹지 못한 여름휴가를 이제 얻어서 올라왔습니다."

 

챗방에서는 자주 만났지만 작년 여러번의 출조 때도 만나지 못했던 붕어님을 여기에서 만났던 것이다.
어차피 오늘 낚시는 아닌 것 같다.  오후 3시 30분 경 입질도 없고 얼음 위의 그림자가 길어지자
서둘러 대를 접고 멀리 떨어져 있는 한선배님의 자리에 가 보았다.
자리를 옮긴 한선배님은 이미 23센티의 붕어를 한 수 해 놓으신 터였다.
"어이구~ 붕어야 너 본지 오래구나!"
하며 나는 내가 낚은 것이라도 되는 양 만지작거려 보았다.
"하하하~ 그래요, 많이 만져봐요, 귀한 붕어니까..."
하시며 한선배님은 웃으셨다.

 

그 시간 이후 단 한 마리밖에 없는 붕어는 인기가 최고, 무척 바빠졌다.
저마다 손에 들고 기념촬영할 목적으로 여기저기 불려다녀(?)  바빠진 것.
바쁘게 일했던 그 붕어는 결국 그 공로(?)를 인정받아 얼음 구멍 속으로 방생되었다.
이제는 낚시를 끝낼 시간, 모두들 낚싯대를 접고 기념촬영을 후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대여섯시간 얼음 위에서의 낚시, 비록 한마리 나낚지 못했어도 처음의 얼음낚시란 것에 의미를 두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6호바늘님에게서 핸드폰이 왔다.
"그린성! 못잡았다며? 올라오는 길에 모두 차에서 내려요."
영문을 모르는 나는
"왜? 6호!" 하고 물었더니
"아? 한마리도 잡지못하셨으면 오는 길에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러
붕어를 사서라도 갖다 줘야 할 것 아녜욧!"
푸하하하하하 그것 말 되네...

 

'다시보자 얼음구멍, 내 언제 너를 다시 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