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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산방의 식사

green green 2013. 6. 10. 17:13

지난 5월, 두 번의 주말 기간동안 아내와
함께 남산 둘레길의 목멱산방에 다녀왔다.
흡사 꿀 먼저 찾은 선도꿀벌처럼 아내에게
목멱산방의 존재와 실체를 알리기 위함이다.

남산 관광객과 외국인들을 위해 서울시가
위탁운영하는 목멱산방은 주차장이 없다.
소월로 남산공원 입구, 차도에 무료주차
구간에 주차하고 목멱산방을 향했다.

도보로 7분~10분 정도 걸어 목멱산방 도착,
메뉴를 선주문 한 후 원하는 방 배정받았다.
정원에서 식사, 차 마시기가 가능하지만
방에 앉아 마당 내다보기도 이곳의 묘미이다.

여러 방 이름이 수장남강, 구일등고 등 4자의
한자어로 지어져 있는데 우리는 영상장송,
즉 고개 위의 큰 소나무라는 뜻의 방에 들어가
창가에 자리를 잡아 식사했다.

비빔밥, 불고기비빔밥, 욱회비빔밥, 녹두전,
부추전, 훈제오리, 육회, 보쌈, 골뱅이 무침
등이 있는데 직접 구워먹는 불고기, 갈비구이
등이 없으며 술도 팔지 않아 산방 식당답다.

음식 가격도 비교적 싼데 셀프서비스로
인건비를 최대한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과 중 차 가격은 4,500~5,500원이나
식사 손님에겐 15%의 할인가격으로 서비스.

식사 후 식기는 정해진 장소에 갖다가 두면 끝.
필시 사찰 승방 운영방식을 도입한 것 같았다.
수저 포함한 모든 식기는 방자유기, 놋쇠그릇.
모처럼의 놋쇠그릇 식사에 마음이 화사해진다.

비빔밥 주문했는데 반찬은 열무 물김치 하나,
콩나물국과 함께 먹는 비빔밥이 제법 맛있다.
앗과 멋 가격에 만죽,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게
먹으며 좋아하는 아내를 보니 내 기분도 흐뭇.

식사 후 정원을 둘러보며 그곳에서 식사하는
다른 손님들과 무언의 눈인사교환도 좋았다.
주방 옆 자연수로 만들어진 연못도 좋았고
대문간 옆 장독대도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문을 나서니 아이를 데려 온 가족과 커플족,
삼삼오오 산책중인 내방객들이 눈에 띈다.
뭐가 불만인지 보채는 아이 하나 빼고 모두가
기쁜 표정들, 남산 둘레길에서 만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