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의 눈에 비친 '차카게 살자...'
잔뜩 찌푸렸지만 비는 오지 않던 몇년 전 여름의 어느 주말 오후,
후텁지근한 날씨에
다른 이들은 산으로 물로 들판으로 향하고도 남았을 시각...
그 어느 곳에도 갈 팔자 되지 않는 이 몸은 어찌어찌하다 보니
너댓평의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공간에 앉아 있다.
헐~ 공기마저 통하지 않는 후끈한 공간에는
너댓명의 먼저 입실한 선임자들이 덩치깨나 큰 사람을 중심으로 역시
벌거벗은채 둥글게 무리를 지어 있다.
이런! 그 어두운 공간에서도 무리를 지어 있는 사람들의 등짝과 팔엔 문신이
선명하게 보인다.
'앗, 저건 독수리...
어? 전건 또 하트... 이런, 용무늬닷!'
중심에 앉아있는 덩치큰 사람의 등짝에는 웬일인지 아무것도 없다.
감히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안본척 흘끔 훔쳐 본
그의 오른쪽 허벅지엔 저런저런! 용무늬의 문신이 커다랗게 각인되어 있다.
그럼 그렇지!
그들이 대화를 한다,
덩치큰 자 앞에 앉은 독수리 문신을 한 사람이
두목인듯한 덩치 큰 자에게 묻는다.
"성님 덥지않소? 난 더위는 못참소, 어이구 힘들다..."
덩치 큰자가 대답한다.
"참아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카더라, 여기서 나가면 좋은 데 데려갈께."
아! 등 하나 없는 어둠침침한 좁은 실내는
그렇지 않아도 한 여름 오후의 철근 엿가락 녹일듯한 열기인데
이 좁은 공간에는 문신한 사내들이 내 뿜는 열기로 가득찬다.
머리가 지끈히 아파오고 있다.
그래도 그 사내들은 이 정도는 이골이 난듯 대다수가 잘 참아내고 있다.
이러한 판국에 건장한 사내들 틈에 비집고 앉았던 나는 숨소리 하나 낼 수 없다.
긴장되는 순간...
나는 지금 강북의 미아리 근처 길음동에 있는 대형 찜질방에 있었다.
당시 수원 영통의 대형 찜질방 오픈 광고 계약 후 타 찜질방을 방문, 체험 중이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고열,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 온 몸에 문신한 사람들과 앉아 있자니 정말 진땀이 났다.
미아리 근처 길음동 어느 찜질방에서의 토요일 오후였다.
이상도 하지,
그날 따라 탕 안에는 문신한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많았다.
에구! 괜히 눈 마주치기가 무섭네.
막상 대화해 보니 모두 심성이 선한 사람들 같이 느껴졌는데...
누군가의 어깨에 문신한 글자가 한 눈에 들어온다. 따라 읽었다.
'차카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