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스크랩] 자동차운전 무면허의 사연...

green green 2007. 6. 20. 10:01
벌써 21년전 가을의 일입니다.
그 때 몸을 담았던 직장에 임직원에게 운전면허 취득을 적극 권장하였습니다.
희망자 전원에게 운전학원비 전액을 지불하고 그 해 연말까지 면허를
취득하도록 했는데 만일 기한동안 취득하지 못하면 학원비를 당사자가
회사 측에 반납해야 하는 일종의 묻지마 위탁교육이었습니다.

그 대상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회사 업무가 바쁜 핑계로 약속시한
다 가도록 학원 한 번 못 갔고 결국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그 해 연말, 면허취득 못한 대상자는 여럿 나왔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상자들이 학원비를 다시 회사에 반납햐야하는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2년 후인 1986년 가을, 회사는 면허취득을 놓고 그해 연말까지의 시한으로
임직원들과 또 한번의 도박을 했습니다.
그 해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
평생 사용하는 인생면허를 위한 결혼 몇 주 앞둔 나에겐 운전면허증이
대수로울리 없었습니다.
"까짓 것 내년에 따면 되지..."

평생의 인생면허 취득이 눈 앞에 아른거리므로 이번에도 면허취득 위한
도전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0월, 일단 인샹면허 취득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운전 면허취득 못하면 학원비가 공중에 날아가니 구렁이 알같은 내 돈
아까와서라도 꼭 따야 했습니다.
이번엔 '약속기한에 취득 못하면 정말 학원비를 뗀다더라' 하는 소문이
회사내에 좌악 퍼졌습니다.

그러나 설상가상, 공교롭게도 기한을 한 달 앞둔 그 때 회사에서 조직개편이
있었는데 새로 생긴 팀의 팀장을 맡게 되니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매일 야근, 심야퇴근, 회식 등의 연속이었으니 면허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운전 연습할 시간이 전말 없었습니다.
이랗게 어려운 가운데 돈 떼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험을 보았지만
결과는 첫 필기고사(64점 이었던가?)부터 쓴 맛을 보았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기한을 한 열흘 앞둔 시험 날까지 아침저녁으로
필기고사문제를 달달 외우며 매일 복습을 하기도 하고 학원에 가서
주행, 코스연습도 가끔 하였습습니다.
그 결과 필기고사와 코스까지 단 숨에 붙는 행운이 찾아오면서 면허를
향한 꿈은 점점 실현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후 주행시험장에서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시험 보았던 그날은 날씨와 컨디션이 좋아 이대로 가면 그날 부로
면허증을 내 손에 거머쥘 수 밖에 없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때는 잘만 한다면 필기부터 코스에 주행까지 단 하룻만에 시험을
모두 볼 수 있으므로 그것이 가능햇습니다.
필기와 코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단숨에 합격하고 드디어 주행시험,
시험용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전방을 주시하며 심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출발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부르릉~ 털썩!"
"푸르릉~ 털썩!"
"뿌르릉~ 터얼썩"
이렇게 힘들어 하며 승용차는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 연습할 땐 이런 일 없었는데..."
나는 심히 당황하고 잇엇습니다.

밖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무언가 계속 고함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습니다.
"어이- ㅇㅇ번! 운전연습 한 번도 안하고 왔나? 차에서 내려!"
이어 빨간모자의 진행요원이 달려와서 나를 끌어 내려 할 때 즈음
기어가 "3"에 놓여 있는 것 아닙니까?
"옳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군."
급히 기어를 "1"에 놓고 시동을 걸었더니 차가 스르르 움직였습니다.

빨간모자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고...
서둘러 걸린 시동에 미끄러지듯 출발한 차 안에서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드디어...
첫번 째 관문인 횡단보도의 정차,
에구~ 정지선에서 한 1미터 앞에 차가 멎었습니다.
어라? 감점의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동차를 다시 출발시켜 또 한번 경사도로에서의 정지,
솔직히 그곳까지 어렵게 가서 경사면 에 차를 곱게 정지시키긴 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또 생깁니다.
정지했던 차량을 조심스럽게 다시 출발시키려니 차가 스르르~ 하며
뒤로 미끄러지는 것 아닙니까?

다시 시도하기를 두어차례...
차량 밖의 안내방송 스피커 목소리는 더욱 격앙된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어이~ ㅇㅇ번! 정지시키고 차에서 내려!
운전연습 한번도 안하고 오면 어떡하나?빨리 내려!!!"
이어서 어디선가 달려 온 빨간 모자는 나를 차량 밖으로 끌어내더니
그 차를 몰고 횡하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수험표를 돌려 받으러 출발선 옆의 통제실로 가는 길이 왜 그리도 멀었던지.
담당 경찰의 면박을 또 한번 받으며 수험표를 받아든 나의 귀에 큰소리의
방송멘트가 들렸는데...
"운전연습 한 번 안하고 올라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번에 ㅇㅇ번 아주머니는 만점을 받으셨습니다, 여러분 축하박수..."
순간 나는 죄없는 머리 긁적긁적, 장내는 환호의 도가니...

며칠후 설날 보너스(떡값이라고도 한다.) 받는 날.
내 손에 쥐어진 얄팍한 나의 보너스에는 '운전학원 등록비' 거금 200,000원이
차인지급액란에 선명히 찍혀있었습니다.
'아니, 거기서 또 떼었단 말야?
이렇게 인정머리 없을 수가... 내가 이후로 면허를 따면 성을 간다, 성을...'

그날 이후 면허시험장은 다시가지 않았고 그 전통은 오늘까지 이어집니다.
쑥스럽게도 사람들은 내가 운전면허 없다고 하면 희귀종,
별종의 인간으로 보는 경향이 다분합니다.
늘상 아내의 운전으로 도움받아 송파에서 분당한신교회를 오가는 나를 보며
어느집사님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에구~ 별일이야, 지금이라도 면허 따지 그래요, "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평생면허와 천국면허 있으면 됐지
또 무슨 면허가 필요합니까?
그냥 이대로 살다가 천국 갈래요."

"예?

green이 올립니다.
출처 : 아리엘남성합창단
글쓴이 : 남기은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