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가족 이야기

남자가 여자를 만날 때... green의 Love Story #1

green green 2009. 8. 27. 10:38

1986년 green이 서른 두살 되던 해,
직장 낚시회인 홍조회의 한 달에 한 번 단체출조를 통해,
또 매주 개인출조를 통해 가히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혼기를 이미 넘어선 green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거나 여자를

사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취미, 낚시에 빠지다보니 결혼상대자는 물론,

사귀는 기회도 없었지만 만날 시간조차 없었던 것.

 

이런 와중에 어머닌들 근심이 안되랴?

어머니는 수시로 green에게 결혼할 것을 닥달하셨고
과년한 세 동생들은 자기들의 결혼 차례를 위해

이제나 저제나 하고 green의 결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밑에 서른 한 살인 여동생, 그 밑에 스물여덟의 남동생,
마지막으로 스물 여섯 살인 막내가 그랬다.

 

근심어린 어머니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에이~ 어머니도 내가 하기 싫어 안해요? 결혼은 혼자 한답디까?"
하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위기를 넘기곤 했는데 이에 질세라 어머니는
"그럼 보라는 선은 왜 안보고 그러니?" 하시며

green을 책망하시곤 했다.

평소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내숭떨며 밀고 당기고 하는 연애방식이 귀챦기도 했고 한창 빠진 낚시 때문에
여자와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할 시간 없는 처지였다.

 

어머니가 나가시는 교회의 피아노 반주자가 참하고 예쁘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식의 맞선이 어머니 주변 분들을 통해 몇 번 들어왔다.
그때마다 이일 저일을 핑계로 젊쟎게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어머니의 닥달은 귀챦기도 했지만 서운하기도 했다.
보라고 주선하는 선은 이 핑계 저 핑계로 피하면서
'여자는 모두 어디 숨어 있는거야,
나는 뭐?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런 줄 아시나?' 하며 green이 한탄할 무렵...

 

이제나저제나 하고

자기들의 앞을 막고 있는 x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던 동생들은
싹수 노란 것을 느꼈는지 바로 아래의 한 살 차이나는 여동생과 네 살 아래의 남동생이

각각 1년차로 먼저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뿐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믿었던 여섯 살 아래인 남동생 마저

green의 눈치를 슬슬보며 밀고 들어 온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나!

 

"저~ 세째 형! .........나 먼저 결혼하면 안될까?"

막내의 그 말을 듣고 green은 몹시 화가 났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래의 두 동생이 먼저 결혼 한 것도 그런데 막내까지...
"뭐가 어쩌고 어째? 얘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이제 너까지?"
"형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내가 결혼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네가 이제 몇 살이라고 건방지게 결혼하겠다는 거냐?"

그날 막내는 얘기 한 번 잘못 꺼냈다가 green에게 단단히 혼쭐이 났다.

 

그 무렵 어머니의 특벼명으로 green의 반쪽을 찾던 6촌누님에게 전화가 왔다.
"얘야, 너에게 꼭 맞을 참한 색시깜이 있다."
"지금 미술학원 선생으로 있는데 너하고 전공도 같고, 어찌나 참한지..."
"내가 네 얘길 했더니 그 쪽에선 좋단다.
이번 주 토요일에 한 번 만나봐라, 만나고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
이 얘기를 들은 green은 귀가 솔깃했다.

 

이미 두 동생들이 먼저 결혼 한 터에
언제부턴가 막연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끼고 있었으니,
쾌히 승락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 아!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선을 보기로 약속했던 6월 세째주 토요일은 홍조회의 정기출조일이었다..
green은 6촌누님을 통해
"이번 토요일은 회사일이 바쁜 날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우니
만남을 다음 주 토요일로 변경합시다."
하고 여자 쪽에 연락을 취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