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영화...
37년 전이었던 1971년 어느날 여름날 오후...
옆집 사는 절친한 친구와 함께
동네 쌀가게와 구멍가게에서 영화 초대권 두장을 헐값(?)에 샀습니다.
그 때만 해도 영화를 싼 값으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볼사리노', '러브스토리' '마제스틱' 등 외에도 제목과 줄거리가 가물가물한
여러편의 외국영화를 만나게 된 것도 이 때쯤의 일이었습니다.
주로 집에서 가까왔던
청량리역전 롯데백화점의 전신인 대왕코너, 대왕극장을 많이 이용하였는데
문제의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친구와 함께 의기양양하게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혹시 학생이라 못들어가게 한다던가 단속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매표소에서 바꿔주는 입장권을 들고 입장했습니다.
애국가, 대한 뉘우스, 이런일 저런일, 계몽영화...
등과 함께 여러 편의 광고가 끝나고 본 영화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영화사 제작으로 기억되는 그 영화의 제목은 '후렌치코넥션'...
영화는 처음 부터 형사와 용의자가 쫓고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본 영화 상영 시작 후 5분이나 되었을까...
앞 자리에 앉은 우리의 눈과 귀에 천정의 비상등이 켜지면서 느닷없이
"관람객 여러분은 뒤에 계신 분부터 천천히 비상구로 나와주십시오."
하는 방송이 들렸습니다.
'아뿔싸! 영화관에 출입하는 학생들 단속나왔나 보구나!'
이렇게 생각한 친구와 나는 다른 관람객 속에 섞여 비상문을 통해
상영실 밖으로 나왔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창밖을 통해 본 밖은 온통 시커먼 연기가 뒤덮고 있었습니다.
화재가 났던 것입니다.
상영실 복도에서 이 광경을 본 관람객들은 갑자기 당한 일에 영화관의 출구를 향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나와 친구도 달렸습니다.
아우성 치는 사람들 속에 끼여 웃옷이 찢어진 것도 모른 채 밖으로 나온 우리는
그 때부터 영화관람이 아닌 불구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커먼 연기 속에 청량리 역사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중엔 군용 헬리곱터가 떴고 수십대의 불자동차가 청량리 로터리에 운집했습니다.
큰 화재가 난 대왕코너의 건물 옥상에서는 구조를 요청하던 사람들이
헬기를 통해 구조되고 있었습니다.
다음 상영영화 '17인의 사자들'의 주인공 룩 허드슨의 대형 간판 뒤로 연기와 함께
마치 실제 전쟁터의 장면처럼 불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룩 허드슨은 정말 극중의 전쟁영웅답게 오른 손엔 기관총,
왼손엔 전쟁통에 부모 잃은 어린이를 안은 채 마치 그 불 속을 헤쳐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5층쯤인가 학원간판이 붙은 층에서는 사람들이 구명로프를 이용하여
건물 밖으로 탈출하고 있었으나 로프의 길이가 짧아 3층의 높이 쯤에서 하나 둘씩 추풍낙엽처럼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그 사람들 대다수가 목숨은 건졌어도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영화 한편 보려다 이렇게 큰 불구경을 하게 되다니...'
'그건 그렇고... 이 영화는 어떻게 된걸까? 엄청 재미있게 시작되던데...'
'혹시 극장측에서 오늘의 관람객들에게 나중에 다시 보여주지는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입장시 돌려 받은 반쪽의 관람객용 입장권을 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날 대왕코너는 여러명이 사망할 정도로 워낙 불이 크게 났던지라 멈췄던 영화가
다시 상영되지는 못했습니다.
영화를 못 본 아쉬움과 놀라움 속에 가슴 쓸어 내리며
불구경 하던 우리는 이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동네에서는 우리가 영화구경 갔었다는 사실을 이미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유는 긴급 뉴우스로 중계방송 된 이 날의 T.V뉴우스 내용 중 찟겨진 옷을 입은 채
불구경하고 있던 나와 친구를 보았다는 동생의 얘기였습니다.
갑자기 난 극장의 화재로 영화는 보지 못하고
오히려 남의 구경꺼리(?)가 되었던 영화관람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하며
그 때의 반쪽짜리 입장권을 몇년 간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영화, '후렌치코넥션'.
그 영화는 어떤 영화입니까?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보지 못한 내용과 그 줄거리가 궁금합니다.
누구 아시는 분 없습니까?
green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