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낚시 이야기

green과 그린벨의 "낚시사랑 강남지부 시조회 初行記 #1"

green green 2008. 2. 26. 09:46

2001년 3월 18일...토요일 아침-
인터넷낚시사랑에 가입, 강남지부에서 활동한 지 첫번 째 맞는 시조회이다.
어제 저녁에 다 못한 준비, 준비라야 별 것 없지만 이틀동안 집에서 지낼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과 집안 치우기 등을 끝내고 보니 어느새 오후 1시가 넘는다.

이제 아이들은 큰 애가 중학 2년, 작은 애가 초등생 6년... 제법 컸다고 엄마, 아빠들을 따라다니지 않고 그냥 집에서 지내겠단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 온 작은 아이의 인사를 받으며 서둘러 차에 올라 아파트를 출발한 시각이 1시30분...
양재대로로 냅다 쏘면 집결장소인 서초구청 앞까지 20분도 안걸리는 거리였다.
그래도 2시 정각 출발이니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와 탄천교를 건너 양재대로를 달릴무렵, 서두르다 보니 선글라스를 빼놓고 못가져 왔다는 마눌님의 안타까운 탄식이 내 귀에 들려왔다.

 

그러나 마눌님의 안타까운 탄식도, 여기서 차를 돌리면 20분 정도 늦을 것이 뻔하니 불편하더라도 그냥가자는 나의 주장을 이기지 못했다.
야외에서 특히 물가에서 선글라스는 필수이지만 늦게 도착할 수는 없는 것, 그대로 양재대로를 달렸다.
약속장소인 주차장입구에서 기다리는 마이총님과 ZIPPO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서둘러 주차시키고 차에서 내리니 지부장님, 꾼선배님, 총무님... 많은 분들이 맨 꼴찌로 도착한 우리를 반겨 주었다.

흡사 수학여행이라도 떠나는 학생들처럼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띄우며 강남님들은 버스에 오른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가 막 도착, 버스에 오르는 우리를 야유(?)인지 환호인지 모를 함성으로...
이미 모두 도착하시어 출발준비를 끝낸 채 우리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에구,에구~ 이게 웬일이냐? 가까운 사람이 더 늦는다더니...내가 그 격이네.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것으로 기다림에 대한 송구함을 전했다.

 

대단한 일이었다.
20명 넘는 인원이 한 사람도 약속시각보다 늦게 온 사람이 없이 일찍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니...
정확히 2시 정각에 버스 안에서 6호바늘지부장님의 안내와 함께 인원점검이 끝나고 버스는 출발할 수 있었다.
매일 비치는 햇빛이지만 햇빛은 4계절에 따라 그 빛깔이 틀리다.
차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볕은 겨우내 비치던 햇볕과는 달리 화사한 기운이 감돌아 봄빛이 완연했다.
따사로운 봄볕과 강남님들의 낚수에의 열기로 차내의 기온은 상당히 높아 벌써 에어콘이 그리워진다.

 

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 새로 참석한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가 이어지면서 웃음바다가 되었고 특히 조력은 깊으나 아직 월척을 못했다는 월척거사님의 고백 부분에서 차 안은웃음의 절정을 이루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버스는 옆의 승용차 행렬을 보라는 듯 전용차로로 시원하게 달렸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이어서 지부장님의 오늘 낚시에 대한 장소와 시간계획에 대한 안내도 끝났고...
드디어 노바대사님의 권유(?)로 군침도는 이슬이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흐흐흐~ 이슬이에 관한 한, 작년9월정출 노성지 갈 때는 고사포동지가 앞장 서더니 오늘은 노바대사가...

 

15년 전에 항상 관광버스로 출조하는 동네 낚시회를 한 2년여동안 따라다닌 적이 있다.
낚시회가 출조할 때 밤낚시일 때는 저녁에 떠나지만 낮낚시일 때는 주로 새벽 1~2시에 떠난다.
물론 대부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어서이기도 하지만 한참 잠 잘시각이기 때문인지 버스 안의 조사들은 모두 잠 자기에 바쁘다.
그러나 낚시사랑의 님들은 잠을 잘 시간이 없다, 아니 잠 잘 필요가 없는 지도 모른다.왜냐하면 서로 담소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총무진에서 준비한 이슬이 한 박스가 모두 동이 날 무렵버스 안의 강남님들은 취향에 따라 여러군으로 나뉘어 졌다.
이름하여 주사파, 사색파, 그리고 담소파...
버스의 중간좌석위치인 새로 오신 빅베어선배님 곁으로 낚시꾼선배님, 대원군님, 노바대사님, 월척거사님의 주사파 본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흡연석으로 사용하는 뒷 좌석 부근에는 노털고문님, 엠마님, 아시바님, 코리님, 싹쓰리님, 지포님의 담소파가 운집했다.
또 요즈음 감기로 고생하시는 사색파의 거두 한대박선배님이 자리하신 앞 좌석부근에는 노털고문, 솔로님, 일영님...등 여러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버스가 시조회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주사파님들의 주공과 화술을 주무기로 하는 패권다툼이 계속되었는데 그 중 한토막...
월척거사동지의 닉네임은 평소 노바대사에게 항상 경계심(?)을 주기에 족했는데 이 날 따라 자기소개 할 때 월척거사동지의 무월척고백이 화근이 되어 노바대사에게 껀수를 주게 되었다.
주공과 화려한 화공을 이용하여 노바대사, 월척거사에게 도전하기를

 

대사:기양양해 하며 "저~ 월척거사님! 월도 못하면서 무슨 월척거삽니까?
월척거사가... 난 월 많이 한줄알고 쫄았는데."
거사:겸손한 말로 "언젠가는 월을 하겠다는 이야깁니다, 월이 어렵운건지 내가 복이 없는건지... 대사님."
대사:심각하게 생각하다가 "에잉~ 거사란 닉이 영 거북하니 오늘부터 피라미거사로 닉네임 바꿔요, 피리거사로... 음~ 햐햐햐"
거사:어이가 없다는듯 "허허~ 닉을 왜 바꿔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사님은 월 좀 많이 하셨수?"
대사:특유의 표정과 제스처로 "아~ 그건 서열 2위가 말해주지 않소? 자세한 건 알 필요 없고..." 또 한번 "음 햐햐햐"
이렇게 하여 대사와 거사의 공방은 계속되었지만 막상막하, 그날 두 오짜님들의 공방과 할거하는 주사파 여러님들의 무용담을 이런 식으로 쓰자면 이 이야기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
그래서 이 졍도에서 접고...

 

버스는 어느새 대전으로 접어들었다.
도중에 엑스포 인터체인지 부근에서 조제비님이 아들제비(?)와 함께 동승했다.
"세상에 누구는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지만 조제비님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도 세우네, 시속 100킬로미터로 주행하는 버스를..."
어느덧 버스는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로 접어들었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에는 크고 작은 저수지가 몇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역시 물 많은 호남은 가히 낚수의 천국이라 할 만 하군...'
우선 포인트를 찾아 대를편 후 모이라는 지부장님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가방과 짐을 챙겨 저마다 포인트를 찾아 시야에서 속속 사라졌다.
이름하여 궁산지... 호남지부님들이 수일에 걸친 탐조활동 끝에 찾아냉 저수지이다.

 

잠시 후 그 많은 인원이 어디로 다 갔는지 내 눈에는 좌측에 앉으신 조제비님과 6호지부장님, 그리고 우측으로 낚시꾼선배님 밖에 뵈지 않는다.
나의 포인트는 본부석에서 150미터쯤 떨어진 곳...
원래 본부석 근처자리는 꽝조사를 면하기 어렵다.
밤새 사람들이 오가고 때에 따라 고성(?)이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낙수삼매경에 빠질 사람들은 이 자리를 피한다.

 

평소 본부석은 피하지만 오늘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린벨과 함게 있으니 먼 곳으로 잡으면 불편한 것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
이를테면 곧 있을 저녁식사 모임이라든가, 밤 중에 무슨 일이 있을 때 또는 내일 철 수 때까지 본부석의 전달사항을 신속하게 접수하기 위한 심리적인 위안감을 위해서이다.
내가 앉은 자리는 앞 걸림이 없는 곳, 밤낚시를 편히 하려면 수초대 보다 이런 곳이 좋다.
갈대 등 수초가 없으니 수심이 깊었다.
한 2미터는 족히 될 듯 싶었다.

 

대편성은 2칸반, 세칸, 네칸을 펼쳤고 미끼는 지렁이와 떡밥을 썼다.
바로 옆에 앉은 그린벨 앞에는 2칸짜리를 설치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
모처럼의 동반낚시이니 미끼는 내가 갈아 주기로 하고더라도 독립된 대를 편성해 줘야 낚시에 흥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것 아닌가?
사실, 그 동안 낚시터는 여러번 같이 다녔지만 독립된 낚시대를 편성해 주기는 처음이었다.
앞으로 같이 다닐 기회 있을 때 마다 독립된 대를 편성 해 주리라.
그러면 언젠가 제 힘으로 지렁이 미끼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