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여 분가하기 전까지 살았던 동네에 이른바 '귀신 사는 집'이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그 흉가엔 언제부터인가 확인되지 않은 '귀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전국적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귀신 나오는 집'이 아닌
아예 '귀신 사는 집'으로 알려진 그 집은 TV방송과 주간지에도 단골로 등장하여
1980년대 중반, 서울의 웬만한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집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아무리 대낮이라 하더라도 동네사람들 조차 그 근처에
얼씬거리는 것을 꺼려했고 그 건물은 더욱 흉가가 되어갔다.
그 집의 건물은 콘크리트 3층의
요즘 말로 주상 복합상가 건물로 아랫층은 상가, 위의 2개 층은 일반 아파트였다.
오래 전 어느날인가 그 복합상가의 오픈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고
그 행사를 알리는 만국기가 그 건물을 뒤덮으며 입주가 시작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한창 장사가 잘 되어야 할 그 상가가 어찌된 일인지
한달도 되지 않아 문들을 줄줄이 닫는가 하면 윗층의 아파트도 이사를 해 버려
곧 그 건물이 텅 비는 일이 발생했다.
동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채
상가가 그 건물에서 모두 빠져나가고 텅 빈 후 1년여쯤 지났을 때
괴기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소문의 정체는 귀신이 밤마다 나타난다는 소문...
'밤마다 빈 집에서 흐느끼는 여인의 귀곡성을 들리더라.'
'어느날 밤, 이무개가 그 건물 멀찌감치서 있는데 괜히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목격했다더라.'
'밤이면 빈 집에서 인기척과 함께 알수없는 신음과 비명 소리가 들린다더라.'
이러한 괴담은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
처음엔 택시 운전기사들 통해 돌던 소문이 주간지를 통해, TV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괴담은 괴담을 만들어 냈습니다.
누군가 그 건물에 들어 가 한달만 살 수 있다면 그 건물 전체를 공짜로 주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문도 들렸다.
그래서 누군가 그 건물에 이사 와 살다가 몇일도 채우지 못하고 줄행랑 쳤다는...
보도를 위한 기초 조사를 했던 TV방송국에서 몇일 밤을 잠복촬영했으나
아무 일 없자 모든 것은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꾸며 낸 이야기라 결론짓고
촬영분을 방영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괴담은 그 건물의 방영 이후 위력을 더욱 발휘하여 부메랑처럼,
메아리처럼 부풀려 되돌아 왔다.
위력을 발휘 하는 새로운 괴담의 내용은...
'언젠가 건물주가 그 건물에서 목 매달아 죽었다더라 그후 귀신이 나타난다더라.'
'그 건물은 원래 준공검사가 떨어지지 않은 건물이기 때문에 입주할 수
없는 무허가 건물로 판정되어 건물주가 자살했다더라.'
'무허가 건물의 건물주는 미국에 이민 중이라 그 건물을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더라.'
이렇듯 확인되지 않은 추측소문은 자꾸 의문만 증폭시켰다.
그후 그 동네 유지에 의해 귀신에 대한 괴담의 진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건물에서 인기척, 귀곡성이 들린 이유와 난데없이 유리창이 깨진 것은 밤에
건물에 숨어 들어가 본드 마시고 술 마시며 놀던 비행소년, 소녀들의 소행이었다는 것.
사실 그랬다.
호기심에 못이겨 낮에 그 건물에 들어 가보니 빈 가스통과 소주병,
본드 묻은 비닐봉지가 빈방과 복도마다 그득했고 그 아이들이 본드와 술에 쩔어
놀았던 흔적이 어지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그 건물에 교회가 들어섰다.
어찌된 이유인지 교회가 들어선 그 이후 귀신 이야기는 그 동네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괴담의 내용대로 귀신 이야기가 사실이든 TV방송에서 방영한 것처럼,
동네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재미로 꾸며 낸 이야기이든 그 건물에서의
귀신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
25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교회는 동네에서 제법 큰 교회가 되어 있다.
그 때의 일을 회상하는 중 동네의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교회가 들어선 후 귀신 소동이 사라졌으니 그렇구나!
기독교가 귀신 쫓는 종교라더니
교회가 귀신을 쫓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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