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오는 정 가는 정, 추석명절 선물이야기...

green green 2009. 9. 29. 14:48

몇일 남지 않은 추석,

해마다 명절 때면 각 기업체에선 직원들을 상대로 떡값이나 보너스와 함께 선물을

한꾸러미씩 돌리곤 한다.

이 명절선물은 예로부터 일년에 한 두 번 일가친척집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도

필수품이므로 그 역사는 명절의 생성과 함께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명절선물이 농수산, 목축업에서 생산되는 1차산업의 부산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산업근대화 이후의 명절선물은 점점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1960년대 이전의 명절선물은 동네 정육점에서 파는 두서너근의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고작.
제대로 된 공산품 하나 제대로 없던 시대에 유일한 포장지, 신문이나 누런 양회(시멘트)
봉지에 둘둘 말린 쇠고기는 집집마다 단연 인기였다.

5.16이후 정부는 경제개발에 주력, 이 나라에도 공산품의 시대가 열리면서 명절선물이
농수산, 목축업에서 공산품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첫번째 공산품으로서의 명절 선물은 설탕인데 그 때만 해도 음식물에 단맛을 내려면 설탕대신
사카린 쓰던던 시대였으므로 순수한 우리의 기술로 만든 설탕선물은 풍요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설탕이 선물품목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1960년대가 끝나고 그 후 1970년대 초반기에
점차 나아지는 살림살이에 맞춰 이제 커피 맛을 알기 시작한 우리 국민들에게 커피셋트가
새로운 선물품목으로 등장, 설탕이 누리던 인기를 독차지하였다.

1970년대 후반에는 원양어업의 발달로 남태평양에서 잡아 오는 참치통조림선물셋트가 등장,
비교적 가격이 싼 이유로 지금도 서민들의 명절선물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식용유셋트와 양주셋트가 명절선물로 등장, 지금까지 그 명목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후 소시지와 햄 선물셋트가 등장, 양주셋트와 구색을 맞추었다.
 
이때즈음 처음으로 등장한 유가증권인 구두교환권은 명절선물시장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무거운 선물을 손에 들고 다니던 불편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주머니나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가능했기 때문에 인기는 최고였다.
우스갯소리 하나, 당시 고스톱 치다가 현금을 모두 잃으면 비록 액면가의 70~80%밖에 쳐 주지
않았지만 구두 상품권을 유용하게 사용했던 속 쓰린 추억도 있고 보면 구두표가 편리하긴 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갈비.정육셋트와 과일셋트가 인기몰이, 지금까지 인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사람은 역시 먹는 것이 최고의 선물인가 보다.

1990년대 초반에 나온 백화점상품권은 기존의 구두교환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고급스러움과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데 그 의의가 크다.
백화점상품권이 나온 이후 도서상품권, 관광상품권 주유소상품권 등 상품권의 전성기인듯 하다.
권면에 기재된 금액의 범위 내에서 발행점이 취급하는 모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품권은
돈 대신 뇌물의 용도로도 각광받기에 앞으로도 그 인기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명동 등 사채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사무실 앞 구두닦이 코너에서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사고
팔 수 있으니 상품권은 또 하나의 독자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간혹 정치권에서 뇌물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사과궤짝, 사과상자의 장본인
사과나 배, 포도 등 과일 선물도 역사는 오래 되었다.
명절 때는 제사상이나 손님접대 등에 요긴하게 쓰이는 과일이기 때문에
과일선물셋트는 시대를 타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요즘은 웰빙, 유기농 바람을 타고 과일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그 바람에 과일가격도 예전같지 않게 많이 오른 상태이다. 
 
몇년 전부터 새로운 선물이 하나 더 등장했다.
이름하여 화장지선물셋트...
화장지로 유명한 모 후배의 회사에서 처음 명절선물셋트로 출시하였다는데 첫째 가격이
저렴하고 전국 어디라도 배달한다니 올해 인기좀 끌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다 올릴 순 없지만 고구마, 김, 식용유, 밤 등 여러 선물세트가
명절을 앞두고 배과점이나 마트, 수퍼마켓, 시장에 준비되어있다.

올해는 어떤 선물을 하거나 받고 싶으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