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어렸을적, 딱지먹기와 총싸움 놀이...[1]

green green 2010. 3. 22. 11:44

게임방이나 PC방 대신 오직 만화방이 있었던 시절...
196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에겐 딱히 놀이터라고 할만한 곳이 없었다.
집 밖의 온 천지가 놀이터였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대도시와 소도시 포함 지금은 빽빽하게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지만
30여전만해도 동네마다 공터가 많았다.

 

이렇게 동네마다 여기저기 널린 공터나 골목의 한켠에서
아이들은 여러가지 수많은 놀이를 하였다.
단방구, 술래잡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제기차기, 깡잡기(깡통차기),
구슬치기(다마 먹기), 썰매타기, 팽이 돌리기, 연 날리기, 십자가 이상,
비석놀이, 땅 따먹기, 사방놀이... 등등 많은 놀이가 있었지만 그 놀이들과 함께 
6.25전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5.16 군사 쿠테타 집권 시절이어서인지

많은 놀이가 군사문화와 직결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딱지치기' 혹은 '딱지먹기' 놀이...

웬만한 놀이 도구는 모두 만들어 사용했으이 종이로 접어 사용하는 종이딱지로는 딱지치기를 

조로 하였는데  '딱지치기'는 종이 딱지를 땅에 놓고, 상대방의 다른 딱지로 쳐서 뒤집히거나
일정한 선 밖으로 나가면 따먹는 놀이였다.

 

소매점이나 문방구점에서 구입하여서 사용했던 동전만한 동그란 딱지와  그 보다 큰 동그란 딱지와

직사각형 작은 성냥갑보다 더 작은 모양의 딱지, 일명 네모 딱지가 있었다.

작은 동그란 딱지에는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계급이 없이 그림만 그려져 있었으나
그보다 큰 동그란 딱지와 네모 딱지엔 예외없이 계급이 그려져 있어 그 계급에 따라 먹고 먹히는
놀이의 방법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등병에서부터 보물까지 계급이 다양하였는데 놀이를 이해 하려면 우선 계급을 알아야 한다.

 

 

이등병, 일등병, 상등병, 병장,하사, 중사, 상사, 준위, 소위, 중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
준장, 소장, 중장, 대장, 참모총장, 총참모장, 원수, 대원수, 대통령, 보물...
특이할만한 계급은 헌병과 바꾸기(일명 체인지 Change)였다.
계급은 딱지를 잘 섞어 뒤집은 채 서로 한장씩 넘기거나 하여 나오는 계급에 따라

서로 먹고 먹히는 놀이에 주로  사용되었다.
'헌병'은 영관급 미만의 계급은 모두 눌러 이기는 특별계급이었고

'바꾸기'는 상대방에게 나온 계급의 딱지를 서로 교환하거나 다른 딱지로 교환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었다.

 

남자 어린이들이 하는 놀이 중에 계급을 매개체로 노는 딱지 놀이도 재미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실외에서 하는 전쟁놀이,

아이들이 두 편으로 갈라 서로 총을 쏘아 사살하거나
체포하는 '총싸움' 놀이로써 오늘날 써바이벌게임과 같은 놀이이다.
꼭 필요한 개인화기인 총은 사과궤짝을 해체한 기다란 널빤지와 못을 사용 손수 만들었다.
개인화기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누구든지 훌륭한 손재주를 가져야 했던 시절이다.

 

 

'총싸움'은 동네에서 하는 것도 재미 있지만 야산에라도 올라가 하는 날은 더 재미있었다.

나무로 만든, 목총이지만 그래도 총기임을 나타내는 데 꼭 필요한 총소리는 입을 통해
효과음으로 대신해야 했다.

"피융~ 피유~웅" ,  "뚜루루룩~ 뚜루루룩" , "핑-야오~핑-야오" 등

총 모양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거나 총기 소유자의 개성(혹은 목청)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었다.
실탄없는 총이지만 그래도 총에 맞으면 상대방인 적군은 잘도 쓰러졌다.
"으읔~" 하며 흑백 TV에서 본 외화나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처럼 폼나게 쓰러졌다.

본 것은 있어 가지고...

 

물론 수류탄도 있었다.
연탄재를 깨뜨려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휴대하고 있다가
총을 쏘아대며 던지곤 했는데 먼지를 펄럭이며 터지는 수류탄의 모습이 장관.
먼지 내 뿜으며 터질 때, 이때 꼭 효과음이 필요했다.
"쒸웅~ 쿠아앙"
뿌연 흙먼지를 뿜으며 터지는 수류탄과 동시에 입으로 내는 효과음 소리,
그 연탄재 수류탄에 혼비백산하는 적군의 모습,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총싸움 놀이의 특별한 규칙은 없다.
다만 누구든지 발견한 적군을 향해 총소리 내며 먼저 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총소리와 함께 죽어야 하니 부상병도 없다. 당하면 무조건 죽어야 한다.
이따금  내가 먼저 쏘았느니 네가 먼저 쏘았느니 하고 다투기도 했는데
먼저 맞은 것을 시인하지 하지 않는 아이들이 별로 없었다.

불문율의 이규칙은 잘 지켜졌다. 아이들이 순진해서였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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