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그 상황이 다시 온다면 ...
지난 수요일 밤,
내가 다니는 교회의 남신도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부(父)라보 아버지 스쿨' 첫 시간을 수강했다.
부(父)라보 아버지 스쿨은 '좋은 아버지 재단'의 송길원 목사가
오늘날 혼돈 속에 역할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아버지들을 위한 5주 완성의 길잡이
교육이며 많은 호응이 있는 프로그램.
5주 교육을 마치면 '아버지면허증'을 발급해 주는 것이 특징, 상징적으로서의 의미이다.
이제는 대학생으로 다 자란 우리집 아이들, 굳이 아버지로써의 교육은 때 늦었지만
그동안 아버지로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의 반성 차원과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요즘 세대의 좋은 아버지 노릇인지 알고 싶기도 했다.
수강신청한 40여명의 자들을 7여명씩 묶어 조를 편성하고 각 조에 한명씩 대표를 임명했는데
4조의 대표로 택함을 받았다.
4조 대표라...? 그거 쉬운 것 아닐텐데...
첫 시간 강의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침과 동시에
자녀들 마음 속으로 파고 들어가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하라는 메시지.
그러나 내게는 '다 자란 아이들과 내가 무슨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또 이 늦은 나이에
무슨 교육을 받아 아이들 눈높이, 귀높이, 키높이를 하겠는가?' 하는 비평이 앞섰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교육으로 인해 지난날 아이들에게 무엇을 잘못했으며 어떻게 살았나 하는
회한을 곰씹기 위한 시간이라고 시간 내내 수강신청의 이유를 애써 생각해냈다.
강사 송길원 목사의 탁월한 스피치로 열어가는 강의는 아이들에게 괴물로서의 아빠가 아닌
동조자, 동료, 동질감으로서의 아버지일 것과 그렇게하여 올바른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맞는 얘기인 것 같다.
아이들의 높이에 맞추지 않았던 과거 다른 아버지들과 나의 생각과 행적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 사례를 통해 적나라하게 예시 되었다.
수강 중 자각한 커다란 깨달음 하나,
'이 교육을 예전에 받았더라면 그 때 시절, 절대로 좋은 아버지로써의 기본을 쌓아 올수 있었을텐데.
'반중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조선 중기 박인로가 친구 이덕형의 집에 갔다가 느낀 감정을 읊은 시조,
효도코자하나 이미 이 땅에 없는 부모님을 그리고 아쉬워 하며 읊은 시조이다.
그런데 '부(父)라보 아버지 스쿨' 첫 수강 후 그 감정이 오직 부모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내 부모 뿐 아니라 내 아이들에게도 꼭 같은 감정을 느꼈다.
과거 아이들 어렸을 적, 그들에게 내린 많은 금지령을 생각하며 후회하기엔 때가 늦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
그 때만 해도 피자와 햄버거는 이제 88올림픽 전후 해서 쏟아져 들어 온,
우리와는 밀접하지 않은 먹을거리인줄 알았다.
1990년대 초기 우리집 아이들이 아직 코흘리기 시절, 아이들이 먹고싶어 안달하던
피자헛의 피자를 먹지 못하게 아내에게 절대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피자야? 애들한테 피자 사주기만 해봐..."
지금은 어떤가?
아이들은 물론 퇴근길에 오히려 내가 피자 와 콜라를 사 가지고 들어 가는 때 아닌가?
그 저녁 때 집에서 피자 한 두판이면 온가족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가?
진작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아이들의 욕구를 꺽지 말 것을...
아이들의 욕구에 의한 요구, 내 취향과 마음에 안든다고 무조건 거절했던 것이다.
지난 시절이지만 아이들에게 늘 곱게 대하지 못했던 그 시절이 부끄럽다.
'아! 그때 아이들에게 피자 뿐 아니라
많은 것을 허락해 줄것을...'
green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