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오르프'가 누구인지 '카르미나 브라나'가 어떤 음악인지 알지 못했다.
적어도 서울시합창단의 지난 117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책자에 실린
제118회 연주회 광고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음악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살아 온 나이에 비해 음악에 대한 학식과 식견이
부족한 것을 어찌하겠는가!
그렇지만 최소한 5월 13일 관람을 앞두고 '칼 오르프'가 어떤 음악가인지
'카르미나 브라나'가 어떤 음악인지 알아야 했다.
당일 관람 자체를 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이해하며 감상하기 위해서이다.
다행히 인터넷 서핑을 통해 얻은 짧은 지식으로 궁금증이 다소나마 풀리면서
실제 귀와 눈으로 감상을 해야 할 118회 정기연주회의 날이 기다려졌다..
드디어 목요일이었던 지난 5월 13일 밤, 세종문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합창단(단장 겸 상임지휘자 오세종)의 제118회 정기연주회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와 비보이가 만나다'를 관람하였다.
비보이(B-boy)는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사람을 뜻하거나 그 분야에서 몸바쳐
일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break dancing-boys의 준말.
이번 '카르미나 브라나'는 안무에서 고정틀에 박힌 발레 대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토종 비보이 '리버스크루(RIVERS CREW)'의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이는 등
서울시합창단의 독특한 구성이 돋보였다.특히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청아하고 맛깔나는 협연으로 한층 더 이색적이며 감동적인 무대였다.
이날의 연주는 무대의 강한 액센트의 화음은 광주시합창단의 객원합창 포함,
90명 넘는 합창단과 대규모 편성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화려함으로
한껏 살려낼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3관 편성으로 대규모의 타악기를 사용하여
강한 액센트의 합창 리듬을 산발적인 화음으로 강조했는데 기악의 반주를 가진
독창자와 합창을 위한 세속적 가곡이라는 일종의 무대형식을 취한 칸타타의 장르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비보이,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함께하여 자칫하면 일반적일 수 있는
'카르미나 브라나'를 한 수준 위로 장엄하면서 방대한 스케일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작곡자 칼 오르프(Carl Orff)는 독일의 문학작가 루이제 린저의 남편으로도 알려져 있는,
1895년 뮌헨에서 태어난 현대 독일의 작곡가이다.
열다섯의 나이에 여러 개의 성악곡을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작곡가이기도 하다.
하인리히 카민스키의 가르침을 받아 르네상스 음악을 깊이 연구하는 등
20세기 음악에도 관심을 돌려 1937년 '카르미나 부라나'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시립가극장에서 최초 공연, 성공을 거두었다.
'보이렌의 시가집(詩歌集 / SONG OF BEUREN)'으로도 불리는 '카르미나 브라나'는
1803년 독일 뮌헨 남쪽으로 수킬로 떨어진 바이에른 지방 베네딕크 보이렌
(BENEDIKTBEUREN)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데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익명의 수도사나 음유시인에 의한 세속의 시가집으로 13세기∼14세기에 걸쳐
골리야드(GOLIARD)라는 유랑학생에 의해 라틴어로 쓰여졌다.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브라나'는
이러한 배경을 안고 있는 중세의 시가집 '카르미나 브라나(보이렌의 시가집, 250여곡)'에서
24곡을 골라 가사를 차용했을 뿐, 선율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유럽 중세시대 의 제1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는 우리 귀에 익은 아주 유명한 곡으로
영화(엑스카리버)나 드라마, CM 등의 장엄함이 연출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사용되는 합창..
이 곡은 전체 3부 25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새봄(봄의 노래)」8곡, 봄이 찾아왔을떄의 기쁨과 사랑에 대한 찬미가 이어졌다.
목장에서의 젊은이를 유혹하려는 처녀들의 노래와 실연의 상처, 춤 등을 Bar. 송기창님과
Sop. 박미자님이 '리버스크루(RIVERS CREW)' 비보이들의 현란한 브레이크댄스
춤사위와 함께 잘 표현해 주었다.
첫곡에서 잠시 흔들리는듯 했던 송기창님의 기량이 곡을 거듭하면서 곧 회복되었다.
2부「선술집에서」4곡, 술집에서의 정경과 술에 대한 찬미등을 연주했다.
특히 전 프로그램을 통해 딱 한 곡 부르는 Ten. 신동호님의 '호숫가에 살았네'는 인상적.
프로그램 상 Ten.가 부르는 곡은 전 곡을 통틀어 딱 한 곡 부르기에 단 한곡을 위해
열정을 불 사르고 홀연히 무대 떠나는 솔리스트의 고독을 누가 알겠는가!
실연 당한 젊은이가 새로운 사랑을 찾게되며 결국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로써
서울시 소년소녀합창단의 연주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어서 Sop. 박미자님의 독창과
Bar. 송기창님의 독창이 이어지다가 처음에 나왔던 제1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가 다시
장엄하게 나오면서 비보이 그룹의 브레이크 댄스와 함께 대단원을 맺는다.
그동안 잘 몰라서 가졌던 비보이의 오해와 선입견이 이번 연주회를 통해 확실히 풀렸다.
미국의 하렘가에서 흑인들의 문화에서 시작된 비보이, 그렇게 시작된 비보이이기에,
비보이는 비행소년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각할 정도의 문외한이었으니까.
세계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비보이는 세계적인 문화의 한 장르인데 이번 연주회 비보이는
6회의 세계대회를 석권한 그 유명한 '리버스크루(RIVERS CREW)'가 맡았다.
서울시합창단장인 오세종 단장은 매번 정기연주회 때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새로운 컨셉으로 승화시켜 관객들과 새로운 대화를 마다하지 않는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2월에 취임, 117회와 118회 두 정기연주회를 열면서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정통음악에서는 출연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출연하더라도 항상 조연급에 지나지 않았던
비보이그룹 '리버스크루'를 오세종 지휘자가 실험적인 무대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서울시합창단과 관주시합창단의 웅장한 합창의 배경에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타악기들의 강렬한 음과 열과 성을 다하는 비보이들의 열정적인 춤사위가 인상 깊었다.
그 웅장함과 열과 성을 다 한 열정에서 오는 강렬함은 나에게 있어 처음 시작 때부터
끝날 때까지 연신 가슴이 벌렁거리는 음악회 관람 초유의 사태를 가져다 주었다.
3 D 영상시대, 음악도 어느새 '듣는 음악'에서 '보고 듣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스케일감 있는 연주와 볼륨 큰 서울시합창단과
광주시합창단의 합창, 그리고 조미료 역활의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협연, 그리고 비보이그룹
리버스트루의 연주는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연 것과도 같은 획기적 연주로 기억될 것이다.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오세종 서울시합창단장 겸 지휘자와 합창단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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