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가족 이야기

가여운 도시참새의 수난...

green green 2012. 7. 8. 06:33

이틀간의 연수와 합창연습 등 피로 씻기에 딱 좋은 토요일이다.
늦은 아침밥상 물리고 컴 앞에 앉아 인터넷뉴스를 검색하고 있는데
아내의 설겆이 하던 비명소리가 들린다. "꺄악~"

정황을 살펴 보니 참새 한 마리가 날 더워 열어놓은 출입문 입구에
앉아 있다가 날아갈 때 방향을 잘 못잡아 출입문의 모기장 사이를
찾지 못해 집안으로 들어와 이리자리 나갈 구멍 찾는 중이었다.

참새를 잡아 인증샷 찍고 날려 보낼 생각으로 열어놓은 출입문의
모기장을 닫으니 독안에 든 쥐, 이리저리 날아 보지만 어림없다.
이방 저방 날아다니며 출구 찾는 참새 행적 따라 나도 따라하기.

결국 내 힘으로 잡지 못한채 참새는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한 시간 후쯤 아들이 제 방에서 잡았다며 손에 쥐고 나온 참새,
아들의 손에 쥐어진 채 즉시 인증샷 찍고 날려 보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잠시 우리집에 있었던 짹짹이가 생각났다.
짹짹이는 작년 5월 경 둥지이탈, 집앞 길거리에서 주워온 새끼침새.
우리집에서 극진한 보살핌으로 한 열흘 살다가 운명했다.

주워온 날부터 아들과 나, 아내는 돌아가며먹이를 주는 등 우리집의
귀염둥이로 사랑을 독차지 했는데 열흘 후 그날 따라 집에 아무도
없었던 날, 보살피지 못한 시간이 길었는지 죽고 말았다.

그날 저녁 예술의 전당에 코리아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 감상하러
가 있었는데 아내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당일 밤, 나와 아내는 짹짹이를 백제고분 공원 소나무 아래 묻었다.

아내와 나는 요즘 말로 멘탈붕괴, 한동안 허전한 마음이었다.
참새 한 마리가 이런데 애완견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후 길고양이에게 아무렇게 대하거나 팔매질 버릇이 없어졌다.

작년 5월 우리 가족과 함께 하면서 기쁨을 주었던 짹짹이와
오늘 우리집에 잘못 찾아든 참새, 두 마리를 함께 올려 놓고 본다.
위의 참새는 오늘 길 잘못 든 참새, 아래 참새는 작년의 짹짹이...
도시 참새들의 고난이 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