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가족 이야기

고백, 한여름밤의 단 한번 외도가 맞바람으로...

green green 2009. 7. 30. 08:28

3복 더위의 기세가 예년같지 않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열대야라는 단어가 뉴스를 장식할텐데
그렇지못한 것을 보면 올해의 여름도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안심 못하는 것은 보통 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인 장마가
오는 그동안 삶의 경험 때문이리라.

 

그래도 명색이 여름인데 그 더위가 어디 가겠는가?
요즘 밤의 온도가 열대야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후텁지근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틀지 않고는 요즘 아내와 함께 잠자기가  버겁다.
아내는 여성인지라 그냥 맨바닥에 얇은 홑요를 깔고 잠자기 어려운 체질,
날 더워 홑이불을 덮는다 하더라도 바닥은 제대로 된 요를 깔아야 한다.

 

선천적으로 몸이 더운 편인 나는 요즘 같은 여름, 바닥에 두꺼운 요를 깔고
잠을 청하지 못한다. 혹여 잠을 잘 수 있다 하더라도 홑이불도 덮지 못하거니와
요와 닿는 피부는 땀이 송송 맺혀 건강한 잠을 잘 수 없다.
어쩌다 깨어서 보면 어느새 내 몸은 요 위에서 떠나 찬 맨바닥으로 굴러가 있다.
이럴땐 남의 속 모르고 두꺼운 요 위에서 쿨쿨 잠 자는 아내가 밉살스럽다.

 

잠자리 트러블? 남녀가 함께 하는 잠자리가 불편하면 슬슬 외도가 발생하게 된다.
불편한 나의 잠자리, 한여름동안 넓은 대자리 펼친 거실에서 혼자 자기로 했다.
거실에서 아무것도 깔지도 덮지도 않고 자겠다는 폭탄선언이 아내는 달갑지 않다.
아내가 나의 한여름밤 외도에 대해 반대한 이유는
평소 내 몸에 자기 한 다리를 얹고 잠들기 좋아하는 아내이니 그럴 수 밖에.

 

임시방편으로 시장에서 죽부인을 사다 주었다.
죽부인을 아시는가? 옛날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던 여름의 필수 피서용구...
그 후 공식적인 별거(?)에 들어가 나의 잠자리는 거실의 대자리 위가 되었고
아내는 혼자 안방에서 죽부인을 끼고 잘 잔다.
아니, 죽남편이라고 불러야지.

 

대자리 위에 누운 나의 맨살이 닿는 촉감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안방에서 베개 하나 달랑 가지고 나와, 거실 바닥의 대자리 위에 누우면 잠자기 준비 끝.
반면 아내는 두꺼운 요 위에 죽남편 끼고 누우면 잠자기 준비 끝.
이렇게 하여 아내와 나, 서로가 인정하는 맞바람의 외도로 한여름 밤을 보낸다. 
우리집의 한여름밤은 이렇게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