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에서 배우는 인생...
'green의 세상돋보기'는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green이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세상적 이야기를 흥미있게 풀어갑니다.
5년 전 집 베란다 화분에 산도라지를 심었다.
원래 고추와 방울 토마토를 심곤 했던 화분인데 해마다 같은 것을 심느니
도라지 같이 꽃도 예쁜 여러해 살이 식물을 심어 그 꽃을 해마다 보고자 함이었다.
나중에 도라지 뿌리는 캐내어 식용으로 할 수있다니 더욱 좋고.
양재 화훼 시장에 가 이미 꽃망이 맺혀 있는 모종 열 뿌리를 사다가
과거 고추 심었던 화분에 옮겨 심으니 곧 꽃이 피며 잘 자랐다.
그런데 해마다 진딧물이 꼬인다. 잘 건사해 주지 않으면 막 돋아나는 새순과 잎의 뒷면에
어김없이 진딧물이 군집을 이루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도라지의 발육이 좋지않다.
그래서 진딧물 발견하는 족족 분무식 살충제를 사다가 뿌려주곤 했는데 그 때뿐.
어디서 날아오는지 다시 옴닥옴닥 붙어 진을 빠는 모습이 관찰된다.
때가 되면 잎의 상태를 살피며 진딧물이 잇는지를 가려내어 약 뿌리는 것도 일이다.
이러한 수고를 계속 하느니 올해는 아예 도라지를 수확하기로 합의했다.
도라지 재배를 하다 보니 뜻밖의 생태학적 현상을 알았고 깨닫기도 했는데, 심거나 모종한지
3년 정도 되면 도라지 뿌리가 썩어 더이상 자라지 않거나 썩어 죽는다는 충격적 사실이었다.
이에 전문 대량 재배인들은 3년마다 도라지를 옮겨 심으며 십년 이상 길러낸 '장생도라지'를
출하한다는데 그 가격은 1kg에 30여 만원, 옮겨심는 정성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느낌이다.
한 자리에서 3년 정도 자라면 더 이상의 성장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썩어 죽는 도라지,
어쩌면 도라지나 우리 인간이나 삶의 과정이 그리도 같은 줄 모르겠다.
신입사원이든 경력사원이든 어느 직장을 새로이 구하게 되어 경력 2~3년차에 들어가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해야 한다.
경력 5~6년차에 들어서면 그 분야에서는 1인자이며 전문가라 자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기 계발이 차질 없이 실행되고 있어야 하며 그것들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과 업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하며 이 직장에서 지금 이상의,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회사에도 피해를 주고 사원 자신의 자기 계발에도 이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자기의 주변을 정리, 심기일전하여 다른 직장을 알아보던지 아니면 적성이 맞지
않는 것일테니 하던 일을 중단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회사에선 기다려 주지 않는다.
썩어 죽었거나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도라지 밭은 이제 나에 의해 파헤쳐진다.
5년 정도 자란 도라지는 이미 3년 전에 성장을 멈추거나 썩어 현재 애초에 모종했던
절반 수의 도라지 밖에는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꽃도 예전보다 빈약하다.
박멸하여도 때가 되면 나타나 꼬이는 진딧물은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다.
파헤쳐져 수확된 도라지는 곧 식탁에 오를 것이며
그들이 뽑혀 나간 자리에는 배추나 열무 등 다른 작물들이 심겨질 것이다.
하루해 살이 작물도 좋지만 또 여러해 살이 작물도 좋겠다.
그것을 위해 다음 주 강원도에 다녀올 때 근처 시장의 종묘상을 들러보는 것도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