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영화라도 비몽사몽 졸면서 보았는지
아니면 잘 보았다 하더라도 기억이 흐려진 것인지
나중에 TV에서 방영할때 못본듯한 장면들이 마구 나올 때가 있다.
나의 경우,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그랬다.
낚시를 통한 영화 속 세 부자의 인생과 그들의 세상사 모든 이치를
낚시터의 흐르는 강물을 통해 나타내려 한 감독의 의도가 보이는 영화이다.
슬로우비디오로 낚시줄 따라 이동하는 카메라의 장면 장면이 너무나 우아했다.
극장에서 한번, TV영화로 두 번 보았지만 또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이 영화의 스토리를 짧게 되돌아 보면...
20세기 초 미국의 몬타나주의 미줄라에 있는 프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주인공 노먼의 집 주위로 흐르는 강에는 유달리 송어가 많아
어려서부터 이 가정의 3부자는 낚시를 하는데 익숙해 있었다.
직업이 장로교 목사인 아버지는
'낚싯줄 던지는 것 자체가 예술이라는 플라이낚시'를
두 아들에게 선보이면서 아들들의 삶에 동기를 부여해준다.
아버지는 본래 사악한 인간이 은총을 통해 선하게 되어 지는데,
이러한 은총은 예술을 통하여 얻어지지만 예술은 쉽게 얻어지지 않음을
아들들에게 강조하곤 했다.
낚시를 하나의 예술로서 받아들여 그의 두 아들이 낚시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진미를 느껴 배우고 터득하기를 바랬던 것.
그러므로 당연히 이 세 부자가 즐기는 낚시는 단순한 물고기를 낚는 행위를 넘어
그것은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었다.
따라서 낚시는 이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일련의 인생경로의 이정표이자,
자신의 내적 성숙의 과정이었던 것.
두 아들 중 형은 고지식한 학자로,
동생은 거친 성격의 기자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낚시 속에서 형제는 아버지와 더불어 교감을 나누곤 했다.
이 영화에서 낚시에 가장 깊숙이 빠져드는 인물은 동생으로 나오는 브래드 피트인데
드디어 낚시에서 삶의 의미를 체득하고 결국 짧은 인생을 마감한다.
마을의 인디언 처녀와 사랑을 나누다가 불 같은 성격 탓에 불운한 최후를 맞이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평범한 삶을 영유하는 형은 마을 축제에서 한 여인을 만나 결혼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례로 사별한 후 이제 늙어 주름진 손과 얼굴로
어린시절부터 줄창 낚시하던 강가에 돌아와 선 형으로 분한 노먼은 말한다.
" 강은 하나되기 위해 그곳을 향해 흐른다."고...
과연...
'하나가 되기 위해 그곳을 향해 흐르는 것이 인생'
영화가 끝난 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영화이다.
광적으로 낚시를 즐겼던 나지만
이렇게 낚시를 인생의 철학으로 승화시키기엔 아직...
적어도 나의 말년기에는 주인공 노먼처럼
물가에 앉아 지나온 인생을 음미할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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