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상생공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릴 것 없이 충무로와 장충동을 오가는 일이 많았다.
업무상의 일이었지만 장충동의 수정약국 앞에서 충무로의 명보아트홀까지의 멀지 않은 길은 대중교통의 이용이 불편했다. 차라리 걷고 말지, 충무로의 목적지까지 걸어가면 20분 쯤 걸린다.
일이 있을 때 왕복코스로 거리를 걷다 보면 구경거리가 많은 것이 즐겁다.
어느날인가 충무로에서 장충동으로 오던 중 걷던도중 충격적인 모습을 발견하였다. 충격의 주인공은 일정한 정육면체의 블록으로 입체 모자이크처리된 백색의 거인상, 이 사나이는 CJ빌딩 앞에서 벌거벗은채로 앞장서 걸어가고 있었다.
아래서 치켜 올려 본 이 사나이의 몸은 훌륭하게 단련, 요즘 말로 몸쨩이다.
백색으로 단색처리된 이 사나이의 몸체는 정육면체 블록의 요철 상황에 따라 발, 다리, 엉덩이, 배, 허리, 어깨, 머리 등 잘 단련된 부위로 우리를 대한다. 이 사나이의 고향과 그를 낳아준 아버지나 어머니가 누군지 궁금했다.
평소 우리나라 미술 작가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알아보겠다 얘기한지 수일 만에 그 사나이의 정보를 핸드폰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그의 이름은 '생성공간', 그를 낳은 이는 신치현 작가로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하였으며 1998년 한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한 작가.
'생성공간'은 빌딩 숲 사이에서 진취적인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 건물 앞에 가면 '생성공간'의 위용에 눌려 언제나 뻘쭘해진다.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생성공간'도 좋지만 삭막한 도시의 현실에선 '상생공간'이 더 필요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