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밥그릇싸움 하는 이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green green 2009. 9. 3. 18:48

데스크용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 새로 오픈한 대형문구점을 찾았다.
버스 정류장 앞에 새로 생긴 대형 문구점이 얼마 전, 내 눈에 띈 것처럼 요즘의

빠른 변화를 타고 새로 생긴 문구점을 비롯, 그 근처의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제일 큰 변화는 버스정류장 앞의 이동전화대리점이 없어진 일...

그 가게의 업종이 헬스용품을 취급하는 가게로 바뀌어져 있었으며

바로 옆의 점포까지 합쳐 먼저 차지했던 규모의 두 배로 매장면적이 늘어 나 있었다.

 

가게가 커지고 업종이 바뀌었는데도 그 앞에서 오래 전부터 노년을 앞둔 어느 아주머니가

하는 떡파는 노점은  그 자리를 지키며 계절상품이라 할 수 있는 옥수수도 쪄 내어 팔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는 가게 쇼윈도 앞의 노점이 볼성 사납게 보인다.
프린터잉크를 사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 오는 길...
그 떡장수에 대해 내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 점심시간에 인근에 있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떡이나 간식거리를 팔고 돈 대신 받은 식권을 세고 있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했다.
"아주머니 안녕하셨습니까? 이동전화대리점이 다른 가게로 바뀌었네요."

 

2년 전부터 떡은 사지 않고 팔고 있는 떡들과 자기를 유심히 관찰하던
나를 기억이나 할까? 하지만 아주머니는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다.
"네, 오랫만이네요, 가게 바뀐지 벌써 한달 다 되었어요."
"아! 그렇군요, 근데 가게 주인은 예전 이동전화대리점 사장님 그대로인 모양인데요?"
이렇게 묻자 아주머니는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웬걸요? 그 사장님은 이곳을 떠났어요, 직원이나 사장님이나 좋은 분들이셨는데..."
의아스럽다, 그런데 먼저 면적의 두배로 늘어난 새 점포의 한가운데 쇼윈도
위치에서 떡장수를 하실 수 있다니...
무슨 비결이라도... 그 아주머니의 장사터전을 고수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얼까?

나의 의문은 곧바로 질문으로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이 장소에서 그대로 장사를 하실 수 있는거죠?
주인이 쫒아내지는 않던가요?"
수십에서 수백만원대의 값비싼 헬스용품과 서민들의 애용품,

단돈 1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는 떡은 왠지 궁합이 맞지 않는듯 하다.
아주머니의 대답이 이어졌다.
"웬걸요? 처음엔 이곳 사장님이 나가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애원했어요.
25년 동안 이곳 한곳에서 줄곧 해온 떡장수이고 요즘은 빚도 좀 있어서
생활이 좀 힘드니 제발 편의 좀 봐 달라고 통사정을 한참 했더니

내 말을 한참 듣고 계시던 사장님이 어렵게 허락을 하더군요, 감사하게도..."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듣던 중 목이 메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왠지 목이 메었다.
"아! 그랬군요, 아주머니는 복이 많으신 사람입니다.

아주머니 심성이 좋으시니 주위에 좋으신 분들이 함께 계시는 것일겁니다.
"축하합니다, 아주머니."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떡 장수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이 아주머니는 2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킨 이 동네의 터줏대감이다.

아침과 저녁 노점에 물건을 진열할 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들에 의지한다.

아주머니께서는 대학교를 졸업, 대기업에 재직중인 아들과 작년에 대학을 졸업,

취업 재수를 하고 있는 아들이 있으시다.

그 아들들의 학비와 뒷바라지를 모두 이 노점을 통해 해 오셨다고 한다.

 

오늘 저녁, 노점 닫을 때에 아주머니의 아들이 어김없이 나와서

떡장수 어머니의 주섬주섬 떡 주워 담는 일과 물건의 운송을 도울 것이다.

25년간 한 자리에서 자리를 지키며 자녀들을 길러 낸 아주머니도 대단하지만
거리 미관상, 점포 미관상 좋지 않은 그 자리에서 지금껏 떡장수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버스정류장 앞 점포의 주인들이 더 대단하게 생각된다.

세상이 자기 몫 찾기 바쁘고 각박하다고 하지만 구석진 사회의 한 구석에는
우리가 그냥 흘리기 쉬운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의 소임을 다 하며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 소시민들의 삶은 계속된다. 

이들의 삶은 자기 몫 찾기에도 성이 차지 않아 남의 몫까지 노리는데 혈안이 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보다 진정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