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화분 이용한 고추텃밭, 이렇게 시작했다.

green green 2010. 7. 26. 13:11

오랫동안 끊다시피 한 낚시가 해금되던 2010년인가, 5월 경쯤 되었을 것이다.

첫 낚시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안성에 있는 고삼저수지를 다녀왔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날이 좀 흐린 데다 바람까지 불어 입질 한번 보기 힘든 조행이었다.
할 수 없이 예정시각보다 빨리 낚시를 끝낸 우리 가족은 그 길로 안성시내에 들러 점심을 먹고

운동도 할 겸, 구경도 할 겸 길가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안성시장을 돌아 다녔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서울의 수퍼마켓이나 마트에서 구경하기 힘든 때깔 좋은 열무와

잘 익은 고추장에 박은 먹음직스러운 장아찌 사기도 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어서

안성장은 서울 여느 동네의 장이랑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좀 특이한 것은 농사짓는 시골답게 시장 고추, 상추, 가지, 방울토마토 등

어린 모종을 마당에 좌악 깔아놓고 파는 종묘상이 있었다.

 

이제 꽃 망울이 막 터지려 하는 고추 모종을 집에서 키워 볼 요량으로 6뿌리 구입했다.
그 다음 주엔 또 성남의 모란시장에 구경 나갔다 오는 길에 고추 모종을 몇 뿌리 더 사고

서초동 화훼시장에 들러 고추를 재배할 수 있는 커다란 화분을 4개 구입했다.
그날 저녁에는 집 근처에 있는 대모산에 올라가서 한 배낭 가득 부엽토를 퍼 왔다.
바야흐로 green의 고추농사가 시작된 것.

 

화분에 부엽토와 흙을 살살 뿌려 담고 한 화분에 2뿌리씩, 모두 8뿌리의 고추를 모종했다.
그 날 부터 8그루 고추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고추에 물을

주는 등, 8그루 고추의 일조점호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얀 꽃 피는 고추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았고 어느새 한 그루 한 그루씩 꽃이 지면서

열매가 맺기 시작했다.

열매가 맺는 듯 싶더니, 꽃 지고 열매 맺은 지 몇일 만에 자그마한 고추가

꼭지 째 떨어져 나가는 것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퇴근 길에 동네의 꽃집에 들러 이 일을 상담했는데 고추모종은 아예 어릴 때부터

살충제로 소독 하지 않으면 병이들어 열리지 않는다는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집에 돌아 온 후 스프레이건에 꽃집에서 사 온 살충제를 넣어 고추밭(?)을 한 차례 소독했다.
당연히 집안이 농약냄새로 뒤덮였다.
하지만 곧 싱싱하고 큼지막한 고추를 따 먹을 수 있다는 희망에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 후 일주일정도 지낚는데 이번엔 웬걸?
어디서 날아 왔는지 어린 순 마다 진딧물이 징그럽게 다닥다닥 붙어 기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또 한차례 살충제 살포...

정성들여 가꾼지 한달 쯤 지났을까?
비로소 고추열매가 제대로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종을 살 때 뭐, 아는 게 있어야지...

품종확인을 할 수 없었으므로(사실, 모종 주인이 집어 주는대로 받았음.) 열린 고추 중

정작 하나 따서 맛을 본 후에야 매운품종의 고추임을 알았다.
여덟그루의 고추는 잘 자라 이삼일에 한번 씩 몇 개의 고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몇개 되지 않았지만 손수 집에서 키운 고추를 따 먹는 맛은 기분문제인가...
옛날 군생활 시절, 행군 도중 고추서리해다가 먹던 맵고 싱싱한 맛과 다르지 않았다.
무언가 내 손으로 재배한다는 것, 그리고 가꾸어 열린 그 열매를 먹어 본다는 것,
도시생활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고추정도는 화분에서 충분히 기를 수 있었다.

 

그 이후 해마다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등을 심어왔는데 올해는 상추를 심었다.

상추는 진딧물이 붙지 않아 따로 살충제라든가 농약이 필요 없었다.

열 그루의 모종을 사다가 화분에 심었는데 많은 양은 아니지만 봄부터 초여름까지

3~4차례 상춧잎을 수확, 고기 구워 막을 때 곁들여 먹었는데 막상 4식구 한 가족이 먹기엔

부족한 양이었으며 다음엔 20 포기 정도 심어야 할 듯 하다.

 

다음엔 4년 째 가꾸고 있는 도라지 얘기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