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가족 이야기

男과女 사랑의 조건, '길들인다'는 것 ... green의 Love Story #8

green green 2009. 9. 15. 14:04

greenbell의 조바심도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맞선으로 만났고 결혼을 전제로 데이트를 하는 중이라지만
처음 만난 기간에 비해 너무 진도가 빨리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아무리 곧 결혼할 사이라 해도 결혼을 향해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정성과 재미가
부족한 것과 평생의 동반자인 green에 대하여 더 알아야겠다는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가능하다면  결혼은 내년 쯤으로 미루고 그 때까지 오밀조밀 애틋한 사랑을 키우며
서로를 더 알고 난 후에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green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결혼하기로 낙점한 이상, 과년한 처녀 총각이 무에 그리 뜸들일 필요 없으며
생각으로 남들 2~3년 혹은 이상 걸리는 연애 기간 줄어들어 좋다는 생각이었다.
greenbell의 전통적인 방법으로의 생각이나 green의 실용적인 방법으로의 생각 모두
나름대로 일리있는 생각이기에 옳고 그름은 없었다.
하지만 둘의 생각을 하나로 묶을 그 무엇인가의 방법은 필요했다.
이러한 갈등이 낚시휴가 다녀온 이후 두 주간은 계속되었다. 

 

낚시휴가 끝나는 날, green은 greenbell의 집에 들렀었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 시누이, 남동생, 이제 돌 갓지난 여조카...
greenbell을 만난 이후 그녀의 집에 처음 간 것은 아니지만 집안 가족들이 모두 반겼다. 
낚시터에서 낚아 배를 갈라 대구포처럼 좌대 지붕 위에 널어 말린 한 자 넘는 35~45Cm급의
커다란 떡붕어 7~8마리를 greenbell의 아버지께 선물했다.
말이 붕어이지 40Cㅡ 넘는 붕어는 웬만한 작은 대포와 같이 크기도 꽤 컸다.
아버지는 그렇게 큰 붕어를 낚아온 green을 대견해 하시며 흡족해 하셨다.

 

상황이 이러하니 greenbell의 생각은  가족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greenbell은 평생 반려자가 될 green을 위한 일종의 조건이 필요했다.
그 조건은 개신교로써의 모태신앙인 greenbell에 비해 예수영접은 커녕 아직 교회에조차
나가지 않는 green의 무신앙적인 생활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사실 그 때까지 신앙생활이랄 것도 없는 green의 교회 나가 본 경험은
초등학교 때 반쪽 짜리 크림빵이나 사탕 과자 나부랭이 얻어 먹으러 성탄절이나
방학 때의 여름.겨울성경학교가 모두였다.

 

greenbell이 휴가낚시 이후 앞으로 더 만나봐야겠다며 결혼을 내년으로 미루자는 등
10월 4일로 잡힌 결혼말짜 전에 약혼식 날짜 잡기도 전에 greebell이 소원해짐을 느낀
green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green은 매일 오전 오후 전화통화는 물론,
퇴근 후 이틀에 한 번 씩 greenbell을 만나 벌어진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이유를 알고 있으니 greenbell에게 '왜 그러느냐?"는 말 필요없이 행동으로 들어가
green도 자기의 생각과 뜻을 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결혼날짜 잡았으니 이제 약혼으로 결혼을 기정사실화 하자는 생각이었다.

 

green의 압박에 greenbell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저를 사랑하여 결혼하시겠다고 하면 제 부탁을 들어 주세요, 이건 조건이에요."
어리둥절하면서도 무슨 부탁인지 그것 못들어주겠느냐는 배짱으로 green이 대답햇다.
"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아라면 다 하겠소"
"교회를 다니셔야 합니다. 나도 지금 아현동에 있는 교회 나가지만 주례도 아버지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에게 의뢰해 놓으셨다고 해요."
greenbell의 이 말은 남편 될 사람을 전도하여 결혼 후 교회 함게 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길들인다'는 것...

생떽쮜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알려준 '사랑의 조건'이었다.

 

그것은 남에게는 다소 완고한듯 하면서 자기에게는 자유분방한

green의 행동적 특성을 간파한 greenbell의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결정이며 엄포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green을 기독교 정신, 예수 정신으로 greenbell과 함께 묶어 몸과 마음을
함께 하자는 어찌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그녀의 결정이었다.  
순간 green은 그동안 소년기, 청소년기, 대학시절, 군 생활 시절 등 교회 다닐 기회 있었어도
자기 필요나 자기 판단 및 기준에 의해 이리 피하고 저리 피했던 '예수영접에'에의 권유가
이젠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것을 green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러나 green은 쾌히 승락했다.
승락할 수 밖에 없었다. greenbell 최후의 통첩이나 다름 없으니...
'그래 내려놓자, 모든 것은 아니어도 많은 것을 내려 놓자. 앞으로 혼자가 아니니 더욱...'
그리고 둘은 대화를 계속 해 나갂다.
이제 남은 것은 약혼, 이번엔 green이 '약혼 날짜를 속히 잡으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greenbell도 승락했다, 그리고 약혼 날짜는 부모님과 상의하여 결정겠다고...
1986년의 뜨거웠던 8월은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