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사(音樂萬思)/이야기가 있는 노래

상록수,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루리라...

green green 2010. 11. 23. 09:06

 

 

 

우리나라의 1970년대-

산업과 경제는 약동기였지만 사회와 정치는 몹시 암울한 시기였다.
이른바 3선개헌에서 유신헌법으로 이어지는 정치의 격변 속에서

대학교는 연일 학생들의 시위와 함께 휴교, 폐교를 반복했다.

 

운동권을 포함한 일반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중가요 가수들의 노래 중 양병집의 '물좀 주소', 양희은의 '아침이슬',

김민기의 '친구', 송창식의 '왜 불러',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등 소위 저항가요가

많이 불려지고 있었다.


5.16군사혁명으로 시작된 군부독재가 장기집권으로 치닫자

우려하던 많은 젊은이들이 격분, 울분을 노래로 표현하곤 했던 것이다.

이에 집권 군부독재정부는 가만히 있을리 없었으니 이러한 노래를 대부분 판매금지

또는 방송불가 판정을 내려 아예 들을 수도 부를 수도 없도록 단단히 조치를 취했다.


이 노래들은 운동권학생들에겐 운동가요로 불리웠고 일반학생들 사이에선 응원가나

여럿이 모인자리에서 꼭 제창으로 불리워지는 필창가요가 되었다.
1980년대에 신군부 전두환정권의 융화정책으로 금지되었던 많은 노래가 풀렸으나

운동권가요들은 대부분 1990년대 에 와서야 슬그머니 풀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방송에 한번도 나오지 못하던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로 맺는 김민기 작곡 양희은 노래의

'상록수'가 “제2의 건국” 홍보용 TV광고를 통해 싫건 좋건 매일 몇번 씩 우리의 귀에

들렸던 것도 그 때의 일이었다.

 
이른바 운동권의 선동가로 금지되었던 '상록수'가

1998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 TV캠페인' 정부홍보용 광고음악으로 채택되었던 사실과

2002년 3월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83주년 3.1절 기념식장에서 양희은에 의해

축가로 불리워진 사실은 격세지감을 넘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았다.  

 

금지곡에서 정부 공식행사 축가로 채택, 당시 청와대 관계자에 의하면

"노랫말 끝부분의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라는 가사는

우리 국민의 위기극복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며이게 곧 일제에 맞선

`3.1 정신'의 계승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전했다.

 

행사장에서 양희은은 벅차오르는 감격에 울먹이며 이 노래를 불렀으며

후의 이야기이지만 청년시절부터 이 노래를 애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CF에 자신이 직접 통기타 치며 이 노래를 직접 부르는 장면을 연출,

털털하면서 진솔한 면모를 부각시켜 젊은 층의 공감대를 자아냈다.