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초보 green의 낚시 이야기 #8 (생애 가장 큰 월척을 안겨 준 출조...)
얼마나 오랜 기다림인가?
green이서른 세살 되던 해 만난 greenbell(나중에 지어 준 닉네임)은 나에게 있어
천사가나타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이젠재주가 늘어 이삼 일에 한번씩 만나기 시작한 세번 째 만남을 아예 낚시터에서 하기로 했다.
어차피백년가약 맺으려는 남자가 하는 낚시가 도대체 뭔지는 알아야 할것 아닌가?
"저~낚시 해 보셨어요? 아니면 하는 거라도 보셨어요?"
하고두번 째 만남에서 조심스럽게 물어 본 것은 나였다.
"아뇨?해 보진 않았어요, 그런데 아빠가 옛날에 낚시를 많이 하셨어요."
ㅎㅎㅎ다행이네...
아빠도낚시를 하셨음을 강조한다.
"네~그렇군요. 아버지께서 낚시를 좋아하시는군요, 지금도 좋아하세요?"
하고물었더니 생긋 웃으며
"아녜요,한 10년 전부터는 낚시 그만 두시고 이젠 등산을 하세요."
음~낚시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시군. 한번 낚시데이트를 신청해?
"저~내일 일요일인데 우리 낚시나 갈까요? 가까운 용인근처에 내가 잘 아는 낚시터가 있거든요."
이렇게 해서 greenbell과의 세번째 만남을 물가에서의 갖기로 했다.
장소는안성의 고삼지,
고삼지로정한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 고향이 용인이었기 때문에 낮설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고삼저수지에는 좌대가 있기 때문...
좌대의에서의오붓한 데이트가 훨씬 낭만적(?)일거라는 나의 판단이었던 것.
'아!물 가운데서 갖는 데이트와 그 분위기에서의 낚시는...?'
그럴수 밖에, 데이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생각만 해도 황홀했다.
오늘의작전 대성공!!!
나야물론론 예쁜 그녀가 맘에 들고 좋지만 혹시 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낚시를 따라 갈리 있겠는가.
그녀가나를 좋아하고 잇다는 확신이 서는 순간이었다.
사실나의 취미인 낚시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려고 시작되었던 얘기인데 의외로 입질이 빨랐다.
포인트와미끼(?)가 대단히 좋았던 모양이다.
그날뛸듯이 기쁜 나는 그녀를 집앞까지 데려다 준 후 그 길로 고삼저수지 한사장님에게 전화,
좌대예약을끝냈다.
1986년 6월 29일, 나는 이 날을 잊을수가 없다.
6.29선언과는전혀 상관없다, 그것은 1987년 발표니까...
바로이 날이 greenbell과의 첫 낚시를 한 날이다.
사실오늘 이 때까지 그 날이 몇일이었는지는 모르고 지냈지만 이 글을 쓰다보니 그해 6월 봉급 받아
주머니두둑했던 첫 토요일이니까 그 날이 6월 29일인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래서기록이 필요한 것이로구나...
일요일아침 8시...
나는정확하게 약속장소인 그녀의 아파트입구에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8시가 다 되도록 그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혹시,부모님께 낚시가는 것을 허락을 받아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하루밤 사이 그새 내가싫어진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생각을 하며 초조하게 기다린 시간, 그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잠깐한눈 판 사이, 8시 5분경 그녀가 나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오는 greenbell이 멀리 보인다.
시원한밀짚모자에 썬글라스 걸친 7부바지에 분홍색 티셔츠의 가벼운 외출복차림, 그 아름다움이란...
우리는 곧 그 건너편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곳에서 곧 떠날 용인행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커다란낚시가방을 선반에 구겨넣다시피하고 그녀를 창가 쪽 자리에 앉혔다.
"옛날에아버지 따라 낚시 간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나와 처음 낚시 가는 소감이 어때요?"
"예`아주 좋아요. 그 때는 어려서 낚시에는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오늘은 낚시가 뭔지 알고 싶어요."
읔!낚시가 뭔지 알고 싶단다, 만년초보인 나도 낚시를 모르는데...
"아?낚시요? 재미있어요. 그거, 잡혀주면 좋고 안 잡혀도 다음을 기약하고."
아무튼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다.
이대로라면낚시터에 가지 않아도 좋을듯 싶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그런데더구나 좋아하는 낚시를 함께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흡족했다.
갑자기예쁜 그녀가 내 소유물이라도 된다는 표시인양 옷 앞깃에 무언가 달아주고 싶었다.
달아줄 것이 흡족히 없어 낚시가방에 있는 릴용 방울을 꺼내어 그녀의 옷깃에 달아 주었다.
그녀가무슨 방울이냐고 물었다.
"이거요? 릴용 방울이라고 하는 건데요. 낚시에 물고기가 낚이면 이 방울이 울려요,
뭔가우리가 만난 행운의 표시로 달아주고 싶어서요."
이렇게얘기하니 빙그레 웃는다.
한 시간여 고속도로를 달린 고속버스가 용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내려 라면과 음료, 과자류를 사기 위해 근처의 수퍼를 찾았다.
그녀가걸을 때마다 들리는 "딸랑~딸랑" 방울소리를 느끼면서...
쇼핑을마친 우리는 그 곳에서 택시를 타고 고삼지 향림으로 향했다.
6월말의날씨는 오전임에도 제법 더웠지만 벌써 여러좌대에 많은 조사들이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땡볕에파라솔을 펴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잔잔한 바람도 불고 해서 낚시는 별로인 것 같았다.
우리를배에 태워 실어주던 좌대집 한사장 말에 의하면
"원래고삼지는 일요일에는 낚시가 잘 안됩니다. 아마 내일이면 많이 쏟아질걸요?"
하긴,일요일날 낚시 안되는 곳이 어디 고삼지 뿐이랴?
애당초오늘의 목적은 물고기 잡는 낚시가 아니었기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은 나는 피식 하고 웃었다.
그녀는좌대로 향하는 배위에서 물에 손을 적시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한사장님은이런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우리를 물 한가운데 있는 좌대로 안내했다.
근처의좌대와는 꽤 떨어진 거리로 한사장님이 안내한 좌대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를좌대에 내려주고 한사장님이 탄 배는 우리가 떠나온 곳을 향하여 멀어져 갔다.
무거운낚시가방을 열고 3.5, 3.0, 3.5칸 세대를 물위에 펼쳤다.
배가고프므로 라면을 끓일 작정으로 좌대 한편에 코펠과 버너를 꺼내어 물을 끓이고...
구름 한점없는 좀 더운 날씨였지만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대를펼쳐놓은 지 30여분이 지나니 3.0칸에 입질이 온다.
바쁜마음에 더 기다릴 것도 없이 채니 이게 뭐야, 피라미기 걸려나오는 것이 아니가?
쯧쯧~첫 마수거리부터 피라미라니?
하지만그녀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어머?한 마리 잡았어요! 축하해요, 근데 그 고기 이름이 뭐죠?"
피라미니 붕어를 잘 모르는 그녀는 그저 한 마리 낚은 것이 그렇게 신기히고 좋았던 모양이었다.
"에이~이건 피라미라고 하는 놈이예요, 피라미 잡으려고 낚시하는 건 아닌데..."
하며머리를 긁자
"어때요?피라미도 물고기는 물고기인데요, 어머 저기 또 움직여요."
이번엔2.5칸대에 입질이 왔다.
끌어내니또 피라미...
속모르는 그녀는
"낚시잘 하시네요, 벌써 두 마리나 잡았어요."
ㅋㅋㅋ피라미를 낚고 어깨가 우쭐해 보기는 그 때가 처음인듯 싶다.
이렇게재미있던 그날 저녁 내 생애 최고의 황홀함이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