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나 신문을 통해 잊을만하면
심심챦게 우리에게 전해오는 단골 뉴스의 한 예...
'할아버지 제삿상 차리지 않는다고 부인과 말다툼 끝에
부인을 밀어 넘어뜨리는 등 폭행한 김모씨(무직)를 노량진 경찰서에서
불구속 입건'했다고...
오래전의 해묵은 뉴스이지만 그때 경찰 조사에서 김모씨는 이렇게 진술했단다.
"경제적인 문제로 그동안 말다툼을 자주 했는데
제삿상 차리지 않는 아내에게 화가 치밀어 나도 모르게 그만..."
아내폭행으로 입건된 김모씨는 자기도 무직으로 수입이 없는 상태이면서
어떻게 제삿상을 차리라고 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잘못 전해진 형식이나 격식이 생활 속에 많은 것 같다.
그 중의 대표적인 예가 위처럼 쥐뿔도 없으면서 제사를 모셔야 하는 경우.
제사가 무엇이길래 제삿상 차리지 않는다고 아내를 폭행했을까?
사전에 기록된 제사의 정의는
'신령이나 죽은 이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내는 행위'이다.
전통 방식의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든
기독교 식의 영정만 앞에 놓고 추도회를 갖든
어느 형식을 권하거나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제사를 그렇게 중시하는 김모씨는 제사에 차려질 깨끗한 제물(제수)를 위하여
아무리 무직이라 해도 제사를 위하여 최소한의 돈을 벌었어야 했다.
그리하여 그 돈을 그의 아내에게 전하여 정성으로 제수를 장만하던지
아니면 자기가 직접 장만하여 준비함이 옳았다.
그러나 김모씨는 아무 대책없이 그 날이 오니 애꿎은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폭행한 사건이 이 사건의 전말이다.
참으로 한심한 남자,
대한민국 태생의 이 남자가 어떻게 그런 행위를 할 수 있었는지는
아래 글이 그 답을 잘 이야기 해준다.
조선 중세 이후로 여겨지는 때,
어느 지방에 두 선비 친구가 항상 서로 돕고 살자며 굳게 약속을 했다.
그 후 한 친구는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났고 한 친구는
고향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누더기를 입은 거지 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과거를 보러 갔던
바로 옛 친구였다.
가난한 고향의 선비 친구는 오랫만에 자기를 찾은 친구를 반갑게 맞아들여
아내에게 술을 받아 오라고 했다.
곧 차려질 술상을 기다리며 두 친구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던 중 문 밖 동네에서 구슬픈 여자의 울음 소리가 들려와
밖에 나가 보니 가난한 친구의 아내가 쓰러져 울고 있었다.
아내는 돈이 없어서 손에 끼고 있던 가락지를 팔아 술을 사오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그 술을 엎지른 것....
이 정경을 본 친구는 크게 감동했다.
사실 이 친구는 벼슬길에 올랐으나 일부러 거지꼴을 하고
옛친구를 찾아 왔던 것인데 가난한 친구 아내의 이 행동에 크게 감동,
그 후 가난한 친구를 친형제처럼 잘 보살펴 주었다는 얘기...
위 이야기는 1960년대
당시의 도덕(바른생활이었던가?)책에 실려있는 옛이야기,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사고와 가치관이 달라짐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교과서에서 슬그머니 퇴출되었던 이야기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김모씨는
바로 이 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세대, 아내 구타 사유를 어떻게 탓하랴?
그는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가락지 팔아 술 사오는 그런 착한 가난한 선비의 아내 본받아
'제삿상 차리지 않는 아내가 괘씸해서' 폭행을 저질렀을 뿐'인데...
지금 생각하면 1960년대라 하더라도 황당할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었다.
그 이야기는 마땅히 조선시대, 혹은 구한말 시대에나 실렸어야 할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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