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주일 오후의 공연, 한신교회 연주를 끝내고...
여러 날 동안 계획하고 준비한 한신교회에서 연주가 모든 단원들의 수고로 잘 끝났다.
지난 3월 30일(주일) 오후 3시, 한신교회 남신도회에서 주최한 초청연주회는
창단 이래 연주 무대에 선 단원 수가 제일 많았던 연주회로 아리엘의 히스토리에 특별히 기록되었다.
위와 같이 기록되는 좋은 날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쉬운 점들도있어 그 날의 연주회를
돌이켜 회상하며, 좋았던 점은 무엇이며 아쉬운 점은 또 무엇인가 찾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가장 바쁜 시간, 주일 오후 2시에 모여야 함은 우리에게 늘 어려운 부담이다.
그러나 부담을 부담으로만 남겨놓지 않고 멀리 양평과 인천, 일산, 분당 등
경기 각지역에서부터 서울지역 단원까지 모든 단원이 주일예배 끝내고, 더러는 찬양대 연습
마치거나 연습 도중 빠져 나와 공연장인 한신교회에 혼연일체로 모였다.
이 점은 각자 적진에 침투, 어느 한 장소에 함께 모여 대장의 지시에 따라 일시에 공격하여
적을 제압하는 특공대의 그것과 같다. 만일 각자의 모이는 시각이 틀리다면, 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날의 작전은 참패일 수 밖에 없다. 참패의 결과는 죽음이다.
모이는 시간 철저준수 원칙에 따라 그날 우리 단원들은 시간을 철저히 지킬 수 있었기에 연주 전,
마음의 여유를 찾아 연습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평온한 마음으로 연주에 임할 수 있었다.
드디어 예배가 시작되고 한신교회 담임 강용규 목사의 설교가 끝나면서 음악회의 연주 시작.
소프라노 이미경의 독창 '찬양의 이유되신 주'와 '주는 나의 피난처'는 청아한 목소리로
좌중을 주목시켰으며 약간의 부조화 속에 테너 홍석호와 베이스강성근의 중창 '야베스의 기도'와
내 주 되신 주를 참사랑하고'가 조용히 끝나자 다시 독창, 메조소프라노 최미란의 열창으로
'깊은 강'과 '참 좋으신 주님'을 그윽하게 불러주어 본당을 메운 300여명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기다리던 우리 합창단의 차례,
찬양대석에서 앞줄부터 빠져나간 우리는 강단에 마련된 무대에 차례로 도열하기 시작하여
4줄로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무대를 향해 줄 지어 나오는 단원들의 모습이 제각각,
그것은 악보를 손에 쥔 모습이 오른손과 왼손 등 통일되어 있은 것과 그 때문에 걷는 모습이
더욱 중구난방으로 보이는 안타까운 모습.
무대에서의 도열이 모두 끝나고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악보를 펼 때
악보의 파지가 통일되지 않아 펼치는 그 모습이 또 제각각.
'구주를 생각만 해도'는 그날 연주의 첫곡이자 대표곡,
어느정도 '다듬어진 우리의 소리'와 지휘자를 응시하며 항상 염두에 둔 '우리의 절제'는
이 곡을 무난하게 소화함은 물론 좌중을 압도했다.
둘째 곡 '능하신 주의 손'과 셋째 곡 '전신갑주'이 첫곡의 분위기를 이어 잘 소화하여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중의 박수소리는 그 강도가 점점 커졌고 툭히 마지막 곡 '거룩한 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앵콜이 쏟아져 나왔다.
역시~
기다리던 앵콜, 그래서 우리는 앵콜곡으로 '원해'를 준비하지 않았던가?
그래 멋지게 마무리 하자!
관객들의 환호에 따라,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시작된 박지훈 곡 '원해'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님을 찬양하기 원해, 나 주님 얼굴 보기 원해...'
그런데 이게 웬일?
노래의 절반 정도 불렀을 때 누군가 뒷줄에서 한 박자 이상 빨리 튀어 나왔다.
'주님 만이...' 이 부분이었던가?
당황한 우리들이 침착함 잃지 않도록 애써 진정시키며 지휘하는 지휘자님의 모습과
그 이후 우리들의 기죽은 합창소리가 오버랩 되며 '원해'는 궤도를 이탈,
이미 우리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힘잃어 천천히 달리지만 멈출 수 없는 기관차의 운명처럼..
그날의 연주는 아쉬움 속에 이렇게 끝났다.
연주가 끝난 후 한신교회 담임목사님과 장로님들로부터
많은 찬사와 격려가 있었으며 '아리엘남성합창단 덕택에 좋은 남신도 헌신예배와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많은 교우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 청했던 앵콜곡이었지만, 앵콜곡의 진부함이 그들에게는 그것이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 앞으로의 연주회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할 일이다.
더구나 그 곡은 연주 당일, 예배가 곧 시작되는 모자라는 시간때문에 단 한 번의 연습으로 끝나지 않았던가?
아! 현장에서 단 5분의 연습시간이 더 있었어도...
에필로그...
연주가 끝나고 나중에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애초에 한신교회 교인들은 우리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포스터가 너무 거창한 것 아니냐는 담임목사님의 애정어린 조크와
그 포스터의 메인 사진으로 올려져 있는 나이 지긋한듯한 우리 단원들의 모습을 보며
그 분들은 우리의 한계를 나름대로 예측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날, 잘 다듬어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듣고 그들은 놀랐다.
'어, 소리가 잘 다듬어져 있는데...?'
대부분 이렇게 생각했으며 객석 여기저기서 감탄의 표정이 역력했다.
첫곡 '구주를 생각만 해도'를 듣는 순간 그들의 예측은 여지없이 허물어졌고 그 후 숨 죽이며
우리의 합창을 경청했던 것...
앞으로 더욱 꼼꼼한 준비로 어느 연주회 때나 그날 연주 현장에서와 같이
작고 큰 실수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함께 연주하신 솔리스트와 모든 단원,
그리고 좋은 합창으로 이끄신 김호식지휘자님과 김윤아반주자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황성길총무님, 이정우부총무님과 김의신, 박은배, 박준규, 김용식 각 파트장님들과
어려운 중에 시간 늦지않게 도착, 함께 하신 모든 단원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