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연주 & 관람 후기

한국남성합창단 창단 52주년 기념 정기연주회 후기 #1...

green green 2010. 5. 27. 20:24

 

비 내리던 지난 월요일 한국남성합창단 2010 정기연주회에 다녀 왔다.
한두번 있는 일 아니지만 음악회가 있을 때마다 바쁠 것에 대비,
마음놓고 티켓 예약을 하지 못한터인데 당일 낮에서야 비로소
오후 시간이 자유로우니 지금 할 일은?  연주회에 다녀 오는 일이다.

 

일단 눈먼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트힐의 초로기님에게 전화했더니
'경험에 의하면 임자잃은 티켓이 발생하니 우선 오시라.'는 반가운 답변.

비가 그치지 않으니 불편하더라도 우산을 쓰고 예술의 전당을 향했다.
연주 시작은 8시인데 콘서트홀에 시작 40분 전에 도착, 로비에 들어서자
초로기님과 우연(향기)님이 한 눈에 들어와 힘들이지 않고 만날 수 있었다.

 

 

그 넓은 로비에는 벌써 수많은 관객들이 무리를 지어 앉을 자리가 부족하니
앉기도 했지만 일어선채 담소하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 모습이 아직 합창단의 존재가 익숙치 않던 1958년에 창단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된 남성합창단으로서 올해가 창단 52주년인
한국남성합창단(KMC)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작 시각이 가까와 오면서 더 많은 관람객들이 구름과 같이 밀려들었다.
한국남성합창단의 관람객들은 중년 남성이 많은 것이 특색,
전체 관람객의 65% 정도가 남성인데 머리가 허연 50~70대의 중.노년의
관객들이 많았지만 연령층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이것도 창단 52주년의 합창단 절대적 영향이리라!
프로그램 책자에 나온 단원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짐작이 되었다.

 

 

3층의 좌측 앞 관람석에서 눈을 전방에서 우측으로 돌리니 무대는 물론,
1층과 2층의 빽빽하게 정렬된 좌석에 앉은 관객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대에 도열한 합창단원의 수를 헤아렸는데 한 줄에 16명씩 4줄이니 64명.
객석은 2513개 좌석 중 무대 뒷편 좌석을 빼고 관객들이 거의 자리를 채웠다.
어림짐작 2,000여명, 누군가의 전언에 따르면 OB단원만도 600여명에 이르는
이 합창단은 관객동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귀띔이 낭설이 아니었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합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휘활동 하는 김홍식 상임지휘자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 이태리 베르디음악원에서 합창지휘과와 오케스트라 지휘과를
졸럽하였다.국립합창단 등 200여회의 지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한서대학교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반주를 맡은 황영희 피아니스 역시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립음악원에서 수학하였으며 동 대학원 음악 코치과와 오페라코치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재원, 현재 서울대학교, 단국대학교, 한국예종 등 출강중이다.

 

 

첫번 째 무대, 서창 Dies Irae   

연주가 시작되자 한국남성합창단은 서곡으로 작곡가 에릭 휘태커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합창 작곡가 랜달스트루프(Randall Stroope)의 레퀴엠 중
'디에스 이레(Dies Irae / 진노의 날)'를 우렁찬 소리로 연주하였다. 
모차르트, 베르디, 브라암스 등 수많은 대가들이 작곡한 레퀴엠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지만 오늘날 미사와는 상관없이 음악회 연주용으로 작곡되어 연주된다.
작곡가가 추구한 폭풍 휘몰아치듯 빠르고 격정적인 리듬의 변화를 합창단은
우렁찬 남성합창을 통해 인간의 절박하고 간절한 구원의 갈망을 잘 표현하였다.   

 

힘찬 곡의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가 다음 곡 준비를 위해 무대 뒤로 잠시 사라지니
조금 늦게 도착한 관객들이 그 틈을 이요, 우르르 몰려 들어와 빈 자리를 채운다.

 

두번 째 무대, 세편의 시, 노래

다음 무대 '세 편의 시, 노래'는 세 편의 우리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신작 가곡무대.
첫 곡은 박종해 시 김준범(안양시립합창단 전임 작곡가) 편곡의 '청산을 보며'로
Ten. 김성수가 곡중 솔로를 담당했다. 청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 되고픈 시인의
마음을 한폭의 동양화같은 느낌의 작곡으로 잘 표현하였다. 
두번째 곡 이해인 시 박성춘 곡의 '바람의시'는 바이올린 김선희와 테너 이종근이
솔로를 맡았으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이해인 수녀의 시를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느낌의 피아노 연주와 편안한 합창으로 잘 전달하였다.

 

 

세번 째 곡 윤동주 시 김준범 곡의 '십자가' 합창이 특히 인상 깊었다.
1941년 5월 31,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졸업반 시절 지었다는 이 시는
일제치하의 어두운 시대에 직접 항거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자책과
괴로움을 조국광복을 위해 자신의 삶 속에서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기독교적
고난을 속죄의식으로 노래한 시. 결국 시에서 암시한대로 그는 일본 유학중
일본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에 희생되었다. 김준범 작곡가가 표현한
윤동주 시인의 처절하면서 숭고한 의지를 합창으로 승화시켰다.

 

세번 째 무대, 세편의 글로리아

이어서 세번 째 무대는 '세편의 글로리아(Gloria)',
글로리아는 가톨릭교회의 미사 때 부르는 성악곡으로 키리에(Kyrie),
글로리아(Gloria), 크레도(Credo), 상투스(Sanctus), 아뉴스 데이(Agnus Dei)를
기본으로 한 5악장 형식 중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는 노래이다.
근,현대에 들어 서곡으로 소개한 레퀴엠 중 디에스 이레(DIES Irae/진노의 날)처럼
미사를 위한 곡이 아닌, 순수하게 연주회용의 곡도 많이 만들어 연주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만큼 장엄하고 화려한 것이 특징.

세 작가가 각기 다른 버전으로 작곡하여 저마다의 색깔이 다른 글로리아(Gloria)의
이 무대에서는 미국의 유진 버틀러(Eugene Buttier)와 우리나라의 젊은 합창성가
작곡가 우효원(이번 연주를 위해 특별히 남성합창곡으로 편곡),
또 한 사람의 젊은 작곡가 박지훈(반딧불 미사 중에서 발췌)의 곡을 연주했다.
남성합창으로 듣는 글로리아는 장엄하고 화려함은 물론 더 없이 풍성하게 들렸다.

 

 

To be continue, #2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