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世上萬事)/세상 이야기

명품족...

green green 2010. 3. 25. 17:18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욕은 알아줄만 하다. 이것이 어제 오늘 일일까?

경주에는 통일신라시대의 고분이 많아 경주 시 전체가 사적지요,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일신라 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은 당나라와의 본격적인 교류와 불교미술의 영향으로

다양한 형태의 토기들이 많이 출토된다고 한다.

위치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깝고 삼국통일 때 당나라의 군사지원을 받은 때문에 당나라가

당시의 주요 교역국이었기 때문일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발굴되어 공개되는 부장품 중엔 당나라 뿐 아니라 인도, 중동, 비잔티움 등

이른바 서역에서 온 보물들이 속속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귀족이나 왕족의 신분인 망자가 애지중지했던 물건으로 고분에 같이 부장할 정도의 물품이니

꽤나 귀했던 물건 임에는 틀림없었을 것이다.  

당시 선인들의 문화 수준이 높은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렇게 오래 전인 1,300년여년 전 부터

우리 민족이 해외의 명품(?)을 즐겼다고 하니 과연 놀랄만 하다.

 

최근, 해외여행의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던 1980년대 한창 너나없이 해외에 나갔다 돌아 올 때

일본의 각종 전자제품을 휴대하고 들어올 때, 아주머니들에게는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인기를 끌어

입국 필수품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유행했던 소형녹음레코더 워크맨과 주부들에게 인기였던 그 밥솥을 사려고
일본 아끼하바라의 즐비한 전자상가에는 연일 몰려드는 한국인주부들로 북새통이었다.
김포공항의 입국세관심사장에는 보따리마다 가득한 그것들을 감시하는 세관원들과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입국자들의 氣싸움이 공항가득 넘쳤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규제는 그 때보다 더욱 풀려 여행객들의 평균연령이 낮아진 것은 물론,

보유할 수 있는 달러의 한도가 커지자 지금은 젊은 배낭여행족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이젠 일본을 월등히 앞서 세계에 뻗어있는 국내의 전자제품을 역수입해 오는 것이 아니라

전자제품이 아닌 의류, 화장품류, 골프용품 등 다소 사치성 있는 물품이다.

몇년 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
출국땐 '배낭족'

입국땐 '명품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가 모두 몰려있는 이탈리아의 패션쇼핑가가 한국의 젊은이들로 넘치고 있다고...
로마의 스페인광장 주변은 '구치', '프라다', '페레가모', 아르마니' 등 세계적인 명품매장이 오밀조밀
붙어있는 곳인데 그중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매장인 P매장은 아예 손님들의 모두가 한국인이라고....

이탈리아인 지배인을 빼면 매장 전체는 한국인 투성이라 마치 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를 넘어서 일부 몰지각한 대학생들은 배낭여행지의 마지막 코스를 이탈리아를 선택,
여행중 입었던 옷과 신던 신발, 심지어는 들고 다녔던 가방마저 모조리 버리고 새로 구입한 명품으로
중무장한 귀국하기도 한다는 신문기자의 보도.

 

"일본, 중국인들은 천천히 둘러본 뒤 구입하는 반면 한국의 젊은 이들은 쉽게 여러 개의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현지 매장 지배인의 설명과 "앞으로 판매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한국인 판매원을 고용할 것"이라는 다짐의 신문기사는 뒷 여운이 씁쓸했다.

 

이러한 젊은 층의 명품 소비행태는 럭셔리제너레이션 [Luxury Generation]이라는 새로운 세대를 만들었다.

럭셔리제너레이션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 무분별한 명품소비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대학문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는데 이들 명품족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럭셔리제너레이션 [Luxury Generation]은 고가의 수입 정장이나 가방류, 구두, 액세서리 등의

명품소비를 일상화하여 그들의 정체성을 찾는다.

 

원래 미국에서는 명품소비를 통해 귀족과 부유층의 소비행태를 모방하는

고소득 여피족들을 일컫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소비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이 세대의 주인공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특징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정보들이 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고를 쓰는 한이 있어도 가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품'은 말 그대로 이름있는 물건이나 작품을 뜻하는 말이다.
한 마디로 좋은 물건을 뜻함인데 이렇게 좋은 물건을 즐길 수 있는 소득과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면
'명품'을 마다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명품족은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며, 전문직에 종사하며,

연 3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젊은층이지만 우리나라의 명품족은 소득과는 무관한

대학생층인 것을 어찌 생각해야 할지.

 

명품에 관한 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감수성이 예민한 건지, 세계의 젊은이들보다 정신 연령이 높은 건지...
아니면 세계의 유아들 중 우리나라의 유아들이 젖을 제일 먼저 뗀다고 하는데 역시, 그래서인가? 
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가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내일을 책임져야 하는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 앞서 읽은 신문기사에서 처럼

아직도 그들이 '출국 땐 배낭족, 입국 땐 명품족'이라면

한번 쯤 다시 생각해 볼 문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