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女와 신부님, 그리고 껄떡남...
때는 10여년전 4월의 어느 봄날, 나의 일터에서 가까운 친구의 일터를 찾아
그 친구와 점심식사를 끝내고 헤어져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당시 강남구청 역 근처였던 나의 일터는 전철역으로 딱 한 정거장의 거리에 있는
7호선 학동역 근처로 산책하기에 딱 좋은 거리였다.
봄의 햇볕을 받으며 관세청 4거리 즈음 올 때 맞은 편 방향에서 걸어오던 30대 중반의
예쁜女가 생긋생긋 웃으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한마디 던졌다.
예쁜女 : "저어~ 신부님이시죠?" (친근 및 고혹적인 목소리로...)
green : "아닙니다." (약간 당황하면서, 그래도 냉철하게...)
예쁜女 : "아, 예! 전 신부님인 줄 알고..."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green : "그런데 왜죠? 신부라야만 하나요?" (조금이라도 말을 더 걸고 싶은 마음으로...)
예쁜女 : "실례 했습니다, 목사님!" (살짝 부끄러워 하는듯듯한 표정이 더욱 예쁘다...)
green : '에구에구! 신부님이라 그래 볼껄!' (왠지 아쉬운 마음으로...)
내게 공손히 인사를 한 예쁜女는 묘한 여운을 남기고 살랑살랑 가던 길을 떠났다.
호기심에 뒤 돌아보니 아마 가톨릭 신자였듯한 예쁜女는 내 눈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에구! 십오년, 아니 십년 만 젊었어도...ㅋㅋㅋ
이렇게 생각하며 근처 주차되어 있는 차의 백밀러를 통해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신부님이라...
문제는 검정 색의 에리없는 랑방 브랜드의 챠이니스 와이셔츠였다.
거기에 겉엔 검정양복 싱글을 입었으니 영락없는 신부의 모습이었다.
당시 이 옷차림을 하는 날은 성직자의 모습과 같다고 주위의 지인들에게
자주 죠크를 들어온 터, 모르는 사람이 죠크하긴 처음이었다.
그날 오후, 점심식사 함께 했던 친구에게 전화통화 중 그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는 박장대소하며 하는 말...
"에이그~ 아쉬웠다고? 에라 이 껄떡男아!"
"껄떡男? 그럼 내가 껄떡댔다는 얘기?
아쉬움 느낀게 껄떡댄 거야? 그것 말 되네!" ㅎㅎㅎ
신부님과 껄떡남은 백짓장 한 장 차이?
참으로 '야누스스럽던' 날이었다.
예쁜女의 눈에 근엄하고 자상한 신부로 보였다가
친구에 의해 졸지에 껄떡男이 되아야 했던 그날,
때는 10여년 전 아지랑이 피어 오르던 4월의 어느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