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의 고백,
오래 전인 1976년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쉬 배고픈 한창 먹을 나이이니 점심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였다.
점심은 항상 그 직장의 사장님과 함께 했는데 어느날 점심시간,
평소와 같이 나온 사장님은 그날따라 웬일인지 일식집을 찾았다.
남대문 시장 지하상가 등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먹던 생선회의 맛을이제 막 알기 시작한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종업원이 식탁에 앉은 우리에게 주문을 권하자 사장님은 나에게 물었다.
"미스터남, 뭐 먹을래? 나는 초밥이 좋은데..."
우물쭈물하던 나는 이내
"네? 아~ 저는 초밥은 별로... 지난 번에 한번 먹어보았는데
초밥은 영~ 시어서, 그냥 회덮밥으로 할래요."
사장님은 고개를 갸우뚱,
"그래? 초밥이 시다고? 그것 이상하군...어디서 쉰 초밥을 먹었나? 그럼 회덮밥으로 해,
어이~ 여기 회덮밥 하고 초밥 2인분 주세요."
아! 주문한 식사가 식탁에 좋여졌을 때비로소 나는 내가 실수한 것을 알았다, 아차 싶었으며 아쉽기까지 했다.
그 때까지 생선회로 만든 진짜(?) 초밥은 아직 먹어 보지 못한 내가,유뷰초밥이나 먹어보았던 내가 초밥 하니까 식초를 연상...
혹시 밥에 식초를 넣어 먹는 식사가 아닐까 싶어
그저 밥 위에 야채와 생선회가 덮여 나오는 회덮밥을 시켰던 것.
사장님 앞에 놓인 초밥은 갓 잡은 싱싱한 생선회를 큼지막하게 썰어 만든...
왜 그리 식탐이 나던지...
2인분 시켰으니 초밥 몇개 먹어보라 사장님이 권했으나'초밥은 시어서...' 싫다던 내가 어찌 그것을 먹을 수 있을까?
울며겨자먹기로광어 회 조금과 푸성귀 많이 섞인 회덮밥만 꾸역꾸역 먹을 수 밖에,
한마디로 눈물이 앞을 가리던 그날,
초고추장에 식초가 너무 많이 섞였었나?
오히려 내가 먹던 회덮밥이 왜 그리도 시게 느껴지던지...
생선회라고는당시 남대문 시장의 지하상가에서 막회밖에 못 먹어 본 신출이
아직 생선초밥이란 메뉴를 만나 보기 전의 에피소드,
지금도 생각하면 그저 쓴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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