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연주 & 관람 후기

우리가곡의날 제정 5주년 축하음악회, '한국가곡의 밤' 관람 후기...

green green 2009. 11. 12. 22:14

 

 

우리가곡은 겨레의 고유한 정서와 혼이 담긴 시에,
아른다운 가락을 더한 노래이다.

 

1920년 홍난파 선생의 봉선화를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겨레의 애환을 담아내며 특유의 음악세게를 구축해온 우리가곡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인 예술로 자리매김하였다.

 

날로 변화해가는 이 시대에도 사회정성 순화에 기여하는 바 큰
우리가곡의 아름다움을 기리고, 겨레의 음악으로 거듭나고자,
시인과 작곡가, 연주가, 그리고 우리 애호가들의 마음을 모아,
광복60주년을 맞는 2005년 11월 11일을
제1회 '우리가곡의 날'로 제정 선포한다.

 

                                                                 선언일 2004년 11월 11일
                                                                우리가곡의 날 제정위원회

 

 

2004년 6월, 우리 가곡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뜻있는 인사들이 '우리가곡의 날 제정추진위원회 (위원장:최영섭 작곡가)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그해 9월부터 11월에 이르는 장장 10주간 동안 구기동의 MIA미술관에 성악가들을 초청,
우리가곡 160곡을 준비하여 발표하는 꼼꼼하고 성대한 음악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그 자리에서 위의 선언문을 낭독하고 '우리가곡의 날' 을 제정,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6년이 흘러 제5회 우리 가곡의 날이었던 어제 저녁, 우리가곡의 날 제정위원회에서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가곡의 밤' 축하음악회를 가졌다.

5년 전 구기동의 복합문화공간 MIA에서 처음으로 맛보았던 가곡의 아름다운과 진수를 느끼려,
당시의 그 환희에 다시 빠지고파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던 음악회 장소,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방혜자 화백의 '빛의 노래' 작품을 표지에 사용,

수준높게 제작한 올 칼라의 프로그램북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한국가곡예술연합회장 박경규 선생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의 음악회는 
내마음의 노래 합창단과 부천 온새미로 합창단(박은영 반주 / 윤교생 지휘)이
봉선화(김형준 작시 / 홍난파 작곡) 연주를 시작으로 한 성악가가 두 곡씩을 연주하였다.

 

프로그램 순서는 솟대(김필영 / 이안삼/ Bar.송기창 ), 대관령(신봉승 / 박경규/ Bar. 송기창),
임이 오시는지(박문호 / 김규환 / M.Sop. 서윤진), 비목(한명희 / 장일남 / M.Sop. 서윤진),
청밀밭(박목월 / 정덕기 / Bar.이진원),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김연준 / Bar.이진원),
백자(엄원용 / 정영택 / Sop.임경애), 고향의 노래(김재호 / 이수인 / Sop.임경애)로 1부를 마쳤다.

 

10분간의 Intermisson후 2부에서는
얼굴(심봉석 / 신귀복 / M.Sop.박순향), 보리밭(박화목 / 윤용하 / M.Sop.박순향),
가고파(이은상 / 김동진 / Ten.정능화), 희망의 나라로(현제명 / 현제명 /  Ten.정능화),
이별의 노래(박목월 / 김성태 / Sop.지선정), 꽃구름 속에(박두진 / 이흥렬 / Sop.지선정)을 마치고
또 다시 내마음의 합창단의 흘러라 청계천아(한여선 / 한지영),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 최영섭)을
닫는 연주로 막을 내렸다.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 일찌감치 관객석에 앉아 숨죽이며 기다렸던 연주회였건만
누군가가 '아름다운 추억은 추억일 뿐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못박아 정의한 것처럼
연주회가 시작하면서 그 기대는 차츰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연장에는 예의 '우리가곡의 날' 선포했던, 구기동 MIA미술관의 그 뜨거운 열정이 없다.  
     
시인의 시에 곡을 붙여 창작하는 가곡이기에  연주할 때는 분명하고 명쾌한 가사 전달이 생명인데
가사를 잊었는지 2절의 가사를 차용(?)하여 부르는 사례가 간혹 발견되기도 했으며
연습 부족인지 아니지 몰라도 몇몇 출연자들은 최선을 다 해 그의 역량을 발휘못하는 것이 안스러웠다.  

특히 2부 순서에서 어느 출연자의 관객을 향한, 불필요한 멘트와 연주 역시 불안정한 그의 무대매너는
듣고 보는 이로 하여금 조바심과 함께 정말 그의 멘트대로 스스로 눈을 감게 만들었다.

 

이번 발표곡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잇는 가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바

평소 수준급의 성악가들에 의해 불리워졌으며 그러기에 우리 귀에도 익숙한 곡들이었다.

그 곡을 작곡한 작곡가들도 지금 객석에서 관람하고 있는데 자신의 곡이 지명 출연자에 의해

잘못 연주되고 있는 현실을 그 분들을 어떻게 받아 들였을까?  생각하니 안타까왔다.

 

음악회의 성격까지도 포함할 수 있는 오프닝곡과 엔딩곡 연주하는 합창단은 물론 1부와 2부 출연자들의
포지션과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정이 아쉬웠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 가곡계를 대표하여 제정한, 이른바 '우리가곡의 날'을
기념하는 음악회라면 적어도 연주하는 출연자들의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엔딩곡 그리운 금강산 합창이 끝나자 만족치 않은 박수를 치고 잠시 주춤했던 관객들은 앵콜을 불렀다.
그러나 그 앵콜은 합창을 잘 해서 주문한 것이 아닌, 막상 순서가 모두 끝났지만 무언가 채워지지않는
허전함을 채워 달라는 관객들의 요구처럼 느껴졌다. 
합창단 주최의 음악회가 아닌 이상, 앵콜곡을 준비했을리 만무했기에 순간 작은 혼선이 빚어졌다.

 

'앵콜곡은 주최측에서 따로 준비하란 주문이 없었다'는 관객을 향한 지휘자의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  작곡가께서 장내에 계시니 이 노래를 합창하자는 사회자의 제안으로

일단락, 캐나다에서 귀국하신 작곡가 안병원(83세) 선생이 무대에 나오셔서 직접 지휘를 하며

청중과 함께 합창했던 점이 이번 음악회의 백미였다.
안병원 선생은 "하루 속히 통일되어 이 노래는 훗날 흘러간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장소가 전문 연주 장소가 아닌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이라 그랬는지 관람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미비하여 기호음료는 물론 마실 물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
쌀쌀한 날씨는 고사하고 바로 다음날인 오늘이 대입수능일인데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가라앉은 사회 분위기 탓에 공연장을 꽉 메운 관객은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5년 전 희망에 부풀었던 구기동에서의 꼼꼼하고 열의에 찬 10주 동안의 릴레이 음악회
분위기와 느낌을 기대하고 바랬던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5회 우리가곡의날 축하 음악회,
지난 5년 동안의 세월이 말해주듯 거기에 걸맞는 음악회여야 했다.
기획, 연출, 진행, 출연 등 모든 면에서 5년동안의 발전이 엿보여야 했다.

 

프로그램북 뒷부분에 실린 우리가곡의 날 제정위원회의 인사말 끝부분,
 "내년 2010년, 우리가곡의 날 6주년에는 더 성대한 우리가곡축제가 되도록 노력하여..."의

'더 성대함'은 바라지 않는다.
때가 되면 의례히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로서의 음악회가 아닌, 결코 조촐하더라도 치밀하고 실속있는
내놓을만한 음악회가 될 수 있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성대함' 보다는 좀 더 '성숙된 음악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