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곳/아리엘남성합창(얘기)

그날 저녁, 단지 밥과 김치와 어묵탕이 있었을 뿐인데...

green green 2008. 2. 15. 14:07

입춘은 지났으나 우수를 꼭 일주일 남겨 놓고 있었던 지난 주의

화요연습일(2월12일).
추위 모르고 사무실에서 한창 하던 일을 마무리 짓기 시작하던 시각인

오후 5시...
그날 따라 좀 바빴던 날, 나의 핸드폰에 메시지 도착 신호음이 울립니다.
"삐릿삐릿~"
순간, 하던일을 멈추고 오른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집어 메시지를 확인하니

웬 메시지 내용이 뽀빠이에게 구원 청하던 올리브처럼 다급합니다.

 

일찍가서긴영효좀도와죠요!
2/12 5:02pm
김용식
01X-20X3-6XX9

 

뭐가 그리 다급할까?
즉시 김용식 단원에게 핸드폰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집사님, 김영효집사 지금 뭐 하는데 그리 다급하게 그래요?"
김용식 집사에게서 뜻밖의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지금 김영효집사 저녁식사 준비하고 있어요, 밥도 짓고 부산 오뎅탕도
끓이는데 나는 시간이나 되어야 출발하니 먼저 가서 도와주쇼."

 

"이런, 고맙고 기쁜 일이나 하필 오늘 나도 좀 바쁜데,
황성길 총무님이 의논할 일이 있다며 오늘 조금 일찍 나오라고 했으나

아직 출발도 못했는데..."
될 수 있는대로 일찍 가겠다고 응답, 일을 더 하다가 5시 40분 경 사무실

나와 출발하니 연습실 도착 시각이 6시 20분쯤이던가?
초동교회 4층 연습실에 아직 단원들은 보이지 않으나

어라? 식당에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눈밝혀 자세히 보니 황총무님과 김용식집사, 김영효집사가 부지런히

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착했노라 인사하며 주방에 들어가 보니 구수한 어묵탕 냄새와 갓지은

밥 냄새가 진동합니다.
김영효집사는 가스불 위에 얹힌 어묵탕을 국자로 저으며 조리중이었고

김용식집사는 밥솥에 밥을 짓는 중이었으며

황성길총무는 도마 위의 잘 익은 김치를 썰는 중이었습니다.
무농약 재배지 물좋은 김용식집사의 부인 고향, '양평군 양동면의

유기농 쌀'로 지은 밥과 김영효집사가 직접 구입, 조리한

'부산표 어묵탕'과 황성길총무께서 조달한 '장군식당표' 김치로 식당의

테이블은 어느새 차려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당에 정성껏 차려진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단원들이 속속

도착하여 맛있게 들었습니다.
김용식집사의 기름진 유기농 햅쌀밥에 김영효집사의 솜씨 진한 어묵탕,
황성길총무의 막힘없는 솜씨로 장군식당에서 제공한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도록 잘 익은 김치...
"음, 바로 이 맛이야, 매주 먹던 김밥보다 월등히 좋아!"
밥과 어묵탕에 김치...
어떻게 생각하면 별것아닌듯한 그 날 저녁식사의 주.부식이었지만

어찌그리 맛있었는지, 속속 도착하여 함께 식사한 25명의 단원들 모두

준비하시느라 수고한 세 분께 감사했습니다. 

 

배부르고 등 따스했던 그날 저녁, 두 시간이 넘었던 연습이었지만

단원들은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번 저녁식사 봉사는 설 연휴 끝나가던 토요일(2월9일) 오후에

김용식집사와 김영효집사가 만나 박창근집사의 상점에 방문하여

담소 끝에 전격 이루어진 값진 봉사였으며

이날은 특히 박종훈, 권오병 두 단원이 새로 오셔서 연습실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 올랐습니다.
이 분위기는 연습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창단 이래 가장 많은 인원,

모두 34명이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열창했던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봉사는 봉사를 낳습니다.
앞으로도 풍성한 저녁식사가 게속 이어질 수도 있는 희소식입니다.
다음 주 연습일 저녁은 박영배집사가 제공하는 삶은 돼지고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좋은 합창으로 봉사하려는 아리엘남성합창단의 노력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