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내 구두를 도둑 맞았습니다...
어젯밤 자정넘은 2시경 딸내미가 곤히 잠자던 나를 깨웠다.
자기방에서 공부하는데 문이 슬그머니 열리더니 웬 술취한 아저씨가 나타나더라나?
그리고 이 아저씨 하시는 말
"술이 취해 집을 잘못 찾아 왔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나가더라고...
이렇게 하소연을 끝낸 딸내미는
제 방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고 쿨쿨 코까지 골며 잠든 아빠가 미웠는지
"앞으로 문단속 철저히 하세요!" 하고 뾰로퉁해져서 제 방으로 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그런 일이 여지껏 없었는데...얼떨떨~
그런데 문제는 오늘 아침 출근 때 나타났다.
현관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어야 할 구두가 보이지 않는 것 아닌가?
혹시 하며 신장의 구석구석을 뒤져도, 문 밖에도 보이지 않는 신발은
아내와 아들, 딸을 집합시켜 캐 물어도 모르쇠.
순간 얼핏 떠오르는 어젯밤의 일...
혹시 그 취객이...? 새로 산지 몇개월 안되는 내 구두가 눈에 띄어 슬쩍?
아니지, 바꿔신고 갔더라면 낮선 신발이라도 남아 있어야 할일인데.
"아뿔싸! 그럼, 자기 신은 신고 내 신은 그냥 들고갔다고?
그리고 손잡이가 부러진 낮선 우산 하나가 현관 옆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
CIS 과학수사대의 호로시오 반장같이 번뜩이는 생각 하나.
흠~ 어제 자기 집 못찾아 헤매던 그 취객이 도둑이었구나!!!
범인은 흔적을 남긴다고 하던데 저 우산은 그 범인의 우산이 틀림없다.
아침의 소동 끝에 기분 좋지않은 상태로 다른 구두를 신었다.
문제의 구두가 아깝기도 했지만 도둑을 당했다는 사실이 무척 불쾌했다.
비가 내리므로 찝찝한 마음의 보상심리로 문제의 그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현관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 오는데 맨 아래 칸에 웬 검정 물체가 눈에 띈다.
다가가 보니 그 비를 청승맞게 다 맞으며 내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게 아닌가!
언제부터 이 비를 다 맞았는지 신발 안에는 이니 빗물이 고여 출렁인다.
사이즈가 맞지 않아 놓고 간걸까? 아니면 얼떨결에 자기 것이 아님을 알고 내려 놓고 간걸까?
구두에 물을 털어 현관 벽에 세워두고 나오는 길, 무심한 비는 그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