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가족 이야기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green green 2009. 5. 8. 09:55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화려한 예보다 정중하고 품위있는 예로
때때로 나를 기억해 주길..."

 

얼마전 주요 일간지의 전면을 장식했던 어느 납골묘의 신문광고 광고문안이다.
이 신문광고의 문안을 담당한 카피라이터는 흡사 망자(忘者)라도 된양 세인을 질타한다.
죽어서 잘 하기 보다 살아있을 때 잘 하라고...
가뜩이나 누르스름한 신문지면 위에 퇴락된 장판지 비슷한 색상의
바탕 위에 독특한 필체로 쓰여진 이 문안을 기억해 내는 분들이 계실지...

우리는 부모나 조부모 증조부모 등 조상이 돌아가신 후 3대까지 제사를
지내며 명절에는 성묘등을 통해 먼저 가신 분들을 기억하곤 한다.
나 역시 어렸을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큰댁의 제사와 명절날에는 차례에
따라다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종종 나에게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면...

 

"제사라는 것은 먼저 간 조상들이 후손들을 위해 만든 자리란다.
후손들이 이렇게 제수를 정성껏 준비한 젯상을 차렸지만 죽은 사람들이 이걸 먹겠니?"
"이 젯상은 조상들이 일년에 몇번 후손들 모여 음식을 나누며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큰 뜻이 숨어있는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며 제사는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산 사람들의 만남과
우의를 위해 조상님이 만들어 주신 뜻깊은 자리라는 말씀을 하셨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내게 손수 하신 얘기...과연 그럴까?
아버지는 그 때 이렇게 결론을 맺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죽은 다음에 잘 하면 무슨 소용 있겠니? 그저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속 썩이지 않고
효도를 다 하면 그만인 것을..."

 

그 후 40년, 세상사 참 빠르기도 하지.
어느새 내 나이도 옛날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그 때의 아버지 연세가 되었다. 
30년전인 1979년 한탄강에서 견지낚시하다 급류에 휩쓸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오늘따라 더 나는 이유는 오늘이 어버이날이이 때문일까...

 

두 달 후 아버지의 30주기 추도일이 다가온다.

그날 국내에 있는 우리 형제는 모두 모여 우애를 나누며 그동안 있었던 대소사와 함께
먼저 가신 아버지의 말씀을 또 기억할 것이다.
"죽은 후에 잘 하는 것 다 소용없다,

살아있을 때 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