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가짜가 판치는 세상, 나 진짜 맞아?

green green 2009. 10. 6. 10:13

거래처에서 일 끝내고 사무실로 걸어들어 오는 날은

주택가 골목 담 넘어 감이 주렁주렁 맺힌 감나무를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그것을 연속하다보면 사무실 근처 동네 골목을

구석구석 훤히 알게 되는 것도 재미있는일에는 틀림없다.

그러다가 눈에 띈 의문의 장면.


폐지를 수집하는 어느 노부부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폐지를 잘 정리하여

그들의 운송스단인 리어카에 적재하고 있었다.
반백의 머리에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인 남편은 리어카의 빈 공간에 폐지를 한켜한켜 쌓은 후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고 있었으며 아주머니는 자신들의 집인듯한 허름한 주택에서

여러개의 페트병에 물을 담아 연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과거 물 먹인 소 얘기는 들어보기도 했고 먹어보기도 했지만

물 먹인 종이는 듣도보도 못한 얘기일뿐 더러 내 눈으로 처음 보는 장면이니 놀랄 수 밖에...
음모(?)를 꾸미고 있는 노부부를 지나치면서 머리속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 찼다.
사무실이 가까와 오면서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었는데

그 결론은 '사람은 추하게 늙어선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

아름답게 늙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저 노부부들도 그 당시 납꽃게사건을 보고 들으며 분개했을텐데...
몇해 전인가 중국 어부들이 꽃게 상자에 납덩이를 넣어 포장,

무게를 속여 우리나라에 수출했던 이른바 '중국산 납꽃게' 사건으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일이 떠올랐다. 사실 중국인들의 납꽃게 사건뿐이랴?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가짜이지만 그 방면에는 우리나라가 훨씬 원조일듯 싶다.

 

1960년대 초반 이야기지만 폐전투화 가죽으로 만들어 서울 일대 술집에 공급하여

퇴근길 한잔에 시름 달래던 서민 애주가들을 울렸던 가짜 수구레 사건, 석회 두부 사건,

지금까지도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가짜 고춧가루, 가짜 참기름 등 가짜 농산물과

가짜 휘발유, 가짜 보물, 가짜 휴대폰, 가짜 학위, 가짜 논문, 가짜 보고서, 가짜 면허, ...

하도 많아 나열하기가 어렵다.

 

가짜도 진화한다.

요즘은 가짜라는 말대신 '짝퉁'이란 말을 함께 쓰기도 한다.

마케팅적으로 가짜는 브랜드 없는 상품에 쓰이던 고색창연한 용어이지만

'짝퉁'은 근래에 이르러 온갖 상품이 브랜드화 하며 생긴 자조섞인 새로운 용어이다.  

브랜드는 무형의 자산,

예전의 가짜는 유형의 물건 품질만 속였지만

요즘의 '짝퉁'은 무형과 유형의 자산 두가지를 모두 속이는 가짜인 것이다. 

 

한세상 살다 보면 좋은 일, 나쁜 일, 그리고 싫은 일도 생기는게 세상사.

모든 사람들이 한세상 살며 나쁜 일은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은 해도

자기 자신이 남에게 나쁘게 보일 수 있거나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좀 너그러운 편인것 같다. 이것이 발전하면 이기주의가 된다.

개인적 이기주의는 양심의 자유,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범죄로 발전한다.

국가의 이기주의는 국수주의를 낳으며 이것은 국가간의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전에 MBC 9기 공채 탤런트이며 가수였던

신신애가 부른 '요지경'이란 가요가 있었다.

그 노랫가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산다
야야 야들아 내 말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후략)"

 

'진짜'가 어디 있나 둘러보지만

위 노래 가사처럼 이 사회에 '진짜'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기 힘들고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식적인 가짜들이 활개치고 있다. 

어디를 봐도 가짜들 뿐이니

정작 자신 조차도 가짜가 아닌지 한번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까보다. 

 

나 진짜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