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문득 눈에 띈 아들의 지갑,
호기심에 뒤져 본 그 지갑 속에선 헌혈증서가 나왔다.
한 장도 아니고 다섯 장, 아들은 2008년부터 엊그제인 2011.2.23 까지
겨울과 봄 사이에 헌혈했는데 그 흔적이 헌혈증서로 남겨진 것이다.
2008. 2. 23 서울남부혈액원
2009. 3.29, 서울남부혈액원 2009. 9. 6 서울남부혈액원
2010. 12. 1 서울남부혈액원
2011. 2. 23 서울남부혈액원
매년 1회 이상의 헌혈이니 아들은 매년 한 번 이상 정기적으로 채혈 후
대한적십자사가 발행한 증서를 모두 모아온 것이다.
헌혈증서는 본인과 가족이 사고 등으로 인해 수혈이 필요할 때
의료기관의 진료비의 수혈비용 중 본인 부담금액을 공제 받는다.
한 마디로 내 피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으니 내 피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의 피를 사용할 수 있는 혈액은행인 셈이다.
1회의 채혈 양이 320 ML, 그 증서를 다섯장이나 가지고 있으니
이니 1.6L의 피를 저축해 놓은 아들은 피 부자인 셈이다.
기억을 더듬어 언제 헌혈했던가, 나는...
사무실 서랍 속을 뒤져 보니 1994년, 17년 전의 빛바랜 증서가 나왔다.
그 때의 채혈 양이 400ML, 지금의 340ML보다 60ML를 더 채혈했다.
어쩐지 당시 헌혈 후의 기억, 조금 어지러운듯 하더라니...
2007년 7월에도 헌혈 기회가 있어 기꺼이 헌혈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해외에 다녀온 이유로 헌혈을 할 수 없었다.
그해 6월, 휴전선 너머 금강산을 다녀 왔을 뿐인데 해외 여행과 똑같은
처분으로 1년동안 헌혈을 할 수 없는 규정이 있어 실패하고 말았다.
코팅없는 종이로 만들어진 해묵은 나의 증서는 심하게 퇴락되었지만
코팅처리된 아들의 증서들은 새로운 별마냥 반짝거린다.
두 종류의 헌혈증서로 인해 잊혀졌던 헌혈에의 기억이 되살아 났으며
격세지감과 함께 서서히 진행되어 온 세대교체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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