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던 지난 26일 오후, 교회 끝난 후 잠원동에서
신사동을 통해 올림픽 대로에 진입, 귀가하던 우리의 마음을 날씨가 뒤흔들었다.
아침만 해도 뚫어진 하늘에서 쏟아붓듯 내리던 비가 낮이 되니 그친 것도 모자라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기까지 했으니 마음이 상쾌해 온다.
태풍 전의 고요인가? 비록 흐린 하늘이지만 깨끗해진 서울의 공기...
멀리 동쪽으로 아차산과 한강 건너편의 남산이 그렇게 또렷이 보일 수 없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꺼내 서울하늘의 깨끗한 공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운전중인 아내가 강건너와 멀리 동편의 또렷한 경치를 보고 칭찬을 한다.
아내는 이렇게 맑은 일요일 오후를 그냥 보낼 수 없다며 한강 건너 인사동엘 가잔다,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는 운전자 마음대로라고 하지만 나 역시
"오케이!"라고 아니 답할 수 없는, 몇일 만에 개인날씨인지 모르겠다.
이미 영동대교 남단까지 도달한 승용차를 돌려 올림픽대로를 나와 압구정을 향했다.
일요일이라 교통량이 많지 않으니 한남대교 건너 남산1호터널까지 일직선으로
뚫린 한남로를 거침없이 달리기에 아주 좋았다.
한남대교 건너면 프리패스이니 인사동에 진입하기가 그렇게 수월할 수가 없다.
인사동에 적어도 계절마다 한 번 씩은 가게 되는 만큼 우리 부부는 인사동 매니아,
경운궁 뒷길에 차를 주차한 우리는 도보로 낙원동을 돌아 인사동에 도달했다.
태풍 메아리의 영향인지 인사동엔 평소의 휴일보다 인파가 적었다.
인파가 적어도 인사동은 인사동, 관광객과 뒤 섞인 틈새에서두리번거리며
뒷골목도 들어가 보고 이것저것 볼거리를 놓치지 않는다.
어린 자녀들 딸린 가족, 그보다 더 어린 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부부,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나온 사람,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 동남아인,
국적은 모르지만 파란 눈에 노란 머리, 흰 피부와 갈색머리, 짙은 갈색 피부...
이 많은 종류의 인사동 인파 속에 묻혀 그들과 하나가 되어 거리를 거닌다.
아내의 볼거리는 의상과 액세서리, 나는 길거리에 붙은 전시회 포스터부터
점포에 진열되어 있는 서화와 조형물, 거리의 관광객도 구경거리이다.
아니나 다를까? 옷가게에서 한참을 구경하던 아내가 드디어 옷가지를 하나
쇼핑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가운데 흰 옷, 이 흰 옷을 산 아내는 좋아했다.
쌈지길 앞에서 호객꾼의 전단지를 받아들고 그의 안내대로 뒷건물에 위치한
매장에 들어서니 옷가지, 액세서리, 가방 등 잡화 일색인데 촬영금지 구역이었다.
쌈지길을 나오면서 지하매장에 있던 식당 등이 '공사중'이라며 폐쇄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래 맞아, 인사동에 식당이 너무 많아!'란 생각을 해 보았다.
안국동 로타리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아내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유턴,
앞장서서 좌측 골목을 찾아 들어가는데 경인화랑이었다.
경인화랑이라면 우리 부부가 1986년 결혼 바로 전에 다녔던 곳, 너댓개의
전시장과 한옥 안채와 마루, 정원에서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아내가 바로 2주 전 인사동에서 모임이 있었을 때도 잠시 들렸다며 또 이곳을 찾는 이유는
옛날 나와 연애하던 시절이 그리워서였을까!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그랬기를 바란다.
몇몇 전시장을 돌며 한창 전시중인 작품들을 감상하고 정원에 나와 준비된 테이블에 앉아
옛날 그 모습대로 대화를 하며 서로의 모습을 촬영학기도 했다.
경인화랑을 나와 낙원동으로 발길을 돌리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 온다.
저녁식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자는 아내의 제의에 찬성, 낙원동의 아구찜 골목을
누비며 가격과 입장객 숫자 등 차이를 보이는 많은 식당들을 관찰했다.
그 결과 가격도 조금 싸고 손님도 많은 집에 들어가 앉아 아구찜 '소'를 시켰다.
아구찜 '소'가 상에 올랐을 때 많은듯 했으나 먹어보니 약간 모자른듯 했다.
4인이 먹기에 알맞은 '대'는 30,000원 3인용의 '중'은 25,000원이었는데
집집마다 가격의 차이가 있어 대중소, 5,000원씩 더 받는 식당들도 있었다.
비싼 가격은 아닌듯, 장충동 돼지족발 특대 50,000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둘이 먹을 아구찜은 양이 많은 것처럼 보였으나 아귀 고기덩어리 4개와
껍데기, 미더덕 몇개가 콩나물과 미나리 등 야채와 뒤섞여 있었을 뿐이었다.
보물찾기 하듯 찾은 두 개씩의 아귀 고기덩어리를 먹고 밥도 볶어 먹었다.
그 남은 소스에 공기밥을 두개 볶아 한 공기분은 따로 포장했다.
식당에서 나오니 어느새 밖은 어두워졌고 시각은 밤9시가 다 되어 간다.
장마철인지라 우산을 계속 들고 다녔는데 우리의 인사동 유람에 장맛비도 피해 갔는지
비가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아 유람하기 좋았다. 장마 끝나면 아들과 딸 데리고
한 번 더 오리라 생각하며 서둘러 낙원동 아구찜 골목을 빠져 나와 주차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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