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친구'... 과연 '우리들의 전설'인가?
오래 전 영화, 곽경택 감독 연출의 '친구' 가 다시 뜨고 있다.
MBC에서 그때, 그 감독을 모셔다가 20부작 드라마로 각색,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란 제목으로 현재 4회까지 방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2부를 방영했던 지지난 주말보다 3.4회 방영했던 지난 주말의 시청률이
다소 늘어 10%에 진입하면서 제작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듯...
그런데 이 드라마는 조폭 영화 '친구'처럼 조폭드라마일뿐,
드라마 '친구'가 과연 '우리들의 전설'이 될 수 있을까?
과거 관람했던 곽경택 감독의 작품이라는 영화 '친구' 를 보면서 느낀 점,
느꼈던 심정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2001년 봄, 자세히 얘기하면4월 11일 토요일 오후...
매스컴에서 그렇게 격찬에 격찬을 마다했던 영화 '친구'를 관람했다.
그 전 해의 영화 'JSA'보다 관객동원을 앞질렀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
이 영화의 내용은 곽경택 감독의 초등학교 전후 때부터 죽마고우에 관한 이야기로
실제 부산의 어느 동네에 살았거나 살고 있는 네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한다.
1970년대 중반, 굉음을 내며 허름한 부산 어느 동네의 골목골목 달리는 연막소독차의
뒤를 동네 개구장이들이 무작정 좇는 흑백화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발단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유아시절부터 연속적으로 청년기를 그리는 동안
장면 하나하나 이어질 때 마다 향수를 자극하는 퇴락된 뒷골목의 모습과 "맞아, 그 때는 그랬지!"...
폭력조직의 두목을 아버지로 둔-준석, 가난한 장의사의 아들-동수,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상택, 밀수업자를 부모님으로 둔 귀여운 감초-중호... '친구는 그냥 친구'라는
상택의 독백을 통해 '오래두고 가깝게 사귄 벗'이라고 풀이하고 있을 뿐,
이 영화는 네 친구들이 초등학교 시절인 오래 전부터 친해야 했던 이유를 밝혀주지 않는데
스토리 전개상 굳이 밝힐 이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영화관람 도중 단체로 관람 온 다른 학교의 패거리들과 싸우는 과정과,
여학생 보컬그룹의 '레인보우' 리더인 진숙과 네 친구들의 관계 설정 등 여러 부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해 오히려 없어도 될 난삽한 부분으로 남았다.
더 보여주기 싫었는지도 모르는,
꿈 많은 어린 시절을 거쳐 그들이 성인이 되는 과정을 생략하고 성인이 된 후의 준석과 동수의,
각기 조직이 다른 조폭으로서의 새로운 만남이 결국 그들의 운명을 갈랐다.
어렸을적 약속이며 이상인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친구'보다
현실로써의, 새로이 접한 조직의 세력확장에서 '서로의 파멸'을 그들은 택했다.
패권다툼에서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을 지키지 못하고 소중한 친구의 목숨을
빼앗아 조직의 쓴맛을 보이는 결과를 가져 온다.
준석의 지시를 받은 조직원의 칼에 찔린 동수, 이때 진절머리를 치며 깊이 후벼 뒤튼 칼날에
으드득 하며 뼈가 으스러지던 소리는 아직도 나의 귓가를 파고 든다.
무슨 친구가 저래? 하고 감독에게 항의하고 싶지만 어쩌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는데...
'우리나라 영화중 가장 감동적이고 현실적이고 우정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별을 다섯개 씩이나 준 어느 평론가의 짧은 평이다.
현실적이라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감동적이라는 말과 우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는 말에는
공감할 수도 동의하고 싶지도 않다.
이 영화, 일단 흥행에서는 성공했다.
그후 이 영화의 영향으로 많은 조폭, 폭력영화가 뒤를 이었다.
조폭 마누라, 신라의 달밤, 두사부일체. 달마야 놀자, 화산고, 영화는 영화다, 비열한 거리,
거룩한 계보, 유감스러운 도시, 두사부일체, 투사부일체, 달콤한 인생, 깡패수업, 마린보이 ...
흥행에 성공했는지 안했는지 몰라도 이 외에 더 많은 영화들이 있어 이루 셀 수가 없다.
어느새 조폭영화의 형님뻘 되는 영화가 되었다.
서두에 말했듯이 지금 MBC에서는
영회 '친구'의 드라마 판,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방영하고 있다.
20회 분량으로 기획을 했다지만 다른 드라마처럼 인기 여하에 따라 4~6회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왜 제목에 '우리'라는 말을 써서 원치않는 나까지도
그 범주(우리)에 포함시키려 하는가?.
이 드라마는 조폭 영화 '친구'처럼 조폭 드라마일뿐,
드라마 '친구'는 '우리들의 전설'이 될 수 없다, 아니 되어서는 안된다.
'오래두어 사귄 친구'들의 우정이란 달콤한 향수로 폭력을 미화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