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명절 풍속도, 정식 맞이는 아니지만...
모레가 추석, 올해의 추석은 일요일을 끼기 때문에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부모님 안계시니 오래 전 부터 형제들끼리 모여 지낸 명절은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8남매 중 다섯째이지만 위의 4분 중 두 분의 형님은 이 땅에 계시지 않고 또 두 분은
츨가외인이므로 설과 추석, 아버지와 어머니의 추도식 등 모임은 우리집에서 해왔다.
큰형님은 미국 이민, 작은형님은 20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으니 내가 형제의 대표.
아래의 두 남동생 가족들이 넓은 집은 아니지만 우리집에 모여 오손도손 지내며
맞는 명절은 서로 떨어져 살다 보면 무관심해질 수 있는 우리 형제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지속시키는 계기가 된다.
형제들이 모두 개신교인이어서 제사 형식은 기제사가 아닌 예배 형식이며 따라서
명절이나 제사의 준비는 번거롭지 않으니 함께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많다.
모임에 꼭 빼놓지 않는 행사는 명절 전날에 광어회, 도미회 등 싱싱한 횟거리를
가락동수산시장에서 직접 떠다가 모든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 전통은 어머니 돌아가시기 훨씬 전부터 해 온 행사이니 한 20여년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밤은 단체로 노래방을 가거나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보내고
이튿날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회를 마치고 성묘길을 나서는 것이 우리 집의 명절 풍습이었다.
지난 벌초 때 네째가 이번 추석은 분양받아 작년에 이사한 자기 아파트에서 지내자고
제의를 해 왔는데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아내와 상의 끝에 허락했다.
그동안 넓지않은 우리집에서 복닥거리며 명절이나 기일(忌日)을 지낸 것을 생각하면
넓은 동생 집에서 지내자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제의임에 틀림없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했다.
다섯째로서 맏이 노릇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 편치않을 수 밖에...
적어도 공식적인 8남매의 맏이인 '형'으로써 우리집에서 모든 행사를 치르는 권리를 포기하는
마음이 드니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편하다고 모두가 편한 것이 아닌 세상, 형제들과 그 가족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는 것이 손 위 형의 일이다 보니 한 발 물러설 수 밖에...
결정한 대로 이번 추석은 보다 넓은 동생네 집에서 지내고 내년 설은 우리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편치 않지만 함께 모이는 구성원들의 편리함을 따라야지 별 수 있겠나 싶다.
내일 아침 일찍 구로동에 있는 동생네 집에 3형제가 모여 우선 낮에 양수리 묘역에
미리 성묘를 하고 돌아 와 명절 이브를 맞을 계획이다.
그리고 모레 추석당일 아침, 조상에 대한 감사 기도회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중 각자의
처가 방문 등으로 이번 추석 행사를 마무리 할 게힉이지만 장인장모 모두 10여년 전에 돌아가시고
처남마저 미국 이민가 버린 터라 우리 부부는 늘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