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울을 앞두고 전국적인 만추의 계절,
1년에 한 번 씩 귀국하는 미국의 작은 누님과 5형제 중 네째인 남동생 내외와 함께 거제도에 다녀왔다.
이 나이 되도록 많이 다닌 여행은 결코 아니지만 특히 이번의 남해안 여행은 처음, 지난 금요일(2010.11.5.금) 출발하여 일요일(2010.11.7) 저녁 돌아 온 2박3일 간의 뜻깊은 여행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네째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모임을 도모했다.
함께 부산에 살던 그의 손윗동서가 낚시를 엄청 좋아하는데 부산을 떠나 지금은 거제도에 이사하여 10여년 살고 있다며 몇년 전부터 바다낚시 한 번 다녀 오자고 몇번 얘기 한 터에 마침내 이루어졌다.
동생 내외와 우리 내외, 그리고 마침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작은 누나도 동행하기로 약속했다.
날짜가 닥치면서 아내가 갑자기 변경된 직장일로 인해 갈 수 없노라 했을 때 어찌나 야속하던지...
할 수 없이 홀몸으로 떠나는 신세가 되었지만 한편으로 오히려 편하기도 하다며 애써 스스로 위로하면서 나 역시 매월 마지막 주간이 월간지 마감, 목요일까지 안간힘을 써 결국 날짜는 간신히 맞추었다.
목요일 저녁, 이제 모든 외적인 준비 마쳤으니 집에 일찍 들어가 내적인 준비를 마쳐야지!
이튿날 남부터미널에서 작은 누님과 제수씨를 만나 1시10분 발 거제(고현)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장이나 합창 등 업무 목적의 나들이가 아닌 순수한 오랫만의 나들이니 아이처럼 마음이 설렌다.
남으로 향하는 4시간 20여분의 버스 이동 중 차창 밖의 들판은 이미 가을걷이가 끝나 펼쳐진 산하는
중부지방에 이어 남부지방도 울긋불긋 이미 만추의 계절에 막바지임을 예고하는듯 했다.
통영(구 충무)시에서 신거제대교를 건너 4시간 30여 분쯤 거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미리 대전에서
출발, 이미 도착한 넷째와 오늘 우리가 묵을 집인 넷째의 손위 동서가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거제 시내에도 아파트가 많다. 예전에 6.25 전쟁 중 포로수용소가 있던 곳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 거제도는 현재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현주소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이곳에 있다.
도착한 시각이 마침 퇴근시간대라 두 조선소의 일꾼들이 퇴근하는 시각,
도로엔 그들이 탄 자전거와 자동차가 넘쳐나 병목현상까지 보인다. 서울서 보기 힘든 직원들의 자전거 퇴근 행렬이 장관이다. 두 조선소 직원들에 의해 상권이 결정되는 이곳의 인구는 200,000명, 시내는 흡사 서울의 어느 번화가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유통업및 서비스업이 집약되어 있다.
네째의 동서집으로 향하는 길에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의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에 들렀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제대로 된 모습을 보기 어려웠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고가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깔끔하고 단정한 인상이 느껴졌으나 새로 구입한 카메라의 플래쉬 사용법을 몰라 찍은 사진이 어둡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는 세월을 넘어 지금도 거제도 어촌의 부자집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파트 1층에 사는 네째 동서 집에 타지의 우리가 도착하니 우리를 기다리시던 안주인이 반겨 맞는다.
여장을 푼 후 씻고 나니 육지애서 흔히 볼 수 없는 해물로 정성껏 차린 저녁상이 우리를 기다렸다.
이 만찬을 위해 버스여행 중 별 군것질을 하지 않았다. 돌멍게, 멍게, 개조개, 소라, 전복, 도다리, 생굴,
동서가 직접 낚은 고등어구이와 갈치구이 등의 해물 진수성찬이 야채와 더불어 식욕을 한층 돋군다.
처음 보았고 그 자리에서 들었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몇몇가지의 해물은 사진으로 남겼다.
멍게의 사촌 뻘 쯤 되는 돌멍게는 처음 만난 해산불, 절반이 잘려져 상에 올라왔는데 매우 신기하다.
양식산인 큼지막한 굴과 멍게, 전복 빼 놓고 모두 자연산이지만 그게 대수랴, 맛 좋으면 그만인 것을...
6개의 접시에 나뉘어 올라온 10여 종의 해산물 이름, 특히 서너가지 생선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 일식집을 직접 경영한 터라 상에 올려지는 해산물과 음식의 모양과 맛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
이 진수성찬에 어찌 술이 빠질 수 있으리오, 좋은 음식 마주하면 그리 많이 마시진 않아도 술 생각
먼저 나는 상황에 소주가 나오자 주거니 받는 한 잔의 술이 생해물의 맛을 더욱 좋게 했다.
그러나 내일 새벽에 나가는 바다낚시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어느 누구도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았다.
나중에 밥과 함께 굴국과 매운탕이 나왔으나 회로 배를 불린터라 맛만 보는 선에서 식사를 마쳤다.
네째 동생 동서와 안주인 입장에서는 동생의 남편과 그 형제자매일 뿐인데 대우가 지극정성이다.
단감과 사과의 과일 후식을 먹고나서야 저녁상이 물려지자 동서는 낚시 채비와 장비들을 점검, 짐을 꾸리는데 베란다에는 이제 막 칠을 끝낸 바다낚시용 찌와 채취해 온 찌 재료, 갈대줄기가 나란히 걸려 건조되고 있었다.
특별공개한 베란다 끝 창고에는 릴대며 릴뭉치. 낚시용 조끼 등 고가의 낚시도구와 장비가 그득하다.
바다낚시는 민물낚시에 비해 장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저런, 돈으로 환산하면 제게 얼마야, 세상에!
어느새 준비를 끝낸 동서께서는 씻고 취침에 들어갔고 우리 일행은 따로이 도울 일이 없으니 잠을 잊은채 거제도에서의 설레는 첫날밤을 아쉬어하며 식탁에 앉아 커피 마시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나의 쏟아지는 잠을 어찌하랴.
여행 날짜를 맞추느라 몇일간 무리하게 굴린 몸이니 잠이 안온다면 그건 수퍼맨이거나 새빨간 거짓말,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어찌하지 못해 동생과 내게 배정해 준 방의 침대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스르르~ 내일 새벽 바다를 향한 출조에의 단꿈을 꾸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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