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연주 & 관람 후기

2009 아주남성합창단 정기연주회 관람 후기...

green green 2009. 10. 25. 19:44
 
임명운 지휘자가 이끄는 창단 7년째인 아주남성합창단은 노래 부르기를 즐겨하는 남성들로
이루어진 아마튜어 합창단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연습실이 있다.
현재 성남시립 소년소녀합창단 상임 지휘를 맡고 있는 임명운 지휘자와 창립멤버 단원들을
잘 알기에 제7회 아주남성합창단 정기연주일인 어제 일찌감치 사무실을 나섰다.

시작 한 시간 전에 도착하니 입장을 앞두고 안내원들은 손님맞이 준비하느라 한창 바쁘다.
연주회 장소인 복합 문화예술 공간 성남아트센터는 2005년에 개관한 이래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을 넘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공연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단 한 가지, 외곽이다 보니 주말 공연에는 교통이 좀 불편한 것이 약점이다.

곧 작곡가 정애련님과 시인 심응문님이 도착, 정애련님의 소개로 심응문님과 통성명을 했다.
시인 특유의 섬세함과 자상함이 묻어나는 그 분은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친절함이 느껴진다.
입장 시간 거의 다 되어서 오신 인어공주님 부부에게 이안삼 선생님, 보나님은 바쁘신 사정이
있으셔서 못오신다는 전언을 들으며 우리 5명은 체임버홀에 입장했다.

6개 무대 중 첫 번째는 성가, 첫곡 '영광을 높은 곳에'로 연주회가 시작되었는데  잘 절제된
남성 특유의 하모니가 오랜기간 단련된 임명운 지휘자의 수완을 잘 보여 주었다. 나머지 곡은
축복하노라, 주 나의 이름 부를때,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등 유명 찬양곡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곡들의 적절한 부분을 솔로를 지정, 부르게 하여 합창에 새 기운을 불어 넣어 주었다.  

두 곡이 끝난 후 언뜻 인어공주님의 귀띔과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돌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음악회 시작 바로 전, 인어공주님과 정애련님의 귀뜸으로 거의 못오실 것으로 판단헸는데
가리키는 손끝 저만치 뒷좌석에는 이안삼 선생님과 보나 이혜자 님, 그리고
작시자 이향숙님이 나란히 앉아 음악을 경청하고 있으시기에 반가워 손을 들어 흔들었다.

두 번 째 무대는 동요, 성인합창단의 연주회에 어린이들의 노래를 레파토리로 다룬다는 것이
다중매체의 발달로 동요가 사라져 가는 지금의 시점에 높이 평가되어야 할 일이다.
거기에 레파토리를 예전 작곡된 해묵은 동요가 아닌 최근 발표된 새로운 동요를 채택함은 어쩌면
성남시립소년소녀합창단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임명운 지휘자의 또 하나의 사명인지도 모른다.

아쉬웠던 것은 발표한 4곡 모두 '어린이 노래'로써의 감성과 특징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점.
바리톤과 베이스 저음 위주의 성인남자들로써 어린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애당초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따라갈 수 없더라도 동요 스테이지인 만큼 합창단원들의 검은 연미복을 과감히 벗고
아동복 차림으로 무대에 서는 센스가 아쉬웠다. 그랬다면 목소리도 아동스러워지지 않았을까?

세 번 째는 창작가곡 무대로써 1980년대 이후 정지되었다는 가곡의 현주소를 몸소 느끼고 있는
현역 중진 이상의 작곡가들이 새로 창작한 가곡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무대였다.    
이 무대에서 이안삼, 정애련, 정희치 작곡가와 장장식, 심응문, 이향숙 시인의 가곡
'가을이 와서야', '거시기 유전', '내 고향으로'를 발표, 한국 가곡의 화려한 부활을 기원했다.

임명운 지휘자는 한국 가곡이 결코 청중들과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청중들에게
간접적인 방법으로 알려 주었다. 세 곡의 창작가곡 연주가 끝날 때 마다 청중석에 앉아 함께
감상하는 작곡자와 작시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손수 소개함으로써, 일반인들이 대중가요보다
더 멀게 생각할 수 있는 가곡을 한층 끌어내려 청중과 더욱 친숙하게 해 주었다.
       
10분 간의 휴식 후에 네 번 째는 애창곡 무대, 아주여성홥창단과 협연으로 외국곡 3곡을
불렀는데 '이탈리아 거리의 노래', '들장미',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 이름 그대로 관객 모두
어렸을 적부터 입으로 부르고 귀에 익었을만한 친근한 애창곡이었다.
이 역시 각 노래마다 솔로를 적절히 배치하여 변화를 시도한 점이 우수했다.

우정출연 무대로써 다섯 번 째는 군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맘마미아',
아! 좀 전에 두 번 째 무대에선 어른들이 동요을 부르더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어른 노래를?
아주남성합창단 음악감독으로써 임명운 지휘자의 기지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특히 아이들이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무대를 종횡질주하는 장면은 상큼한 감동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요와 팝이 함께 하는 여섯 번 째 무대, 7080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옛가요와
팝송을 편곡하여 들려주는 합창은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주었다.
뭉게구름, Cotten filds, 너를 보내고, 처녀 뱃사공, 붉은 노을 등 5곡 모두 7080세대의
곡이어서 20대와 30대를 배려하지 않은 점은 아쉬울 수도 있는...

5개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앵콜곡으로 가수 루이스의 2001년 가요 '중화반점'을 불렀는데
2절 즈음에서 실제 요리사 복장의 두 합찬단원이 철가방을 들고 무대에 등장 좌중을 웃겼다.
두 번 째 앵콜곡은 찬양곡 '임하소서'였는데 비교적 완성도 높은 합창으로 다소 들떴던
정기연주회, 두 시간 동안 흐트러졌던 분위기를 가라 앉히며 차분히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임명운 지휘자는 어떤 합창단이든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이끌어 내는
능력의 소유자, 그에게 '합창의 마술사'라는 별칭이 항시 따라 붙는 이유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성남시립소년소녀합창단, 아주여성합창단, 아주남성합창단,
아주콘서트콰이어, 그리고 잠실교회 할렐루야성가대에 그의 마술이 통한다.
 
다중매체와 문화의 범람으로 이 땅에서 점점 가치를 잃고 사라져가는 아동 음악과 가곡,
진정한 대한민국 음악인이라면 그 두 장르의 음악을 살리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연주회에서 임명운 지휘자는 그 문제를 정면으로 받아들여 실천함으로써 평소
그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 음악적인 일들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

금년의 제7회 정기연주회는 예년에 비해 크게 발전한 연주회였다.
스테이지마다 특성이 각각 다른 여러 명의 솔로들을 합창단원 내에서 기용한 점,
피아노로 낼 수 없는 음향을 '신디사이저'를 사용,
연주곡 곳곳에 감칠맛나게 운용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년에는 또 어떤 연주회로 청중들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 줄 것인가,
아직 올해가 다 가려면 두 달이나 더 남은 이 시점에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나아가서 예산문제가 따르겠지만 앞으로 언젠가 신디사이저를 뛰어넘어
'엘렉톤'까지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정기연주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