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도 우리 주위에서 잊혀져 가는 것, 사라져 가는 것도 많다.
또 복원된 것과 새로 생기는 것도 많다.
청계천 복개 전, 천변을 따라 죽 늘어선 판자촌이 그랬고 복개 후
고가도로가 생겼는가 싶더니 어느새 복원(?) 새 단장했다.
그러더니 광화문 피맛골(피맛길)이 이제 그 운명을 다 한 것 같다.
피맛골은 종로1가에서 6가까지 대로변 빌딩 뒤 좌우에 위치한 좁고 긴 골목길,
왜 피맛골이라고 했을까, 그 유래가 재미있다.
종로의 큰 길을 가운데 두고 종로 1가에서 6가까지 길 양쪽의 상가건물 뒤로 가면 좁고 긴
골목길이 나오는데 이 길은 조선시대 말을 피해 다닌다는 뜻에서 피맛골(避馬洞),
탄생 배경은 조선시대의 봉건적인 풍습에서 유래한다.
바로 80여년 전까지만 해도 종로에서 말을 타고 가던 하급 관리가 상관을 만나면
말에서 내려 허리를 굽혀 예의를 표하고 있다가 상관이 지나면 다시 말을 타고
가야 했다고 전해진다.
"훠이∼ 물럿거라! 무슨 대감 행차시다!"
청천벽력같은 이 소리에 길가던 아이, 아낙네부터 무거운 짐 짊어진 남정네까지
무조건 엎드려 조아려야 했다.
이러다보니 지체높은 양반들 몇 명만 지나가도 길가는데 드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예나지금이나 시간이 금인데...
이런 연유로 생겨난 것이 '피맛골',
이 골목길은 차츰 서민들의 단골 길이 되어 서민 상대의 장사가 성행하여
내외술집, 모주집, 목로집 등이 들어서게 되었다.
출출할 때에는 허름한 국밥집에 들러 배를 채우고 막걸리를 들이켜기도 했다.
자연스레 이곳에는 가벼운 주머니로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과
주점들이 많아졌고 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원래 종로 큰길 따라 광화문 앞 사거리(교보빌딩 뒤)부터 동대문까지 난 이 골목길은
이렇게 '아랫것'들이 다니는 길이었다는 전통때문에 값싼 음식점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서 피맛골의 주고객층은 샐러리맨.
얼마 전 친구들이 곧 사라진다는 피맛골에 모여 허름한 목로주점에서
족발, 낚지전, 조개탕과 함께 한 잔 하며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라지는 것들은 늘상 아쉽다.
세월 흐르며 군데군데 끊겨있을 뿐 아니라 머지않아 그 흔적마저 종적을 감출 피맛골..
몇년 전 현대건설이 교보빌딩 뒤의 땅을 매입, 이곳에 상가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교보빌딩 뒤의 골목은 벌써 오래 전부터 철거 및 공사가 시작되어 옛 모습이 아니다.
군데 군데 흔적 남은 피맛골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한번 쯤 이 골목을 찾아 보면 어떨까?
이 골목의 이름을 피맛골이라 명명했던 옛 조상들의 자취를 더듬어
피맛골 기행을 한번 해보는 것도 괜챦을듯 하다.
빈대떡, 메추리구이, 족발을 먹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보는 것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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