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3. 몸 값 주고 풀려나 경찰에 신고하다...
"어! 사장님 일어나셨네, 어젯 밤 꽤 취하셨던데요?"
귀신 씨나락 까먹는 하고 있군. 내가 취했다고?
"새벽녘에 여기 끌려와서 술마신 일 없는 내가 왜 술값을 내야 하느냐"며
정신 또렷했던 어젯밤의 일을 생생하게 설명하며 항변했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 오는 이들의 태도는 공갈협박 반, 회유 반 엄포밖에 없었다.
"아저씨, 여기서 술값 내지 않고 나간 사람 아무도 없어, 빨리 나가고 싶지 않아요?"
허!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더니 이건 너무 한다.
눈 뜨고도 당한 일이니 어찌 통탄하지 않으랴.
그래, 일단 여기서 나가야겠다.
먹지도 않은 술을 값 치루라고 하는 놈들이니그냥 보내줄 놈들은 절대 아닌 것 같고...
더구나 이들이 돈 받아 내려고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먹지 않은 술이니 저희들이 마음대로 꾸몄을 계산서를 가져 오라고 했다.
기다렸다는듯이 한 놈이 재빨리 계산서를 가져온다.
게산서를 살펴 보니 50여만원, 당시의 웬만한 대졸 신입사원 한달치 봉급이 넘는다.
이런! 양주가 큰 병으로 4병, 계산서에 인쇄된 안주란 안주는 몽땅 1~2접시씩
먹었고 아가씨를 세명씩이나 불렀단다.
대단한 놈들이다, 밴드 부르지 않은 걸로 계산해 놓은 것만도 다행이다.
튀겨도 너무 튀겼다. 봉이 김선달 찜쪄 먹을 놈들...
놈들은 현재 카드나 돈이 없을테니 집에 전화를 걸어 돈을 갖고 나오게 하란다.
알기도 잘 아네, 하긴 새벽녘 길거리에서 버려진 내 몸을 다 뒤졌으니 잘 알테지...
우선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더니 여경리 직원이 전화를 받았는데 왜 아직 출근
안하시냐고 물으며 어제 포장마차에 같이 있었던 2년차 H사원이 아직 안나왔단다.
"아니, H사원도 안나왔다고? 웬일이야!"
어제 같이 술 먹고 함께 택시 기다리다가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그래, 우선 여길 빨리 빠져 나가서 자초지종 을 경찰에 고발하여 해결하자.
사무실의 경리에게 명하기를 또 다른 직원 S대리에게 돈을 내 주어 가져나오게 했다.
S대리가 돈을 가져와 지불한 후에야 그 집에서 풀려날 수가 있었는데.
술 먹지 않았는데 값을 치루니 숫제 납치 감금에 대한 몸 값 지불이라 해야 옳은 표현이다.
추후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S대리와 함께 이 집의 위치나 확실히 알아두었다.
사무실 출근이고 뭐고 일단 간밤에 한숨 못잤을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몰골을 보고 놀라는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는데 처음엔 믿지 않았다.
샤워 후 시원한 방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는다.
생각할수록 분통 터져 벌떡 일어나 서초경찰서 형사계로 전화를 걸어
어젯밤과 새벽에 걸쳐 일어난 일을 소상히 신고하며 수사해 줄 것을 요구 했다.
그러나 한마디로 거절 당했다.
거절의 이유로는 강남.서초경찰서엔 하룻밤에 유사한 사건이 평균 4건씩 신고가
들어오지만 해결된 건은 단 한건도 없단다.
술 마신 사람의 증언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예를 들어 술집에선 손님이 술 시켜서 주었더니 마시고 난 후 안먹었다고 오리발
내민다는 증언을 할 것이 뻔하단다.
이러한 경우 백이면 백, 어제 일을 잘 기억을 못하는 취객인 신고자의 증언보다
업소의 증언을 채택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마취 납치 건은 최소한의 차량번호도 모르니 단서가 없어 수사할 수 없 다는
담당 형사의 눈물이 나도록 자상하고 친절한(?) 소개였다.
일리가 있는 말 같이 들리지만
그 말 속에서 경찰과 업소간의 커넥션이 떠 오르는 건 웬일인지...
그렇다, 저들은 지금 강남의 유흥업소의 정기적인 상납을 받고 있을 터이다.
그러니 수사하려는 의지는 커녕거짓말로 모면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건 또 웬일일까.
이렇게 억울할데가... 이대로 있을 수 없다.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어제의 일을
다시금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