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행운권 징크스...

green green 2011. 4. 30. 15:27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동창회, 동호회, 교회 등의 수많은 친교 모임에 참가,
부지기 수 행운권을 받아 추첨에 참여했지만 도통 당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첨이라면 건너뛰지 않을 정도로 자주 걸리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번도

당첨된 적 없는 징크스, 우리 가정이 그렇다. 

 

부부가 함께 참여하여 당첨 확률을 두 배로 올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애당초 운이 없는건지, 불노소득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인지 모르겠다.
"에이 저 포도는 시어." 당첨과 거리가 먼 나와 아내는 이솝우화의 여우 심정으로

그저 누구에게나 몫이 돌아가는 행사 답례품 정도에나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다.   

 

부활절 후 지난 수요일 오후, 사무실의 나에게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날 저녁에 교회의 축제 행사 '부활절 한신 한마당'에 참가하자는 아내의 제의,
교인으로써 의단히 참여하는 것이 의무요 권리이거늘 참여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교회 일에 관한 한 아내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평소의 관습대로 동의했다.

 

저녁 7시20분 시작한 행사의 재미있는 진행에 우리 부부는 시간 가는지 몰랐다.
모든 순서가 끝날 무렵 시계를 보니 9시 30분, 행운권 추첨 시간이 되자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객석의 교인들은 복창, 환호했지만 우리 부부는 비교적 냉정했다.

그 냉정은 차라리 당첨되지 않았던, 그동안의 경험에서 온 반 체념이었다.

 

우리 번호는 '125번'과 '241번', 이번 모임에도 당첨자에게 주는 상품은 푸짐했다. 
교회의 장로와 독지가들이 내놓은 상품은 적당히 실용적이고 알찬 상품들이었다.
긴장하는 기다림 끝에 자기 번호가 불려지자 덩실덩실 춤추며 무대에 나가 상품을
받고 만면에 가득한 미소를 띄는 당첨자를 보며 모두 부러워했다.

 

어! 그런데 이건 웬일? "125번" 아내의 번호가 호명되었다.
기대않는다고 했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혹시나 하는 것은 인지상정,
허둥대며 무대로 나갔던 아내는 한아름 시상품을 안고 파안대소하며 돌아온다.
상품은 '넘침방지 스팀자동조절냄비'라나? 꼭 필요했던 냄비라며 좋아했다.

 

'오랜 기간동안 단 한 번도 당첨되지 않던 행운권이 드디어 오늘에야 당첨되었구나.
때면 때마다 당첨되지 않는다고 징징대니 하나님이 불쌍해서 턱걸이 시켜 주신게야.'
아내의 표현에 의하면 '생각지도 않은 당첨'에 우리 부부는 기뻤고 즐거웠다. 
기쁜 마음은 행운을 부른다고 했던가, 행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41번!"
무대에서 사회자가 내 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그 와중에서도 똑똑히 들려왔다.
'설마?' 하며 사회자에게 241번, 내 번호를 다시 확인해도 호명한 그 번호가 맞았다.
"이럴수가! 하나도 어려운데 부부가 같이 당첨?." 장내는 웅성거림과 감탄의 연속...  

 

내가 받은 것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백화점 상품권, 자리에 돌아와 개봉해 보니
액면 3만원 짜리이지만 3십만원 받은 것만큼이나 기분이 좋았다.
행운권 당첨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동안의 설움(?)이 일시에 씻겨진 사건이었다.
이제 자신있게  벽걸이 TV, 김치냉장고, 노트북 등 고가의 상품을 기대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