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올해도 벌써 절반이 훌쩍 지나간다.
아직 30대 후반일 때만 해도 별로 실감하지 못했던'가는 세월은 살과 같이 빠르다'는 옛말이
지금은 실감나는 귀한 金言이 되고 말았다.
2000년 여름 인터넷 낚시사랑에 가입한 이래 벌써 햇수로 3년째, 정확히 만 2년은
열심히 낚시를 했지만 그 후부터 낚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낚시에의 미련과 열정은 식은 것으로 보아야 할까!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낚시사랑에 가입하면서나의 낚시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무엇이 어떻게 변했을까?
기량이 늘었다고?
아니다! 낚랑가입 후 모두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던 출조에서 기량은 무슨...
기량 면에서는 감히 만년초보가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남들만큼 많이 다녔던 출조는 아니지만 나의 낚시행태가 달라진 것은 있었다.
낚랑가입이후 만 2년을 맞는 지금, 결코 고수(?)가 되어있지 않지만
달라진 나의 낚시행태가 그동안의 변화를 얘기해 준다.
낚랑가입 후 첫 조행이었던 재작년 7월의 강남지부 소암지 정출.
정출 전날이었던 금요일 밤엔 잠을 설치고, 드디어 출조일...
토요일이었지만 일단 출근하여 처삼촌 묘 벌초하듯 일을 후딱 끝내고 집으로 줄행랑.
처음 만나는 자유새님, 은쉬리님과 만남의 장소인 종합운동장에서 합류, 소암지로 출발~
그날 폭우로 인해 낚시도중 철수했지만 그 다음주에 봉재지로 번출을 다녀왓다.
이렇게 시작한 만 2년 간 낚랑에서의 낚시, 그동안 달라진 것은...
첫째, 옷 버리지 않고 낚시하기.....
낚시터에 도착하여 포인트를 선정한 후 받침대를 튼튼히(?) 꽃기 위해 신발벗고 바지자락 올리고
물 속까지 텀벙텀벙 들어가는 일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간편하게 받침틀을 사용하여 물 속에 들어갈 일이 더욱 없어졌지만
옷 버리지 않는 법은 이미 그 이전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낚시 후에 집에 가져가는 빨랫감이 그 만큼 줄어든 것이다.
낚시터에서 한 보따리 가져가는 빨랫감을 그 누가 반길손가! 마눌님이?
오래 전에 낚시할 때면 의례히 바지와 겉옷에 흙칠을 해 오는 것은 다반사였다.
새 옷에 흙칠을 몇번 해 오자 집사람은 낚시 떠날 때 입는 나의 낚시복은
아예 무조건 허름한 옷으로 내 준다.
낚시터에서 어찌어찌하다가 보면 옷 뿐 아니라 낚시가방과 보조가방, 아이스 박스도
온통 흙 투성이...
가져 간 짐에 흙칠을 하지 않는 방법은 문제의 짐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 아니겠는가?
그래서 요즘은 짐 노릇 단단히 하는 아이스박스는 아예 챙기지 않는다.
이렇게 낚시를 하다 보니 요즘은 신발마저 흙이 묻지않는다, 재주도 좋아라!
둘째, 낚은 고기 안가져 가기.....
낚랑에 가입 한 후 얼마 전까지도 낚은 고기는 무조건 집에 가져다가 매운탕을 끓였으나
요즘은 빈 손으로 돌아온다.
물론 나야 가져와서 매운탕도 끓이고 싶지만 비린 내 나고 손질 많이 가는 물고기 가져오는 것
싫어하는 마눌님을 위하여...
작년 봄만 해도 우리집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항상 붕어가 냉동된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매운탕이란 것은 물고기를 집에 가져 왔을 때 그 날로 해 먹지 않으면 나중에 해 먹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얼큰한 민물 매운탕이나 무 넣고 간장에 졸이는 조림도 좋아하여 낚시 때마다 가져 오는
물고기들이 어느날 냉동실에서 여러 무더기 발견되었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나는 부자라도 된 것처럼 만족스럽지만 마눌님은 그렇지 않았는지
집 사람은 나에게 먹지도 않을 물고기 앞으로 가져 오지 말라는 협조를 구했다.
그날 이후 낚시터에서 집으로의 물고기 반입이 사실상 자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고
바뀐 절차가 귀챦아 작년 여름부터인가 물고기의 반입권을 포기하고 말았다.
때로는 문득 매운탕이 고프다.
얼큰한 매운탕 생각하면 가끔 마음이 흔들리나 귀챦아 진다, 집에서의 물고기 손질이...
이제 우리집의 냉동실에는 민물고기가 종적을 감추었다.
세째, 빨리 판단- 포기하기.....
낚시하는 시간이 길면 그 만큼 대어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착각, 낚랑가입 초창기에는
밤낚시를 하면 무조건 밤을 꼬박 새웠다.
낚시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조는 한이 있어도 결코 잠을 자지 않으려 눈을 까 뒤집기도 했었다.
왜? 잠자려고 낚시터에 간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요즘은 그 날의 조황을 살펴보아 아니다 싶으면 밤 12시 좀 지나
잠 잘 줄 아는 여유도 생겼다.
잠 자지 않고 낚시한면 그 만큼 많이 낚을 수 있으며 대어의 확룰이 높긴 하다.
그러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날 그날의 조황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이젠 무조건적인 밤샘의 낚시는 하지 않는다.
펼치는 낚시대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과거에는 항상 4대나 그 이상을 펴기도 했지만 이제는 2.5칸 3.0칸 3.8~4.0칸 3대만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오전에 낚시종료 하기 전 어차피 입질 없는 상황이면 빨리 낚시대를 철거한다.
그렇게 하니 나의 철수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는 일도 없어졌다.
기다릴 땐 기다리고 포기할 땐 포기할 줄 아는 것이 는 마음이 낚시를 깨끗하게 한다.
이렇게 만년초보인 나의 낚시도 나도 모르게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낚시 끝나고 귀가 후 세탁감이 줄었고
집안의 냉동실에 깡깡 얼어붙은 물고기가 사라졌고
밤낚시 이튿날 무조건적인 졸음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
나의 낚시장비는 거의 옛장비 그대로이지만 나의 낚시행태는 달라졌다.
내가 생각해도 확실히 달라진 나의 낚시,
달라질건 달라져야지...
지금 낚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달라질 건 또 무엇이 있을까?
'세상만사(世上萬事) > 낚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인생을 그린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0) | 2008.08.07 |
---|---|
세월의 때와 함께 빛 바랜 낚시가방... (0) | 2008.07.10 |
동상이몽(同床異夢) (0) | 2008.04.28 |
green과 그린벨의 "강남지부 시조회 初行記 #2"[完] (0) | 2008.03.08 |
green과 그린벨의 "낚시사랑 강남지부 시조회 初行記 #1" (0) | 2008.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