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개 이야기 #4 (뒷산 올라 개 잡는 날)

green green 2008. 7. 19. 09:04
오늘 아침부터 태풍의 영향에 따라 전국적으로 비 내리는 오늘이 초복(初伏).
아직 큰 비 없던 터에 장마인지 아닌지 모를 올 여름의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무더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말복까지 20일동안은 멍멍이나 특히 달구들에겐 어렵고 어려운
고난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되니 이를 애석히 여기며 위로의 노래 한 소절 부르노라.

'...

어려운 시절이 닥쳐 오리니

잘 쉬어라 켄터키 옛집~'

무지하게 뜨거운 여름 어느날
마을 뒷산에 동네청년, 아저씨들이 웅성대며 뭔가를 하는 모양인데...
아! 몽둥이로 개를 패려 하고 있군.
아마도 '개 패듯...'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 분명하지?
다시 얘기로 돌아와서,

커다란 개는 나무에 매달려 대롱대며 패는대로 얻어 맞다가 저런!

목에 묶인 줄이 풀렸다.
아, 잠시 비틀대는듯 하니 풀린개는 무서운 속도로 어디론가 깨갱대며 달아난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과연 이 개, 초견적인 힘이 나오고 있다.

몽둥이 들고 그 뒤를 헐레벌떡 �는 동네 남정네들... 
그러나 결국 멍멍이는 탕출에 성공,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큰 돌로 만든 화덕 위에 걸쳐놓은 가마솥 속의 물은 활활 타는
장작불 위에서 하릴없이 펄펄 끓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다 잡은 개를 놓쳐 허탈한 마음 감출 수 없는 소나무 밑의 남정네들,

웅성대며 뭔가를 논의하더니 이내 청년 두명이 마대자루를 들고 마을로 내려간다.

잠시 후 두 청년은 마대자루에 뭔가 담아 어깨에 메고 올라온다.
마대자루에서 꺼낸 것은 닭... 웬닭?
놓쳐버린 누렁이 대신 누군가의 닭장에서 닭을 댓 마리 잡아 왔던 것.
기다리전 남정네들은 순식간에 달구들의 목은 비틀어져 물이 펄펄 끓는
가마 솥에 쳐 넣자 잠시 가마 솥 속에서 퍼득거리는 둔탁한 음이 들리더니
가마솥은 다시 잠잠해진듯...
꿩대신 닭이라더니 개 대신 닭인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

그날 이후  결국 죽음 앞에서 탈출에 성공한 그 누렁이,

다시는 그 마을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 이야기는

100% 사실이며 어느 마을, 누구에게나 마다 있을듯한 이야기.
그리 오래 전 이야기는 아니다.
30여년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촌이나 도시의 변두리에서
이맘 때면 흔히 볼수 있는 진풍경, 복날의 모습이었다.

필자 역시 군대 가기 바로 전해인 1976년 작은형님의 직장 친구분들 따라
양수리의 어느 개울에서 한번 호되게 누렁이고기 먹은 적이 있다.
나의 시력이 나쁘다고 나쁜 눈에 특효라며 누렁이의 생간을 먹으라며 권해

오만상을 찡그리며 받아먹고는 쓴 소주로 입가심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오늘이 초복, 내 주위의 사람들은 오늘 무엇을 먹을까?
멍멍탕? 삼계탕? 우족탕? 도가니탕? 아니면... 생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