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이유...

green green 2010. 4. 12. 12:21

지금 대학3학년생인 딸이 초등학교 5학년 시절,

평소보다 좀 늦게 사무실을 나온 나에게 핸드폰이 울렸다.
집에 있던 딸에게서 온 전화였다.
"아빠? 난데요. 음~ 있쟎아요? 오늘 학교숙제를 아직 못했어요."
하며 풀이 죽은 목소리...

 

궁금하여 되물어 보았다.
"그래 왜 숙제를 못했는데?"하고 물었더니
"저~ 아빠, 숙제 내용이 '탄천의 유래'를 알아 오라는 숙제거든요?

근데 자료가 없어서 못했어요."
하고 아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하면 할 수 있겠니?"
하고 물었더니
"글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하며 또 다시 풀죽은 목소리...


이때 생각난 것이 언젠가 송파구청에 갔을 때 언뜻 본 것 같은

'우리 고장의 역사'인가 하는 소책자가 생각났다.
"알았다, 내 송파구청에 가서 자료를 구해가마."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퇴근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잘 될까?'하는 마음이 앞섰다.

그길로 송파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어쩌다 일이 있어 관공서에 방문했을 때

불성실한 직원들의 태도에 불쾌했던 기억을 떠 올리며
'설마 근무시간이 끝난 이 한 밤에 내 줄까?' 하는 새로운 의구심이 생겼다.
퇴근시각이 훨씬 지났기 때문에 당직실로 전화를 해야 했다.

 

초등학생의 과제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을 하며 협조를 구하자

당직자는 '송파의 이모 저모'란 책에 그 내용이 있다며 구청의 공보과로 나오면

지금이라도 그 책자를 주겠다고 안내했다.
그래서 늦은 시간인데 지금 가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어 보았더니

그 직원은 그렇지 않다며 공보과로 직접 올라오라고 했다.

바쁜 마음에 지체없이 그 길로 송파구청을 찾아갔다.
그래도 혹시 근무시간이 끝났으니 내일 오라고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구청에 도착했을 때...
정문을 들어서면서 부터 친절한 정문 당직자의 안내로 그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4층의 공보과에 올라갔을 때 마침 통화했던 직원은 자리를 잠깐 비웠는데

대신 바쁘게 일하던 옆 자리의 직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창고에 가서 그 책자를 찾아 주었다.
친절한 담당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총알같이 집으로 향했다.
탄천의 유래가 자세히 나와 있는 그 책자를 전해 받은 딸아이는 펄쩍 펄쩍 뛰며
"아빠, 최고!"라며 좋아한 것은 물론이다.

공직자들의 비리가 국가적인 문제가 된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어느 관공서 직원은 그가 근무하는 동안 뇌물로 받은 돈이 수백억이 된다고 전할 정도로

공직자들의 부패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청와대 청소원조차도 신분(?)을 이용해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렇듯 오늘날 공직자들의 비리는 그 뿌리가 꽤 깊고 넓게 퍼져 있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
그러한 공무원들은 소수, 일부에 지나지 않으나

대부분의 그렇지 않은 공직자들도 나라 살림을 꾸려가고 이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 사회, 정치가 요즘같이 불안정한 때 꿋꿋이 일하던 송파구청 하급 공직자가 생각난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 해 해결하던...

 
늦은 시간에도 청탁인을 위해 친절히 소임을 다했던

예의 송파구청 그 직원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