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연주 & 관람 후기

영혼의 합창, 서울시합창단 117회 정기연주회 공연 후기 #2 [完]

green green 2010. 4. 10. 18:34

 

연주회의 전반부가 끝나고 15분 휴식이면 조금 길다고 할 수도...
그 시간에 1층 로비와 2층에 전시된 이순형 작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한 배려였다.
다른 곳에선 만나지 못해도 음악회에서 만나는 분들이 꼭 있는데 그 분들과 커피 한잔 나누며
이순형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새로운 맛이다.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둘째 날엔 국내 합창음악의 거장,
국내 남성합창의 역사를 한 몸에 지니고 있다는 유병무 선생을 만났던 요긴한 시간이었다.

 

네번 째 '팝, 드라마 주제곡, 뮤지컬 메들리' 미술감상과 함께
특히 이번 무대는 음악 그리는 화가 이순형 작가의 그림을 합창단 뒤의 배경 스크린에 투영,
음악과 미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함을 우리 관객들에게 선사하였다.  
합창단의 불러내는 노래의 흐름에 따라 역동성 있지만 잔잔하게 바뀌는 스크린 속의
이순형 작가 작품은 관객의 귀와 눈을 합창단과 스크린에서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첫곡 '보헤미안 랩소디'는 50대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록밴드 그룹 '퀸(영국)'의 명곡.

"이것이 현실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아카펠라로 합창단의 노래가 시작되면서 조용히 
피아노 반주가 울리면 이어서 "엄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라는 고백의 합창 후에 곧 
웅장한 오페라 분위기가 이어진다.
후반부에 전자기타와 드럼이 가세, 흥겨운 노래로 이어지는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
1989년도 까지 금지곡이었다. "엄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그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그는 지금 죽었어요..." 라는 가사 내용때문에.
아카펠라, 오페라, 헤비메탈 등 세 장르로 작곡된 이곡을 서울시합창단의 연주에서는
영어로 된 혼성합창과 함께 드럼과 콘트라베이스, 피아노의 세 악기로 훌륭히 재현해 내었다.

 

 

'Crane(백학)', 이 곡은 체첸공화국과 러시아와의 오랜 전투로 인해 불귀의 객이 된
체첸의 젊은 병사들이 카스피해 연안으로 날아드는 백학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의
라술 감자토비치 감자토프(Rasull Gamzatovich Gamzatov)의 음유시를 이오시프 코브존
(Losif Kobzon)이 러시아어로 번안, 작곡가 얀프레켈(Yan abranovich Frenkel)이한 곡.
비장한 가사로 이어지는 Cranes는 국내 드라마 모래시계에 삽입되었고 그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 내용처럼 흉금 저미는 애잔함을 표현하기가 쉽진 않았겠으나
다소 거칠고 굵디굵은 러시아 풍의 분위기를 서울시합창단의 남성부 합창으로 훌륭히 표현되었다.  

 

'A Concert Celebration', 이 곡은 1988년 영국 평의원을 지낸 유명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의 1980년대에 가장 많은 작품이 동시에
공연되는 명성을 얻은 그의 작품들을 모아 혼성 합창으로 엮었다.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 중에서 '오페라의 유령', '밤의 음악(Music of the Night),'
'에비타(Evita)'중에서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젠티나 (Don't cry for me Argentina)',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 중에서 슈퍼스타 (Superstar)',
'캣츠(Cats)' 중에서 '메모리(Memory)', '요셉과 놀라운 색동옷(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 중에서 '가라, 요셉(GO, GO, GO, Joseph)' 등의 메들리.
귀에 익은 음악들을 합창단이 모두 불러내자 참았던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드디어 터졌다.

  

다섯번 째 무대 '한국 합창곡'
첫곡 '견우와 직녀'는 현재 서울뮤지컬단 음악감독인 김명자 작곡가가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뮤지컬 스타일의 작품. 견우와 직녀 둘 사이의 헤어져 살아야 하는 슬픔을 예고라도 하듯
여성부의 허밍코러스가 곡의 서두부터 애잔하게 흐른다.

둘째 곡 '흥부와 놀부'는 어렸을 적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누구라도 한 번 쯤은 들었을 대표적 전래동화,
이 곡 역시 김명자 작곡가가 작곡, 우리 전통의 가락에 현대 서양음악의 요소를 구성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스타일이니만큼 연주 도중 음악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춤과 대사도 나온다.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건우와 직녀 중 갑자기 피아니스트까지 일어나 한 마디 대사 하는 퍼포먼스와
오세종 지휘자가 극중 옥황상제의 대사를 맡아 우리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줄지...

 

다섯번 째 무대의 마지막 곡은 뱃노래,
동, 서, 남 3면이 바다로 둘러져 있는 우리나라는 각 지방마다의 뱃노래가 있으며 특징이 있다.
동해의 함경도에서 점차 내려와 경상도, 남해 바다로 구전되면서 가사와 곡니 달라지기 때문.
이번에 연주한 뱃노래의 후렴귀가 일본의 뱃노래와 흡사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구전된 뱃노래를 김희조 작곡가가 경쾌하고 명랑한 느낌으로 편곡, 서울시합창단이 그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뱃노래를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자 박수로 환호하는 관객에게 오세종 지휘자는
솔리스트와 피아니스트와 다른 악기 연주자, 단원과 함께 답례의 인사를 했다.

 

당연한 앵콜이 이어졌고 이에 우세종 지휘자는
인순이가 작곡하고 불렀으며 최근 김연아가 불러 유명해진 '거위의 꿈',과
1950년대 만들어진 디즈니의 만화영화 신데렐라에서 호박을 황금마차로 만들 때 사용하던
요정할미의 주문이었으며 몇년 전 모 이동통신사의 광고송 '비비디바비비두'를 합창단원들이
온 몸으로 불러 좌중을 또 한 번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곡,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희 중에 계시니..."라는 편곡된 성가합창으로  여운을 남겼다.

  

 

서울시합창단 제117회 정기연주회 "영혼의 합창'을 감상하며 느낀 생각... 
'합창은 이제 종합예술로써의 창작이다.'
지자체 역사 10여년간 각도와 시 그리고 구 단위까지 많은 관변 합창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그 영향으로 이에 질세라 창단된 아마츄어합창단까지 그 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년에 한 차례에서 몇 차례씩 하는 정기연주회, 이제 정기연주회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연주가 이미 작시, 작곡되어진 기존의 노래를  합창단원이 지휘자의 지조와 지휘에 따라
마음과 뜻을 다 해 부르는 것이라면 현재의 연주는 노래만 부르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지휘자들은 뭔가 부족함을 느낄 수 있는 관객에게 어떤 즐거움과 감동을 주느냐 하는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챔버오케스트라, 혹은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가 하면
전문 안무가를 초빙, 단원들에게 율동을 가르쳐 합창과 함께 선 보이기도 한다. 
또 어느 한 연령대가 좋아할 곡만을 선곡하지 않는다.
그 뿐인가 뮤지컬 연주할 때는 단원들 개개인이 대사를 외우고 연기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합창단원은 가창력과 연기력, 미모까지 겸비해야 하는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있다.
이번 서울시합창단의 제117회 정기연주회가 그랬다.

 

서울시합창단의 단장이기도 한 오세종 지휘자가 올해 2월에 취임하면서 가진 첫 정기연주회는 뭔가 특별했다.
맛과 멋, 재미를 관객에게 주는 '영혼의 합창'을 하기 위해 음악을 그리는 화가 이순형씨와의 만남이 그랬다.
통영국제음악제2009의 환경디자인 총연출을 맡았고 FineArt를 클래식 음악 세계로접목,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이순형 작가와의 만남부터 특별했다.  
포스터부터 그동안 흔히 보던 포스터와 달리 이순형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포스터로 디자인 했으며
연주회장 로비의 작품 전시와 합창 연주 중에 배경 스크린에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작품 영상으로 변화를 주어
처음의 기획의도대로 볼거리, 들을 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한 잔치로 만들었다.
그 영향인가! 둘째 날은 시장기가 많이 느껴져 일행과 함께 풍년옥에서 설렁탕을 한 그릇씩 먹고 귀가 했다.

 

기다려지는 서울시합창단 제118회 정기연주회...

5월 13일 (목) "칼오르프의 카르미나브라나와 비보이가 만나다" 라는 부제로
서울시합창단의 제118회 정기연주회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칼 오르프(Carl Orff)는 1895년 뮌헨에서 태어난 현대 독일의 작곡가, 카민스키의 가르침을 받아
르네상스 음악을 깊이 연구했는데 그후 20세기 음악에도 관심을 돌려 1937년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시립가극장에서 초연된 '카르미나 부라나'가 그의 성공작이다.
'카르미나 부라나'의 제1곡 '운명의 여신이여'는 우리 귀에 익은 아주 유명한 곡인데 영화나 드라마 등에
장엄한 느낌을 연출해야 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들리는 합창곡이다..
특별출연으로 B-Boy 그룹 리버스크루와 협연으로 광주시립합창단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출연하니 장엄하면서 방대한 스케일과 함께 오세종 지휘자와 서울시합창단의 역량이 기대된다.

특히 우리 이안삼 카페의 바리톤 송기창 샘이 솔로로 나오니 그 아니 기다려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